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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세이 29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_최승자

- 호칭에 관하여 “그래, 난 아줌마다. 아저씨 없는 아줌마다.” 이런 호칭 외에도 내가 얼마간의 충격과 함께 받아들여야 했던 또하나의 호칭은 ‘선생님’이라는 호칭이었다. 언제나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입장이었던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선생님으로 불리는 일을 당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그 일은 내가 첫 시집을 낸 얼마 뒤에 일어났다. 시집을 낸 뒤 아주 이따금씩 독자에게서 전화나 편지를 받기 시작했는데 그 편지나 전화 속에서 내가 선생님으로 불리게 되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충격과 더불어 어떤 정신적인 반성까지 치러야 했다. 그건 이제 내가 받아야 할 위치를 지나 어떤 식으로든, 그리고 내가 결국 줄 수 있든 없든 간에 주어야만 하는 위치로 옮겨와 있다는 반성이었다. 사람은 태어나 성장하면서 가족과 이웃과 ..

책/에세이 2022.11.25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정지우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서문 이런 세상에 살 줄은 몰랐더라도 1부 관계: 불신의 시대에 타인을 초대하기 지렁이는 비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사람 외로웠나 보다 MBTI로 사랑하는 법 ‘반박 시 니 말이 맞음’, 소통인가 불통인가 “저요?”에 숨겨진 것들 내 안의 아재와 싸우기 무엇이 폭력인지 아는 시대적 감각 나는 놀라서 뭐 저런 인간들이 다 있나 싶었는데, 주인인 젊은 여자는 이미 익숙한 듯 아무렇지도 않게 그들이 원하는 대로 대접을 해주었다. 아마 낡고 오래된 동네에서 몇 없는 수요층이라 그랬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이곳이 옛날 다방 같은 곳인 듯했고, 그렇게 예의도 에티켓도 인간으로서의 품위도 갖추지 못한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었다. 그들이 살아온 세월을 알 것 같았다. 몇 천 원으로..

책/에세이 2022.09.07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서늘한여름밤

(240) 프롤로그 / 습관처럼 불행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by서늘한여름밤.8 1부 사랑은 사랑으로 시작될까 : 사랑의 시작 나는 사랑이 필요한 고무나무.14 연애 없이 혼자만의 삶을 잘 가꾸는 사람들은 여러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스스로를 흠뻑 채울 수 있는 취미나 취향,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친밀한 관계, 혹은 자기 자신에게 내린 단단한 뿌리 같은 것. 사실 이들은 혼자라 말할 수는 없다. 연애를 하지 않을 뿐이지, 다양하고 의미 있는 것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나는 홀로 생태계를 만들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했다. 아니, 맞지 않았다. (18) 나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는다.20 최악의 나와 최고의 나.25 최악의 나를 사랑해달라는 건 이기적인 마음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기적..

책/에세이 2022.08.29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정지우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245 1부 여행이란 무엇인가 1장 여행의 시작 : 왜 여행을 떠나고 싶을까 episode 베네치아에서 만난 사람들 도시와 일탈 도시는 우리에게 삶의 형식과 안전망을 제공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삶의 모든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완벽함 때문에 우리는 도시에서, 그 도시 속에 붙박인 우리의 현실에서 떠나고 싶어진다. 그 이유는 태곳적의 자유에 대한 갈망 때문인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인간이 언제ᅟᅡᆫ 배은망덕한 자유를 원해 왔으며 시대가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도 그 욕망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모순적이게도, 변덕스럽게도, 용납하고 싶지 않게도 자유와 안락이라는 두 가지 삶의 방식을 모두 원한다. 인류는 그 두 가지를 모두 성취하기 위해 역사를 발전..

책/에세이 2022.08.19

<우리가 매일 차를 마신다면,> 맥파이 앤 타이거

(202) Prologue 차를 만드는 사람은 차를 닮았다는 생각이 스쳤어요. 10년 넘게 차를 덖고, 더 잘 만들기 위해서 고민하는 시간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차의 물성을 닮는 것일지도요. 아무리 혹독한 겨울이라도 봄이 오면 잎을 내는 차나무에서 ‘하루하루 정진하는 삶’을 떠올립니다. 어느 해, 지독한 냉해가 몰아치던 하동의 봄에도 딱 오늘 하루만큼 자라나는 새잎을 보며 ‘정성껏 지금을 사는 삶’을 느낍니다. 찻잎을 따고, 말리고, 덖어내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맛있는 차가 탄생하는 걸 보고는 ‘과정이 탄탄한 삶’을, 작년보다 올해, 올해보다 내년에 더 맛있는 차를 만들기 위해서 끊임없이 연구하는 다원 선생님을 보면서 ‘겸손한 자세로 배우는 삶’을 봅니다. 차를 만들다가도 좋아하는 향이 올라오면 바쁜..

책/에세이 2022.07.06

<숲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

(271) 프롤로그 골수를 맛보는 삶 1장 제철에 블랙베리를 따는 삶 시골에서 자본주의 활용하기 남편이 기자를 할 때는 그렇게 쉽게 그만두라고 말하지 못했다. 지금보다 돈을 훨씬 더 많이 벌었으니까. 대신 노는 것, 소비하는 것은 별개였다. 이메일 구독 서비스나 남편의 기고 활동을 쉽게 그만둘 수 있는 것은 돈을 적게 벌기 때문인데, 대신 따로 놀 거리를 찾아서 시간과 돈을 쓸 필요가 없다. 이제 우리의 일상은 인내하며 생산하는 것과 소비하는 즐거움으로 나뉘지 않는다. 생산을 하면서 즐거울 수 있는 일을 한다. 우리 가족의 경제 활동의 기준을 생각해봤다. 동물적인 생존을 해결한 후에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생산 과정에서 부품이 되거나 소모되는 게 아니라, 생산 과정을 놀이로 만들 수 있을까? 돈을 버는 ..

책/에세이 2022.06.24

<집 나간 의욕을 찾습니다>, 김파카

(173) 첫 번째, 이럴 생각은 없었는데 독립 일 바깥에서 지내면서 놀랍게도, 나는 별로 하고 싶은 게 없었다. 조금만 쉬면 금세 뭔가 하고 싶은 게 생길 줄 알았는데, 전혀! 긴 여행에서 딱 하나 얻은 게 있다면 스스로를 멀찍이 떨어져서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나는 남들이 알아주는 회사에서 일하거나 대단한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게 아니었다. 정말로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32) 두 번째, 월급 말고 돈 좀 벌어보려다가 세 번째, 하고 싶은 일로 먹고살기 필명을 하나 만들어 새로운 계정을 개설했다. 이 정도 크기면 금방 채울 수 있겠다 싶을 만큼 작은 종이에 그림을 매일 하나씩 그려보기로 했..

책/에세이 202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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