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페미니즘

<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을까>, 정지민

비상하는 새 2022. 2. 2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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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을까?>

 

페미니즘 프레임 : 결혼

 

(191쪽)

 

프롤로그

 

벨 훅스의 [사랑은 사치일까?]에서 페미니즘이 가부장제 하의 사랑을 비판하는 데 열중한 나머지 사랑 자체를 여성들의 삶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고 말한다. 사랑에 집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거나 나약하고 의존적인 것, ‘여성적인 것이 됐고, 여자들 역시 남자처럼 관계를 통해 권력감, 섹스, 이익을 얻고자 분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삶에 사랑은 중요하다는 것, 사랑을 성취하고 지키는 법을 남녀 모두 새롭게 배워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었다. (10)

 

남편과 몇 번의 갈등을 겪으며, 나는 한남과 페미니스트를 가르는 것은 생물학적 성별이 아니라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새삼 체감했다. 의식적으로 경계하지 않는다면 강자의 위치에 선 누구나 한남이 될 수 있는 거였다. 거꾸로 말하면 날 때부터 페미니스트는 있을 수 없다. 페미니스트는 후천적이고 의식적인 지향이자, 자신을 돌아보는 매일매일의 실천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평등한 세상에 대해 날카롭게 문제 제기하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13)

 

폭력

 

애초에 결혼은 여성에 대한 소유를 사회적으로 승인하는 제도였다. 여성은 노동력이었고 재생산과 성욕 해소의 도구였으며 남성 사이의 동맹과 결속을 다지기 위해 교환되는 자원이자 그들 간 경쟁을 통해 배분되는 전리품이었다. 남성 세계는 불평등했지만, 여성을 나눠 가짐으로써 남성 내부의 불평등은 무마됐다. 식민지가 있을 때 본국 내의 계급 갈등이 완화되는 것처럼, 어쨌거나 여성보다는 위에 있다는 것이 중요했고 이는 특히 경쟁에서 탈락한 하층 남성들에게 중요했다. (27)

 

재정 계획

 

결혼의 재정 계획적 성격은 몇 세대에 걸쳐 여성이 경제적 자립을 이루며 약화된다. 여성들은 결혼에 대해 새롭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39)

 

바뀐 것은 남자들의 상황이었다. 기술 발달로 노동력의 중요성이 급감하고 유연 노동이 확대되자 4인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을 만큼 벌 수 있는 일자리 수가 지난 세대에 비해 급격히 줄었다. 그리고 이 경쟁에 여자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여성은 남성끼리의 경쟁을 통해 배당되는 트로피였지 경쟁자가 아니었다. 열외였던, 배당되던 여성들이 버젓이 경쟁에 발을 들이더니 자신보다 높은 자리를 꿰차기도 하고, 자신을 평가하며 퇴짜를 놓기도 한다는 것이 오늘날 남자들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이 넘쳐 나는 여성혐오의 맥락이 아닐까. (41)

 

자유와 평등

 

인간이란 받는 것은 적게 느끼고 주는 것은 크다고 여기는 존재라 문제다. (49)

 

미국에서 부부 관계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로스블럼 박사는 여성들은 더 많을 짐을 지고 있으면서도 그에 대해 사태를 해결하고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한 노력까지 떠맡아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51)

 

성차

 

홀리 박사는 추격자와 도망자(이성애자 부부 사이에 흔히 나타나는 관계 유형으로, 갈등 상황에서 한쪽은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반면 한쪽은 회피하며 달아남)를 가르는 것은 성차가 아니라, 관계 주도권의 유무라 말한다. 주도권이 없고 관계에서 더 많은 불만을 감수하고 있는 자가 추격자가 된다. 도망자는 남성 고유의 특성이 아니라 가진 게 더 많은 쪽이다. 상대의 불만에 정면으로 응수해 봐야 귀찮고 피곤한 일만 생기니 일단 회피하는 것이다. (66)

 

언제나 명심해야 한다. 성차, 본능, 자연 같은 단어를 들먹이는 이들은 언제나 권력을 가진 이들이었다는 것. 그들은 다만 약자들이 자신들의 믿음에 위배되는 무언가를 들고 오면 저 단어를 꺼낸다. 성차가 존재하듯 본능과 자연은 존재하지만, 그것은 동일한 모습이 아니라 언제나 해석의 대상일 것이다. (73)

 

한남

 

인간은 상상할 줄 아는 동물이라는데, 한 번 만 실제로 그 입장이 되어 보면 비교적 수월하게 깨치는 것들을 그 전에는 그토록 상상하기 어렵다. 그건 아마 그 상상이 자신의 현실과 편안한 지위를 위협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87)

 

시가

 

하지만 우리 세대는 이런 취급을 참지 않겠다고 말하는 중이다. 모두가 그렇게 살더라도 나는 그렇게 살 수 없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명절의 그림이 옛날처럼 평화롭지 않다면 그건 평화가 깨져서가 아니다. 우리는 평화를, 안전을, 자유를 이야기할 때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 의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의자가 삐걱거릴 때야 알게 된다. 약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시끄럽고 어수선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과정은 언제나 소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98)

 

출산과 육아

 

신형철 평론가의 말이 떠올랐다. “상처와 고통의 양을 저울 위에 올려놓는 일이 비정한 일인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비정한 일은, 네가 아픈 만큼 나도 아프다고, 그러니 누가 더 아프고 덜 아픈지를 따지지 말자고 말하는 일일 것이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실제로 덜 아픈 사람이다.” (109)

 

폴리아모리

 

비혼 시대

 

관계가 풍요로운 사람은 비혼이어도 풍요롭고, 빈곤한 사람은 결혼해도 빈곤하다. 두 저자는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저자) 유대 능력을 잃어 가는 현대인, 고독한 비혼자 같은 이미지는 가짜라는 걸 알려 준다. 혹은 그런 표현 속 현대인비혼자의 성별은 남성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138) -> 띵문장!!!!!!!!!!!!!!!!!!!

 

경멸

 

한국 남성들에게 결혼은 연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연애와는 다른 국면으로의 진입이다. 그들은 이제 가정과 그에 부속된 각종 노동은 아내에게 맡겨 놓고, 결혼 생활이 주는 안정감을 바탕으로 자신의 커리어에 매진하겠다고 생각한다. (148)

 

에이프릴과 프랭크(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주인공 부부)는 권태가 아니라 불평등으로 인해 파국을 향한다. 생활이 관계를 권태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이 관계를 질식시킨다. (152)

 

불륜

 

함께 살기

 

에필로그

 

실제의 삶은 다양한데 사회적 재현이나 담론은 약자들의 다양함을 담지 못한다. 더욱이 결혼한 여성들은 양방향에서 입막음을 당한다.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의 공동 필자 이성경이 썼듯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이야기하면 이상하고 유별난 여자가 되고, 얼마나 행복한지 이야기하면 부역자나 배신자가 되기 때문이다. -> 결혼하고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이야기하면 지극히 정상이시고요, 얼마나 행복한지 이야기하시면 병원에 가셔서 심리 검사를 꼭 한 번 받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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