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직업은 미래형이라서요>
마흔 너머를 준비하는 여성 프리랜서를 위한 유쾌한 제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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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여성 프리랜서를 위한 ‘족보’를 쓰는 마음으로
정보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도 너무 많아 이제 백과사전 같은 건 빈티지 가게의 소품이 되어버렸지만, 내가 알고 싶은 모든 게 인터넷에 있는 건 아니었다. 콩나물국 끓이는 법 정도야 유튜브에서 10초면 찾을 수 있지만,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인터넷 세계에 없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 나이가 들수록 일터에서 언니들은 사라져가고, 내 주변의 나이 든 여성 프리랜서는 손에 꼽으며,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공고한데, 여성에 대한 혐오는 눈에 띄게 느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답. 계속, 질문만 늘었다. ex. 프리랜서로 계속 살 수 있을까? 독립적이면서 자유로운 노동이라는 게 정말 가능할까? 여자가 마흔이 넘어서도 일터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질문에 답하는 이를 쉽게 찾을 수 없는 건, 시대가 너무 빨리 변해 예전의 답이 지금의 답이 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각자의 상황이 모두 달라 표준화된 정답이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삶에 대한 거시적인 해답은 현자들이 많이 주었겠지만, 당장 하루치 일상에 대한 힌트는 나와 비슷한 환경에 처한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다. (9)
Part 1. 여기, 나이 많은 여자 프리랜서 있습니다!
① 프리랜서 글 노동의 기쁨과 슬픔
밥벌이로서의 글쓰기 : 글 노동자는 어떤 일을 할까? ‘장래 희망’란에 ‘작가’나 ‘칼럼니스트’를 적는 이들을 위해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내 기준에서) 글로 밥벌이하는 경우는 보통 세 갈래다. 하나는, 내가 낸 책의 인세를 받는 경우다. 기성 출판사를 통해 낸 책의 인세는 보통 10%로, 15,000원짜리 책을 한 권 팔면 1,500원이 내게 돌아온다. 단행본은 보통 한 번에 2,000권을 찍는다는 걸 고려하면, 처음 찍은 책이 다 팔려야 작가에게 300만 원이 주어지는 셈이다. 독립 출판물은 내가 작가이자 출판사이기 때문에 이익이 더 많이 남지만, 영세한 규모 때문에 인쇄나 유통 등의 공정 단가가 높아져 막상 다 팔아도 결과는 크게 차이 나지 않을 때가 많다. 책에 딸려 나가는 괜찮은 굿즈라도 하나 만들면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도 힘들다. 작가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이 방식으로 생계를 유지할 거라 기대하지만, 인세로 목에 풀칠하며 사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내 책이 영화나 드라마 같은 2차 콘텐츠로 만들어져 저작권료를 챙길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그것도 다 원작이 잘 나갔을 때의 이야기다. 그래서 작가들은 보통 다른 일을 함께 한다. 어떤 기관이나 기업의 글 콘텐츠를 외주로 만들어주는 일이다. 종이책이 사라지는 시대라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만큼 콘텐츠가 대량으로 유통된 적도 없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한 행사의 결과 보고집, 지역 관광 홍보용 책, 기업의 사보와 홈페이지, 각종 보도자료와 온라인 홍보물, 갤러리의 작품 설명, 웹툰/웹드라마의 시놉시스와 스토리, 제품 사용설명서 등. 다양한 곳에서 글을 필요로 한다. 나도 강원도 영월군청과 함께 영월을 홍보하는 책 [그렇게, 영월], 서울시 관악구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과 함게 지역 상인 인터뷰 콘텐츠, 서울시 청년허브와 함께 프로젝트 성과집을 만들기도 했다. 대체로 이런 글에서는 작가가 누구냐는 중요하지 않기에, 프리랜서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글쓰기와 관련된 각종 강연을 하는 경우다. 