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영화

영화 <투 더 본>, 나 자신을 들여다볼 용기에 관하여

비상하는 새 2022. 3. 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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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tflix <투 더 본> 영화를 봤다. 애청하고 있는 팟캐스트 '1사라'에서 폭토 식이장애를 앓고 있는 사연자에게 김pd님이 추천한 영화였다. 가수로 이미 유명한 릴리 콜린스가 여주인공 엘렌으로 나온다. 그녀는 갈비뼈와 척추뼈가 드러나 보일 정도로 말랐다. 또한 윗팔뚝이 자신의 손가락으로 둘러지는지를 하루에도 몇 번씩 재며 본인이 말랐는지 뚱뚱한지에 대해 집착한다. 거식증으로 이미 입원 치료도 여러 차례 받았지만 증세는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엘렌의 친부는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심지어 가족 상담이 있을 때 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그녀의 부모님은 친엄마가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하면서 이혼했고 새어머니와 새 여동생과 살고 있다. 새어머니는 엘렌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가지로 노력하다 식이장애 치료의 권위자로 통하는 베컴 박사(키아누 리브스 ; 정신과 의사 역할인데 현실성이 떨어지게 넘 멋진...ㅎ)에게 데려간다. 그는 식이장애의 현상적인 증상 이면의 심리 문제를 치료하는 의료적 관점을 고수하는 사람이다. 같은 아픔을 앓고 있는 이들과 한 숙소에서 생활하며 우여곡절을 겪은 엘렌은 친엄마의 집으로 탈출한다. 친엄마의 제안으로 갓난 아기처럼 그녀의 품에 안겨 우유가 담진 젖병을 빨면서 그녀의 내0면에 변화가 생긴다. 영화 마지막 엘렌은 나무 위에서 그녀의 말랐던 과거 신체가 웅크린 채 있는 모습을 내려다보며, 저렇게 말랐었는지, 죽기 일보직전의 상태까지 갔었는지 모른 채 왜곡된 신체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었던 과거를 직면한다. 그렇게 초코바 하나를 씹어 삼킬 수 있게 되고, 조금씩 거식증으로부터 회복되어 간다. 

 

 '마름'이 지상 최대의 가치로 여겨지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거의 대부분 식이 강박을 조금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10대, 20대 여성들의 극악한 다이어트 강박을 나는 대중문화의 영향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100% 그 환경의 탓만을 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적 억압은 분명 존재하지만, 우리는 무균실에서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존재이며, 자신의 건강을 주체적으로 관리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인간들이다. 나에게 더 건강한 방법을 강구하면서 살아내야한다는 점에서, 자기 자신만의 심리적 문제들을 들여다보고 알아주는 것이 올바른 신체 이미지 확립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극 중 베컴박사는 지속적으로 엘렌에게 너는 너의 나약한 본모습을 들여다보기 무섭기 때문에 '거식증'이라는 환자적 특성을 유지하는 거라고, 그 누구도 너를 그 구렁텅이에서 구해줄 수 없다고, 그 구렁텅이에서 나오는 것은 오로지 너 자신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역설한다. 처음에는 베컴 박사의 말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러한 사고의 전환이 엘렌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베컴박사의 도움들, 같이 생활했던 환자 동료들의 관계들 모두 엘렌의 단단한 껍질에 조금씩 균열을 냈지만, 모든 좌충우돌을 경험하고 행동으로 옮긴 건 엘런, 그녀 자신이었다. 뭐가 됐든 행동하면 조금씩 바뀌고 결국 모든 게 바뀐다.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내 자신이 달라졌기에 모든 게 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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