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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35

<얼어붙은 여자>, 아니 에르노

(250쪽) 꿈많은 여성이 어떻게 가정주부로서 박제되어 가는가에 대한 가슴아픈 소설. 실제로 아니 에르노는 이 책을 남편에게 헌정하고 출판 후 이혼했다고 한다. 가부장제가 공고한 지금 결혼이라는 세계에 종속되면 어떻게 불평등이 시작되는 가에 대한 찢어지는 고통이 느껴진다. 진짜 삶, 행복, 안정을 결혼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책이다. 그러한 형이상학적인 만족감을 위해 자신의 현실은 노예로 전락한다는 뼈아픈 진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동네의 ‘보바리 부인’ 같은 여자들이든, 허황한 몽상에 대해서는 담쌓고 사는 여자들이든, 모든 여자는 낭만적 감수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증명된 사실이다. 어째서 남자들은 모두 그것에 대해 역정을 내는 것일까? 심지어 내 아버지, 시간이 흘..

책/페미니즘 2022.03.02

<여자들은 다른 장소를 살아간다>, 류은숙

(207쪽) 부엌 여성에게 주어진 역할과 관계맺음에서 부엌이란 말뚝과 거기 묶인 줄을 누구도 시원스레 제거하지는 못했다. 왜 말뚝이냐 하면, 부엌에 있지 않더라도, 부엌에 있을 필요가 없더라도, 부엌에 있어야 할 존재라는 사회적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부엌에서의 역할을 기대받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소위 ‘바깥일’을 하더라도 부엌과 관련한 수발노동을 요구받거나 부엌일을 하는 존재에게 ‘큰일’을 맡길 수 있느냐는 평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10) 시간과 장소는 인간 삶에서 중립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인간의 하루는 24시간이라지만, 누구나 24시간을 공정하게 누리지는 않는다. 누구는 각종 수발노동을 받아 가며 24시간의 몇 배를 누릴 수 있고, 누구는 각종 수발을 바치느라 자기 시간이란 걸 못 가질 수..

책/페미니즘 2022.02.26

<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을까>, 정지민

페미니즘 프레임 : 결혼 (191쪽) 프롤로그 벨 훅스의 [사랑은 사치일까?]에서 페미니즘이 가부장제 하의 사랑을 비판하는 데 열중한 나머지 사랑 자체를 여성들의 삶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고 말한다. 사랑에 집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거나 나약하고 의존적인 것, ‘여성적’인 것이 됐고, 여자들 역시 남자처럼 관계를 통해 권력감, 섹스, 이익을 얻고자 분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삶에 사랑은 중요하다는 것, 사랑을 성취하고 지키는 법을 남녀 모두 새롭게 배워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었다. (10) 남편과 몇 번의 갈등을 겪으며, 나는 한남과 페미니스트를 가르는 것은 생물학적 성별이 아니라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새삼 체감했다. 의식적으로 경계하지 않는다면 강자의 위치에 선 누구나 한남이 될 수 ..

책/페미니즘 2022.02.25

<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 김명희

페미니즘 프레임 : 몸 (209쪽) 뇌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공격성, 여성호르몬인 옥시토신은 돌봄이나 애착과 관련 있다. 그래서 남성은 진취적, 지배적 성향을 갖고, 여성은 타고난 모성애와 돌봄 성향을 갖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폴스키 같은 뇌과학자는 최신의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면서, 공격성은 테스토스테론보다 사회적 학습과 더 관계있고, 테스토스테론으로는 사람들 사이에 누가 더 공격적인지 설명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그렇다고 이 호르몬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테스토스테론의 역할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사폴스키 책에 소개된 유명한 실험연구에서 서열이 확실한 탈라폰 원숭이 무리 중간 서열에 해당하는 원숭이에게 테스토스테론을 과량 주입하여 그들의 공격성 수준을 높..

책/페미니즘 2022.02.24

<셀프 혁명>, 글로리아 스타이넘

글로리아 스타이넘 (422) I. 자긍심이란 무엇인가? 흑인이나 유대인들이 비싼 곳이든 싼 곳이든 식당이나 바의 출입이 거절당하면 그에 대한 항의에는 아무 거리낌 없이 찬성하면서도, 인류의 절반이자 흑인과 유대인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문제에는 왜 좀 더 진지하고 심각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그 진실은 내가 나 자신을 포함해 여성과 관련된 건 뭐든지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으려는 사회의 시각을 그대로 내면화했기 때문이었다. 자긍심이 낮아서였을 뿐이지 결코 논리적인 시각은 아니었다. (20) 어째서 자긍심에 관한 시민들의 관심과 정부, 종교단체, 언론기관들의 지원 사이에 그런 분열이 생기는 것일까? 나는 그 이유가 내전 권위 inner authority에 대한 발상 자체가 외부로부터 명령을 받는 것에 익숙한 ..

