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분류 전체보기 281

영화 <투 더 본>, 나 자신을 들여다볼 용기에 관하여

Netflix 영화를 봤다. 애청하고 있는 팟캐스트 '1사라'에서 폭토 식이장애를 앓고 있는 사연자에게 김pd님이 추천한 영화였다. 가수로 이미 유명한 릴리 콜린스가 여주인공 엘렌으로 나온다. 그녀는 갈비뼈와 척추뼈가 드러나 보일 정도로 말랐다. 또한 윗팔뚝이 자신의 손가락으로 둘러지는지를 하루에도 몇 번씩 재며 본인이 말랐는지 뚱뚱한지에 대해 집착한다. 거식증으로 이미 입원 치료도 여러 차례 받았지만 증세는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엘렌의 친부는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심지어 가족 상담이 있을 때 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그녀의 부모님은 친엄마가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하면서 이혼했고 새어머니와 새 여동생과 살고 있다. 새어머니는 엘렌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가지로 노력하다 식이..

미디어/영화 2022.03.03

<얼어붙은 여자>, 아니 에르노

(250쪽) 꿈많은 여성이 어떻게 가정주부로서 박제되어 가는가에 대한 가슴아픈 소설. 실제로 아니 에르노는 이 책을 남편에게 헌정하고 출판 후 이혼했다고 한다. 가부장제가 공고한 지금 결혼이라는 세계에 종속되면 어떻게 불평등이 시작되는 가에 대한 찢어지는 고통이 느껴진다. 진짜 삶, 행복, 안정을 결혼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책이다. 그러한 형이상학적인 만족감을 위해 자신의 현실은 노예로 전락한다는 뼈아픈 진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동네의 ‘보바리 부인’ 같은 여자들이든, 허황한 몽상에 대해서는 담쌓고 사는 여자들이든, 모든 여자는 낭만적 감수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증명된 사실이다. 어째서 남자들은 모두 그것에 대해 역정을 내는 것일까? 심지어 내 아버지, 시간이 흘..

책/페미니즘 2022.03.02

<89년생 N잡러 김경희의 비낭만적 밥벌이>, 김경희

(264쪽) 나는 91년생 1잡러지만 근래 n잡러를 희망하는 사람으로써, 사회 초년생을 조금씩 벗어나면서 느낀 다양한 감정들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녀도, 나도, 우리들 모두가 조금씩 서투르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살고 있다는 것에 힘이 났다. 1부. 일단 배부터 채우고 봅시다 한 끼_ 프리랜서로 살면서 생긴 기준 사회인 8년차, 회사원에서 자영업자, 자영업에서 프리랜서, 프리랜서에서 다시 급여노동과 프리랜서 일을 겸하는 사람으로 변신하며 쌓인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일할 때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일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합리적인 마감 일정, 그리고 돈. 그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에 종종 내가 일을 제안하는 주체가 될 때는 메일로 업무의 내용과 마감 일정 그리고 돈을 꼭 ..

책/자기 계발 2022.03.01

<자신에게 너무 가혹한 당신에게>, 일자 샌드

- 내 몫이 아닌 비합리적 죄책감과 이별하기 (254쪽) chapter 1 죄책감과 양심의 가책 양심의 가책의 구성 요소 - 감정은 기본 감정과 복합 감정으로 나누어진다. 기본 감정은 모든 문화와 국가를 통틀어서, 그리고 고등 동물에게서도 발견되는 것이다. 그 이외의 감정들은 기본 감정의 다양한 혼합물로 설명될 수 있다. 어떤 감정이 기본 감정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견해가 다르다. 하지만 네 가지가 기본 감정(분노, 두려움, 슬픔, 행복)의 속한다는 것에는 거의 모든 심리학자가 동의한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대부분 이 네 가지로 충분히 설명된다. 이를테면, 실망은 슬픔+분노, 흥분은 두려움+행복. 네 가지 기본 감정은 모두 양심의 가책과 관련이 있으며, 분노는 보통 안으로 향한다. (27) 슬픔의 ..

책/심리학 2022.02.28

영화 <아이 캔 스피크>, 납작한 인물의 입체화가 필요한 현대 사회

21세기 핵가족 사회, 파편화된 도시의 삶에서 우리는 얼마나 타인을 납작하게 바라보고 오해를 거듭하는가. 납작한 인물을 입체화해서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닫게 된 영화였다. 영화의 주인공 나옥분 여사(나문희)는 구청의 프로 민원러다. 재개발 구역 지정 위기에 내몰린 시장 상가에서 옷 수선집을 하며 홀로 살고 있다. 그러다 구청 직원 민재(이제훈)에게 영어를 가츠려주면 민원을 보류하겠다는 조건으로 선생-제자 관계가 된다. 할머니가 왜 그렇게 영어 배우기에 열성인지 궁금했던 민재에게 그녀는 어렸을 적 헤어지게 된 남동생이 LA,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어 그를 만나 한번이라도 대화를 해보고 싶어서라고 답한다. 그러나 민재가 몰래 전화해보니 남동생은 그녀를 만나기를 원하지 않는 상태였고, 이래저래 ..