소설가는 인세보다 강연료로 먹고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강연료가 높아서 그런 게 아니라 글값이 그만큼 싸기 때문이다. ‘내 삶의 첫 문장 쓰기’, ‘작가 지망생을 위한 소설 수업’, ‘하루에 열 문장씩, 꾸준히 글쓰기 습관 기르기’ 등 다양한 강연이 열린다. 나는 주로 독립 출판물 강연을 한다. 지역 문화센터, 시민을 위한 아카데미, 각종 모임에 불려다니다 보면, 글 노동자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말을 잘하는 능력까지 갖추어야 하는 건가 싶다. 만약 인세로만 먹고살 수 있다면 작가라는 호칭에 떳떳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 어깨가 펴질 것 같기는 하다. 그건 ‘작가’가 ‘예술가’의 카테고리에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예술가! 멋지지 않은가! 그러나 ‘글 노동자’라는 말은 ‘노동자’의 카테고리에 있다. 누군가의 인생을 대신 써주거나 그의 말을 정리해주는 일도 가치 있고 재밌는 일이지만, 그런 일을 할 때 나는 스스로를 ‘노동자’로 정의한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글을 써내고, 프로젝트 목적에 맞는 글을 생산하고, 감동은 없을지언정 필요한 말이 다 들어가도록 만든다. 글로 만드는 것이 꼭 예술이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글로 먹고살겠다는 꿈을 꾸려면, 구체적으로 글이라는 게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답을 먼저 찾아야 한다. 소설만 쓰며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싶은지, 아니면 글이라는 도구를 통해 밥벌이를 하고 싶은지 말이다. (19)
글 노동의 기쁨과 슬픔 : 직업으로서 글 노동의 장점은 노동 장소와 시간에 제한이 없다는 거다. 어디에서 써도 노트북 한 대만 있으면 거뜬하다. 외주를 받다 보면 세상의 온갖 일에 기웃거려 볼 기회도 많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분야에 대해 아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 다른 노동보다 오래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글쓰기 역시 ‘엉덩이 싸움’인지라 오래 앉아 있다 보면 골병이 들고, 결국 체력이 좋은 자가 이긴다는 풍문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나이가 들어서도 하기 좋은 직업이다. 단점은 외주 글쓰기의 경우 진입 장벽이 낮아 경쟁이 치열하고, 경력이 쌓인다고 해서 꼭 급여가 올라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글값은 다른 작업 결과물값에 비해 싼 편이다. 원고지 매당 1만~2만 원 수준이라 하루에 한 편 꼴로 글을 ‘찍어내야’ 한 달에 300만 원을 벌 수 있다. (20)
내 삶의 이야기를 쓰고 팔아야 하는 일이기에 :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 노동자로 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 노동자로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을 많이 알려야 한다. 조직에 적을 두었었다면 그곳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알리자. SNS에 할 수 있는 일을 어필하고, 주변에 글 노동자가 있다면 일을 나눠달라고도 해보자. 아무도 내게 글을 맡기지 않는다면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써서 내 SNS에 꾸준히 쌓자. SNS가 포트폴리오가 되는 세상이지 않은가. 직접 만든 독립출판물도 포트폴리오가 되어 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내가 꾸준히 초점을 둘 주제를 잡자. 시인이 아닌 글 노동자에게 글은 메시지를 전하는 도구이지 메시지 자체는 아니다. 에세이스트로 살고 싶다면 자신이 쓸 수 있는 에세이 주제를 생각해보자. 마트 노동자로서의 삶에 대해 쓸 수도 있고, 다자연애에 대해 쓸 수도 있을 거다. 당장 쓸 만한 한두 가지가 떠올랐는가? 하지만 질문은 여기부터다. 그 이야기를 다 쓴 다음에는 뭘 쓸까? 에세이스트로 산다는 건 자신의 일상에서 독자가 읽을 만한 재료를 꾸준히 찾으며 산다는 뜻이다. 출판 시장에서 문장력보다 콘텐츠가 더 힘을 발휘하는 요즘, 글솜씨를 갈고 닦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자신 안에 어떤 이야기가 있느냐이다. (21)
② 프리랜서로서 전문성을 갖출 수 있을까?
이런 시대에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된다는 것 : 세상에서는 대략 이런 조건을 갖춘 사람에게 ‘전문성이 있다’라고 하는 것 같다.