책/페미니즘 2022.02.23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 우리가 꿈꾸는 모계사회의 부활

1995년 마를린 호리스 여성감독의 영화. 모계사회의 부활에 대한 판타지적 영화였다. 1시간 5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 4대에 걸친 시간의 흐름 설정으로 중간중간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감은 조금 떨어지지만(여성 판타지로 점철된 남성 캐릭터들) 모계사회의 부활을 꿈꾸거나 상상해본 이들에게 이미지적으로 실현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이미 이 영화의 목적은 달성되고도 남았다. 영화적 설정에서 주의 깊게 봤던 지점이 3가지 있었다. 그녀들이 자립적 경제 주체(농부/화가/교수 등등)로 삶을 꾸린다는 점, 성적 욕망과 에너지를 억압하지 않고 분출하고 충족시키며 즐기며 산다는 점, 마을에서 소외된 자들까지 그들의 공동체에 품어안는다는 점이었다. 가장 통쾌했던 장면은 홀아비인 바스가 과부인..

미디어/영화 2022.02.21

영화 <거룩한 분노>

2016년 개봉한 영화와 비슷한, 여성 투표권 쟁취를 담은 여성해방영화이다. 여주의 조카. 여주의 친오빠가 대를 이어 농부가 되었는데, 조카는 자신의 엄마(남편 뒷바라지)처럼 살기 싫다고 하다가 결국 정신병원까지 강제입원됨... 여주. 지구본을 보면서 자식들에게 하는 말. 깊은 바닷속 물고기들은 해수면 위, 강렬한 빛을 내뿜는 해와 그 해가 뿜는 빛이 있다는 걸 모른다는 걸 은유적으로 얘기한다. 여주의 시아버지. 가부장 꼰대의 전형. 남편은 맥주마시면서 신문이나 보고 여주는 앞치마 두르고 식탁 정리. 가부장제가 아내를 착취하는 구조라는 걸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나 또한 어렸을 때부터 지겹도록 봐온 일상적 착취의 현장. 결혼 전 했던 일을 파트타임으로라도 해보고 싶다는 여주에게 지루하면 다시 임신시켜..

미디어/영화 2022.01.27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종이책, 291p) 1부. 태초에 목소리가 있었다 -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 젠더(gender, 성별) 문제는 사적인 문제거나 하찮은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모순이다. 그래서 젠더 문제는 당연히 이해 관계, 권력 관계의 충돌이다. 남성 권력은 분명, 여성을 억압하는 ‘적’이다. 어떤 의미에서 여성운동은 여성도 세상으로 나오겠다는(‘출세’하겠다는), 남성과 함께 사회를 책임지겠다는(‘권력을 잡겠다’는), 여성도 먹고 살겠다는(‘파이를 빼앗겠다’는)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안다. 장애인이나 노동자가 인간으로서 권리를 주장할 때와는 다르게, 자기 권리를 외치는 여성을 사회가 얼마나 싫어하는지를. 여성에게는 언제나 권리보다 도리(의무)가 우선적으로 요구된다는 사실을.. ..

책/페미니즘 2022.01.19

영화 <아멜리에>

영화 가 개봉 20주년을 기념하여 요즘 영화관에서 재개봉되었다. 20대 초반에 이 영화를 보곤 프랑스 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느꼈고, 정말 귀엽고 예쁜 오드리 토두를 보면서 나의 삶에도 작은 균열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길 기대하기도 했었던 기억이 난다. 30대 초반에 다시 본 영화 는 'bbc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라는 거대한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마냥 행복하고 달콤한 감상에만 젖을 수는 없었다. '여-남' 관계 설정에 비관적 시선이 굳건한 지금 영화의 엔딩이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고, 불편하기까지 한 것이다! 자기의 세계에만 갇혀 지내던 아멜리가 주변과, 타인과 관계 맺고 그 영역이 넓어지게 되는 어떻게 보면 성장(?) 스토리가 원색의 색채대비, 동화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연출로 아름다운 영..

미디어/영화 2022.01.16

<우리 속에 숨어 있는 힘>,미리암 그린스팬

1부. 아버지가 가장 잘 안다 : 전통적인 심리 상담의 실패 1장. 전통 이론에 대한 소개 1. 무엇이 문제인가? - 심리 상담을 몇 년씩 받아도 여전히 상실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수백만 여성들이 있다. 자신의 문제가 어린 시절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등 자신의 문제에 대해 보다 폭넓은 이해를 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제가 해결된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문제는 바로 자신이라는 확신감을 갖게 된다. 가시적인 어떤 치료책도 없이 ‘남성 전문가’의 덫에 걸린 ‘여성 환자’가 되어 버린다. 그러나 자기 자신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 전통적 심리 상담은 환자의 개인사를 탐구한다. 그러나 문제의 진정한 근원을 탐색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성..

책/페미니즘 202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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