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생 N잡러 김경희의 미낭만적 밥벌이>
(264쪽)
나는 91년생 1잡러지만 근래 n잡러를 희망하는 사람으로써, 사회 초년생을 조금씩 벗어나면서 느낀 다양한 감정들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녀도, 나도, 우리들 모두가 조금씩 서투르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살고 있다는 것에 힘이 났다.
1부. 일단 배부터 채우고 봅시다
한 끼_ 프리랜서로 살면서 생긴 기준
사회인 8년차, 회사원에서 자영업자, 자영업에서 프리랜서, 프리랜서에서 다시 급여노동과 프리랜서 일을 겸하는 사람으로 변신하며 쌓인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일할 때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일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합리적인 마감 일정, 그리고 돈. 그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에 종종 내가 일을 제안하는 주체가 될 때는 메일로 업무의 내용과 마감 일정 그리고 돈을 꼭 명시한다. 그게 일의 의미나 재미나 그 모든 것보다 중요하니까. (25)
다섯 끼_ 너는 일이고 나는 나야
일과 관련된 모든 부분을 ‘나’의 문제로 돌리다 보니 과해도 너무 과하다. 밥 먹을 때도, 책을 볼 때도, 자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도 일에서 오는 감정들에 파묻히니 하루의 시간이 온통 일로만 채워진다. 일과 나를 구분하지 못하니 어느 순간부터 일에 끌려다니게 됐다. 일에 대한 인정 욕구의 방향이 비뚤어진 셈이다. 매출이 좋지 않으면, 뭘 더 해 보면 좋을까? 생각하면 된다. 일하다 실수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면, 내가 실수했네? 조금 더 꼼꼼히 해야지 마음먹으면 된다. 책이 많이 안 팔리면, 그럴 수도 있지? 다음 책은 많이 팔리겠지 하며 다음 기회를 준비하면 된다. 외주가 안 들어오면, 경기가 안 좋구나? 여기고 자기계발을 하면 된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쉽지 않다. 쉬우면 진작 그러지 않았을까? 게다가 ‘어제의 나’와 ‘내일의 나’가 갑자기 생판 다른 사람으로 바뀔 리도 없는 법. 그러지 말아야지 구구절절 길게 써놓고도 앞으로 계속 그럴 것 같다. 밥벌이 10년 차가 되면 좀 달라지려나? (49)
열한 끼_ 나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결제하며 정신없이 보는 사이 30대가 됐다. 분명 화면 속에는 30대, 40대, 50대가 되어서도 자기 경력을 쌓아가며 일하는 여성들이 잔뜩인데, 불안하다. 당장 내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결혼하고 임신을 하면서 일을 그만두었다. 나에게 좀 더 현실적인 본보기가 필요했다. 나는 결혼 대신 비혼을 택했고, 나의 열망은 결혼 자금 5000만 원이 아닌 내 집 마련을 위한 5억원으로 변모했다. 나는 계속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아무리 여성의 삶이라 한들 저 멀리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삶은 와닿지 않았다. 나와 같은 정서를 가진, 멀지 않은 곳에서 일하는 여성의 삶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의외로 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내 책장에 꽂힌 책을 쓴 여성 작가들이 40~50대가 되어서도 경력의 정점을 만들어 나가며 일하고 있었다. 카피라이터에서 작가로, 작가에서 팟캐스트 진행자로 삶의 방향키를 바꿔내며 살아가는 김하나 작가. 잡지 에디터에서 작가로 변신해 살아가는 황선우 작가. 결혼하고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글을 쓰고, 글쓰기 수업을 하고, 북 토크 행사를 진행하며 살아가는 은유 작가. 그뿐인가? 프리랜서로 혼자 살아가는 신예희 작가까지. 때로는 각자가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굉장한 큰 힘이 되기도 한다. 그들이 겪어내고 있는 시간은 누군가에게 10년 후를 그릴 수 있게 해주니까. 나는 이들을 보며 나의 40대, 50대가 기대되기까지 했다. 삶의 롤모델. 일하는 여성들이 보인다. 나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죽을 때까지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99)
2부. 일하려고 사는지 살려고 일하는지
스물한 끼_ 돈을 버는 것과 말의 무게를 견디는 것
