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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토니아스 라인>, 우리가 꿈꾸는 모계사회의 부활

1995년 마를린 호리스 여성감독의 영화. 모계사회의 부활에 대한 판타지적 영화였다. 1시간 5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 4대에 걸친 시간의 흐름 설정으로 중간중간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감은 조금 떨어지지만(여성 판타지로 점철된 남성 캐릭터들) 모계사회의 부활을 꿈꾸거나 상상해본 이들에게 이미지적으로 실현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이미 이 영화의 목적은 달성되고도 남았다. 영화적 설정에서 주의 깊게 봤던 지점이 3가지 있었다. 그녀들이 자립적 경제 주체(농부/화가/교수 등등)로 삶을 꾸린다는 점, 성적 욕망과 에너지를 억압하지 않고 분출하고 충족시키며 즐기며 산다는 점, 마을에서 소외된 자들까지 그들의 공동체에 품어안는다는 점이었다. 가장 통쾌했던 장면은 홀아비인 바스가 과부인..

미디어/영화 2022.02.21

영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가정내 성역할에 대한 의문제기와 양육권 다툼

흔히 메소드 연기자들은 괴팍하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남주인공을 맡은 더스틴 호프만은 실제로 괴팍한 면이 있었다. 이 영화에서 이혼한 아내 역으로 분한 메릴 스트립이 더스틴 호프만의 괴팍함 탓에 꽤 고생했는데 연기 똑바로 하라는 의미로 뺨을 때리기까지 했다. [3](여지없이 그냥 구타다. 메릴 스트립은 1975년 뉴욕 브로드웨이 출신에서 '소피의 선택'까지 극장 바닥부터 올라온 연기를 발판을 삼아온 실력파였지만 연기를 할때만 격렬한 표현을 사용할뿐 작품 외에서 지금처럼 동료와 원만했었다. 후문에 의하면 호프만이 스트립의 기를 죽이려고 구타했다는 의견이 크다. 짚고갈 점은 둘다 똑같은 메소드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메릴 스트립은 동료들과 원만한 데에 비해 호프만은 동료에게 다소 폭력적이였다는 것. 이후 메릴 스..

미디어/영화 2022.02.20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크리스티안 노스럽

(578) 초판 서문. 의사여, 그대 자신을 치유하라 남성 중심의 세계관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단 한 번도 아파보지 않은 여성으로서,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짊어진 건강문제가 어떠한지에 대해 생각해 볼 틈이 없었던 것. 나도 일반적인 여성들과 다르지 않다는 처절한 깨달음이 있고 나서야 수많은 여성들이 겪는 건강과의 싸움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15)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에 대한 사회의 부당함을 부르짖을 때조차 그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나는 여성과 남성이 차별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정할 수 없었다. 나 자신이 그러한 차별을 경험, 아니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 여성으로서 직장인과 어머니라는 두 가지 역할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에야 내 삶은 허물을 벗게 되었다. (..

책/페미니즘 2022.02.19

영화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노아 바움백과 그레타 거윅의 또 다른 영화 . 84분의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으로 정신없이 흘러간 영화였다. 뉴욕소재 대학을 가면서 도시 생활을 시작하게 된 여주 트레이시가 의붓언니(가 될뻔한) 브룩(그레타 거윅)을 만나면서 겪는 일이 주된 스토리 라인이다. 두 여자의 나이차가 거의 띠동갑(18살-30살)로 설정되어 있는데, 여주는 핫한 도시 뉴욕에서 밥벌이와 '힙'한 문화생활, 그리고 멋진 인맥들을 가진 브룩의 삶에 단번에 매료된다. 기대를 잔뜩 안고 들어온 대학에서의 신입생 생활은 등록금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로 지루하고 외로우며 들어가고 싶은 문학 클럽에도 합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려하게만 보였던 브룩의 일상에 조금씩 발을 들여놓기 시작하면서 트레이시는 그녀의 진실(?) 현실(?)을 알게 된다..

미디어/영화 2022.02.18

<오늘부터 내 몸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어>, 하리타

(382) 1부. 생존자의 내면세계 대개 여성을 향하는 성차별과 성폭력이 일상적인 사회에서 ‘길들여진 반응은 닭이자 달걀이다.’ 길들여진 반응이 사회를 문제없이 흘러가도록 하고, 그렇게 비판과 성찰 없이 굴러가는 사회에서 길들여진 반응은 자연스러운 행동 양식으로 통용된다. (34) (매춘부, 엄마, 의사 등 직업과 지위를 막론하고) 여성=불운하고 약하며 갖은 위험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피해자이자 희생자. 남성=돈, 권력, 속임수, 근육, 학식, 인맥 등 어떤 식으로든 ‘힘’을 행사하며 상황을 주도하는 주인공, 영웅, 악당 혹은 가해자. 미디어 소비자인 우리에게 머릿속에서 이 메시지가 수없이 반복되고 있다. 수많은 영상물을 보며 우리의 사고는 자각하지 못한 새에 ‘세상은 원래 저렇다’는 믿음을 굳혔다. (..