미디어/영화 2022.02.27

<여자들은 다른 장소를 살아간다>, 류은숙

(207쪽) 부엌 여성에게 주어진 역할과 관계맺음에서 부엌이란 말뚝과 거기 묶인 줄을 누구도 시원스레 제거하지는 못했다. 왜 말뚝이냐 하면, 부엌에 있지 않더라도, 부엌에 있을 필요가 없더라도, 부엌에 있어야 할 존재라는 사회적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부엌에서의 역할을 기대받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소위 ‘바깥일’을 하더라도 부엌과 관련한 수발노동을 요구받거나 부엌일을 하는 존재에게 ‘큰일’을 맡길 수 있느냐는 평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10) 시간과 장소는 인간 삶에서 중립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인간의 하루는 24시간이라지만, 누구나 24시간을 공정하게 누리지는 않는다. 누구는 각종 수발노동을 받아 가며 24시간의 몇 배를 누릴 수 있고, 누구는 각종 수발을 바치느라 자기 시간이란 걸 못 가질 수..

책/페미니즘 2022.02.26

<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을까>, 정지민

페미니즘 프레임 : 결혼 (191쪽) 프롤로그 벨 훅스의 [사랑은 사치일까?]에서 페미니즘이 가부장제 하의 사랑을 비판하는 데 열중한 나머지 사랑 자체를 여성들의 삶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고 말한다. 사랑에 집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거나 나약하고 의존적인 것, ‘여성적’인 것이 됐고, 여자들 역시 남자처럼 관계를 통해 권력감, 섹스, 이익을 얻고자 분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삶에 사랑은 중요하다는 것, 사랑을 성취하고 지키는 법을 남녀 모두 새롭게 배워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었다. (10) 남편과 몇 번의 갈등을 겪으며, 나는 한남과 페미니스트를 가르는 것은 생물학적 성별이 아니라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새삼 체감했다. 의식적으로 경계하지 않는다면 강자의 위치에 선 누구나 한남이 될 수 ..

책/페미니즘 2022.02.25

<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 김명희

페미니즘 프레임 : 몸 (209쪽) 뇌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공격성, 여성호르몬인 옥시토신은 돌봄이나 애착과 관련 있다. 그래서 남성은 진취적, 지배적 성향을 갖고, 여성은 타고난 모성애와 돌봄 성향을 갖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폴스키 같은 뇌과학자는 최신의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면서, 공격성은 테스토스테론보다 사회적 학습과 더 관계있고, 테스토스테론으로는 사람들 사이에 누가 더 공격적인지 설명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그렇다고 이 호르몬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테스토스테론의 역할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사폴스키 책에 소개된 유명한 실험연구에서 서열이 확실한 탈라폰 원숭이 무리 중간 서열에 해당하는 원숭이에게 테스토스테론을 과량 주입하여 그들의 공격성 수준을 높..

책/페미니즘 2022.02.24

<셀프 혁명>, 글로리아 스타이넘

글로리아 스타이넘 (422) I. 자긍심이란 무엇인가? 흑인이나 유대인들이 비싼 곳이든 싼 곳이든 식당이나 바의 출입이 거절당하면 그에 대한 항의에는 아무 거리낌 없이 찬성하면서도, 인류의 절반이자 흑인과 유대인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문제에는 왜 좀 더 진지하고 심각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그 진실은 내가 나 자신을 포함해 여성과 관련된 건 뭐든지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으려는 사회의 시각을 그대로 내면화했기 때문이었다. 자긍심이 낮아서였을 뿐이지 결코 논리적인 시각은 아니었다. (20) 어째서 자긍심에 관한 시민들의 관심과 정부, 종교단체, 언론기관들의 지원 사이에 그런 분열이 생기는 것일까? 나는 그 이유가 내전 권위 inner authority에 대한 발상 자체가 외부로부터 명령을 받는 것에 익숙한 ..

책/페미니즘 2022.02.23

<나랑 비혼해 줄래?>, 혼삶비결

(265) 디폴트: 결혼 ‘짝짓기 게임’은 안전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최악을 피해 차악을 선택하는 행위라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달았다. 위험한 세상에서 나를 지켜 줄 완벽한 타인이 있을 거라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그 사람이 이상한 거라고,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면 된다는 말에 속아 내가 원한 안전은 없다는 걸 모른 채 누가 더 안전할지 재 보며 마치 나 스스로를 실험실의 생쥐처럼 다뤄 이런저런 실험을 한 셈이다. (47)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어딘가 흠이 있거나 모자란 사람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비혼 관련 기사들을 보면 댓글창에는 꼭 ‘이기적인 것들’이라는 말이 빠지질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비혼 여성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모자란 사람이 되었다가, 이기적인 사람이 되기..

책/페미니즘 2022.02.22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