1주 전 강연을 끝내고 질문을 받는 시간이었다. “작가님처럼 좋아하는 일을 찾고 돈을 벌 수 있는 삶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저는 너무 힘들어요. 매달 부모님에게 생활비도 드려야 하고, 학자금도 갚아나가야 하고....”라는 질문이 날아들었다. 내가 겪어본 적 없는 삶의 무게였다. 어떻게 가능하냐는 말에 ‘저도 모르겠네요’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답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결국 내가 내뱉은 말은 “아.... 그렇죠. 힘들겠네요. 다 힘들죠. 맞아요” 이후에 어떻게 마무리가 됐는지, 그분의 표정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잊었다. 그런데 불현듯 그 기억이 떠오르며 내가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몰랐다. 좋아하는 일을 찾을 시도 자체가 사치인 사람들이 있다는 걸. 부모님 집에서 얹혀사는 내게 당장 내 한 몸 뉠 곳에 대한 불안은 없었다. 굶어 죽을 일도 없었다. 내가 두 번의 퇴사와 창업을 할 수 있었던 건 내가 용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그런 선택을 해도, 설사 그 선택이 실패라 해도 겪게 될 위험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험에는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누구에게는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내가 건넨 말이 도움이 됐다고, 용기를 얻었다고, 혹은 글쓰기를 시작해서 책을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내 삶을 기본값이라 여기며 떠든 게 건방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의 끝자락, 이어지는 봄 학기 강연 제안을 거절했다. 확고한 말의 무게 때문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내 이야기가 도움이 될 수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내 삶이, 내가 내뱉는 말이 좌절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덜컥 사람들을 모아 놓고 말을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다. (179)
3부. 일에 치이지 않으려면
스물두 끼_ 저는 뷔페를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자기 직업을 타고나. 누구는 짜장면 집 주방장으로, 누구는 일식집 주방장, 누구는 한식집 주방장으로. 그런데 너는 뷔페 운영하는 사람으로 태어난 거야. 짜장도 만들 수 있고, 회도 뜰 수 있고, 다 할 수 있는 거야.” 뷔페라니. 나는 이것도 저것도 다 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끈기가 없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게 많아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었던 거였다. 선생님은 내가 일도 곧잘 하고, 일복도 타고났으니 어느 정도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지겨워지는 거라고 덧붙였다. (187)
스물네 끼_ 질투는 나의 힘
사람을 미워하는 것도 에너지가 드는 일이라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질투가 삶의 원동력이 되다니, 이거 참 어디 가서 말도 할 수 없다. 여러분, 제 그릇은 간장 종지만 해서 타인의 성과를 마냥 응원해주지는 못하고, 끊임없이 스스로와 비교하며 저 자신을 갉아먹습니다. 게다가 멋도 없다. 마음을 고쳐먹자. 타인의 성과를 축하하며 자극받는 정도까지만. ‘아,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이제 침대에서 일어나볼까? 시간을 알차게 보내보자고!’의 마음까지만. 건강한 자극과 질투는 한 끗 차이라 생각하며, 질투의 감정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대신 질투 자체에는 너무 에너지를 쏟지 말자고 다짐하며. (203)
스물여덟 끼_ 믿는 만큼 자란다
실제 능력이 3인데, 8처럼 보이게 하는 것도 능력이다. 물론 들통날 수 있겠지만, 내가 가진 3의 능력마저 0으로 만들어 버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지 싶다. 그리고 믿어야지. 누군가 내게 일을 함께하자고 했을 땐 어쩌면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나의 능력을 알아챈 것일 수도 있으니까. 함께하다 보면 8 혹은 10의 능력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러니 스스로를 평가할 때는 더하기 3을 한다. 믿는 만큼 자란다.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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