책/페미니즘 2022.02.17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

몇 달 전 성반전 영화에 대해 궁금할 때 봤던 넷플릭스 영화 . 그 당시엔 보다가 중간쯤 껐던 걸로 기억한다. 성반전이 무식하게 정반대로 그려져, 여성들이 현재의 남자들의 온갖 구역질 나는 성차별적 언행들을 저지르는 역할을 하고 있는게 꼴보기가 싫어서였다. 온라인 모임에서 이번 달 영화보기로 이 영화가 선정되어서 어제 짜증나는 마음을 누루고 다시 보기를 완주했다. 대략 1시간 40분 되는 러닝타임이 엄청 지루했다. 사회적 성역할을 반전시킨 영화라 한편으로는 통쾌하면서도 성역할이 납작하게 눌려져 반전되어 있기때문에 바라지 않는 설정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상영된다. 이를테면, 주인공 다미앵과 사랑에 빠지는 알렉산드라가 사실은 이혼하지 않은 별거 상태임을 숨기고 주인공과 결혼 약속까지 이르게 되는 설정이라든지,..

미디어/영화 2022.02.16

<몸이 나를 위로한다>, 남희경

(278) Bodyfulness 1 : 빼앗긴 몸 엄마품은 가장 안전한 심리적 보호막이다 적절한 엄마품은 어느 정도일까? 충족과 결핍 사이, 그 경계에서 아이는 성장. 33.3%에 성장의 답이 있다. 이때 충족은 완벽한 충족이 아니라 온전한 충족이다. 열 번 중 세 번 정도 온전하게 교감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 중요한 건 누구에게 적절한가이다. 적절한 접촉의 양과 질은 아이의 감각에 따른 것이지, 엄마의 기분이나 욕망에 따른 것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할지라도 아이의 감각이나 기분을 무시한 일방적인 접촉이라면 그것도 침범일 수 있다. (31)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일단 몸으로 돌아와서 몸에서부터 돌봄과 회복을 시작할 수 있다. 우리에게 본래 있었던 것은 바로 ‘몸’이었다. 따라서 분리된..

책/페미니즘 2022.02.15

<나 다운 페미니즘>, 코트니 서머스, 정세랑, 이랑 등 44인 지음

(377p) 1부 여정의 시작 페미니즘의 짤막한 역사 : 1세대 페미니즘, 1부(19세기) - [신세계 백과사전 New World Encyclopedia]에 따르면, ‘페미니즘’의 탄생은 오늘날까지도 페미니즘과 관련이 깊다고 여겨지는 두 가지(프랑스, 사회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페미니즘(feminisme)’이라는 단어를 만든 프랑스 사회주의자 샤를 푸리에는 자신이 상상한 미래 유토피아의 해방된 여성들을 이 단어로 묘사했다. 영어 번역어인 ‘페미니즘(feminism)’이 처음 등장한 문서는 1852년 발간된 미국 서부의 경제 잡지 [드보의 남서부 주 리뷰] 13호 였다. // 1세대 페미니즘, 2부(20세기 초) // 2세대 페미니즘 (1950년~1990년대) - 1세대 페미니즘의 최대 쟁점은 여성..

책/페미니즘 2022.02.14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2015년 안국진 감독의 를 봤다. 총 제작비 3억원의 저예산 독립영화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영상과 연출력이 돋보였다. 뭔가 옛스러운 영상미? 어두운 느낌?을 좋아하는데, 그런 영화들이 보통 KAFA 작품인 경우가 많았고 이 영화 또한 그러했다. 가수와 배우 두 영역에서 모두 인정받는 이정현 배우가 여주인공으로, 성실하게 살지만 행복에 이르는 과정에서 방해되는 인물들을 여럿 살해하게 되는 잔혹 동화였다. 영화는 다소 사회비판적인 주제들을 다양하게 녹여내 보여주는데, 노동, 주거, 교육, 성, 의료 등 삶을 살아나가면서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최소한의 조건들이 현실에서 얼마나 무너져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사회적 강자와 약자의 대결이 펼쳐지는 게 아니라, 서민들끼리 약자..

미디어/영화 2022.02.13

넷플릭스 <결혼 이야기>

찰리(아담 드라이버) 때문에 자신(니콜, 스칼렛 요한슨)의 인생이 점점 작아진다고 느끼고 결국 이혼절차를 밟는 과정을 그린 영화. 자신의 에너지가 상대방에게 점점 투입되다가 결국 자신의 에너지가 다 빨려 소진된 느낌이라고 해야할지. 첫 시작은 사랑 때문에, 상대를 너무 사랑하고 상대가 잘 됐으면 하는 선하고도 정상적인 의도지만, 그것이 점차 시간의 두께를 쌓아나가며 본인을 돌보는데 소홀해지는 아이러니. 니콜과 찰리가 이혼 과정에 있어서 서로의 변호사들의 싸움과 그에 이어진 둘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말다툼 장면이 압권이고, 영화의 절정으로 다가왔다. 그 싸움의 과정에서도, 그 이후에서도 서로의 마음 속에는 상대에 대한 진심어린 사랑이 느껴져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 둘이 생활해 나감에 있어서 서로를 의도적..

미디어/영화 2022.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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