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영화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

비상하는 새 2022. 2. 16. 11:21
반응형

netflix 영화

몇 달 전 성반전 영화에 대해 궁금할 때 봤던 넷플릭스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 그 당시엔 보다가 중간쯤 껐던 걸로 기억한다. 성반전이 무식하게 정반대로 그려져, 여성들이 현재의 남자들의 온갖 구역질 나는 성차별적 언행들을 저지르는 역할을 하고 있는게 꼴보기가 싫어서였다. 온라인 모임에서 이번 달 영화보기로 이 영화가 선정되어서 어제 짜증나는 마음을 누루고 다시 보기를 완주했다. 대략 1시간 40분 되는 러닝타임이 엄청 지루했다.

 

사회적 성역할을 반전시킨 영화라 한편으로는 통쾌하면서도 성역할이 납작하게 눌려져 반전되어 있기때문에 바라지 않는 설정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상영된다. 이를테면, 주인공 다미앵과 사랑에 빠지는 알렉산드라가 사실은 이혼하지 않은 별거 상태임을 숨기고 주인공과 결혼 약속까지 이르게 되는 설정이라든지, 남자들과 성관게 한 것을 구슬 모으기로 전리품처럼 모은다던지... 여성들이 남성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고, 다미앵의 절친 크리스토프의 아내 시빌이 임신중이라 솟구치는 호르몬 탓을 하며 바람을 피운다던데.... 작가로 대성한 알렉산드라가 남창(?)을 불러 성매매를 하는 것 등등...

 

감독의 의도는 사회적 성관념을 180도 기계적으로 반전시켜 현재 남성 우월주의적 세계, 가부장적 세계가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를, 얼마나 부조리한지를 보여주려는 것임은 안다. 하지만, 여성들이 소망하는 세상은 여성들이 현재의 남성들이 다른 성을 가진 이에게 행하는 갖가지 성희롱과 차별을 하는 세상이 아니다. 우리는 성별로 찢어져 물고 뜯고 싸우고 대립하는 세상 그 너머를 상상하고 바라고 있다. 노동과 가정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 구분된 성 역할이 없는 세상. 구분된 성 역할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 성으로 인해 희롱의 대상이 되거나 폭력에 노출되지 않는 세상 말이다. 힘과 권위가 아닌, 사랑과 배려, 존중이 넘치는 세상. 누군가는 인간도 동물이기에 평등한 세상은 도래할 수 없다고, 자연의 세계란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논리만이 지배할 뿐이라고 반박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너는, 우리는 우리가 동물이지만 또한 '인간'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차별과 폭력으로 얼룩진 현재를 뛰어넘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고, 그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내디딜 용기를 가질 수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