첫째 조건은 “그 사람 아니면 안 돼”라는 평가다. 웹툰 작가 A의 웹툰은 오직 A만 만들 수 있다면, 신발 디자이너 B의 신발은 오직 B만이 제작 가능한 것이라면, 번역가 C의 번역에 고유성이 있다면 세상은 그를 전문적이라고 평가한다. 굳이 그 분야의 최고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대를 졸업한 이에게는 우습게만 보이는 선 몇 줄로 그림을 그리는 웹툰작가라도 독자들이 그 그림을 좋아하고,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스타일을 가졌다면 전문성이 있다고 본다. 둘째는 “그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야”라는 평가다. 업계의 진입 장벽이 높은 경우다. 글쓰기처럼 누구나 펜과 종이만 들면 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영역에서는,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누구도 전문성을 인정받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예를 들면 배관을 고치는 일은 누가 생각해도 하루 이틀 배워서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직원 중 한 명을 골라 ‘일단 네가 해 봐’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영역이다. 그럴 때 우리는 그 분야가 전문적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조건은 ‘인플루언서’ 여부다. 실제로 그 사람이 옷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 트레이닝을 얼마나 잘 시켜주느냐보다 그가 얼마나 팬이나 팔로워를 많이 확보했느냐가 그의 전문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정교한 그림보다 SNS에서 ‘좋아요’를 많이 받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원하고, 완벽한 배합의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보다 유튜브 천만 구독자를 가진 바텐더와 일하고 싶어한다. 영향력은 전문성에 대한 이 시대의 새로운 기준이다. (27) |
프리랜서는 전문성을 어떻게 기를까 : 하나의 방법은 SNS를 멀리하는 자신을 ‘쿨’하게 여기지 않는 자세를 갖는 것.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영향력을 구축해나가는 것은 이 시대에 프리랜서로 사는 사람이라면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이다. 둘째 방법은 일과 상관없더라도 고유한 스타일을 담아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지만 먹고 살기도 바쁜데 언제 내 브랜드가 드러나는 작업물을 만들까? 나는 어떤 일을 선택해서 내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일단,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내게 들어오는 일의 결을 하나로 맞추는 전략을 추천한다. 외주로 들어오는 일들로 브랜드를 만들기 어려우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나눠서 균형을 잡아볼 수도 있다. 그러나 두 가지 일을 한 번에 하려면, 둘 중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의 벌이가 생계를 유지할 만큼 충분해야 한다. (30)
뭐든 일단 해보는 용기로부터 : 글을 가장 잘 쓰는 사람이 작가가 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못난 글을 세상에 지속적으로 내보이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작가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전문성을 가지는 게 프리랜서로서 오래 살아남는 수월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프리랜서로서 오래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그의 전문성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31)
③ “제가 프리랜서가 맞을까요?”
직업을 묻는데 프리랜서라고 답하는 건 어쩌면 엉뚱한 일 : 프리랜서는 사실 직업이 아니라 노동 형태다. 특정 기업 등 조직에 속하지 않고, 개인으로서 독립적인 노동을 제공하는 것을 일컫는다. 어떤 조직에 속하지 않은 개인이라는 정의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서 웬만한 노동 형태를 다 포괄한다. 개인사업자와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는 사진작가는 프리랜서다. 사업자는 있지만 사무실은 없는 번역가도 프리랜서다. 케이크를 만들어 배달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사무실 없이 공용 키친을 이용하는 파티셰도 프리랜서다. 사업자도 사무실도 없이 집에서 포스터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도 프리랜서다. 정리해보면 프리랜서는 사업자나 ㄴ사무실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으며, 그들이 제공하는 노동 역시 사회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형태가 아닐 수 있다. 그렇다면 조직 밖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프리랜서일가? 특정 일을 하는 프리랜서를 정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은 없을까? 혹시 그 일로 얻는 수입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걸까? (35)
생계가 달린 일만 직업일까 : 회사에서 받는 연봉이 적은 사람이라고 해서 그를 회사원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처럼,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버는 돈이 생활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해서 그가 프리랜서로 불릴 수 없는 건 아니다. 일을 정의하는 것은 단순히 수입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는 테스트를 통과해서 자격을 취득해야 하는 직업도 아니고, 요건을 채워야만 가입이 되는 조직 구성원도 아니다. 자신을 ‘ㅇㅇ하는 프리랜서’로 정의하는 것은 자신이다. (37)
④ 여성 혐오 사회에서 여성으로 일하기
페미니스트, 뭐 그런 거냐고요? : 권력이란 어쩌면 ‘그런 거’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인지도 모른다. 고민하지 않고 질문할 수 있는 힘일지도 모른다. 힘 있는 자들의 질문은 그래서 ‘실례가 안 된다면’, ‘괜찮으시다면’ 따위의 사족 없이 깔끔하다. (42)
욕을 하지 않는다고 혐오가 아닌 것은 아니다 : 칭찬과 진심이 담긴 조언이라고 해서 그것이 혐오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언젠가 남미를 여행하는 동안 나는 아시아 여자에게 따라붙는 집요한 캣콜링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아시아 여자를 만만히 보는 시선 때문에 보안 검사를 편안하게 통과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보안 검색대에서 깐깐하게 굴지 않는 그들의 태도 깊은 곳에는 무엇이 있었나? 검은 머리의 작은 여자를 보는 그들의 시선에는 무엇이 있었나? ‘귀여워서’, ‘보살펴주고 싶으니까’ 따위의 말에는 상대를 자신과 동등한 위치로 보지 않는 무시와 폄하가 깔려 있다. 귀여운 애완동물 취급을 받는다고 기뻐할 사람은 없다. (46)
여성 혐오에 대처하는 나만의 방법 : 소위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과 있을 때만 적극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을 비롯한) 여성을 얕잡아 보는 말을 했을 때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칭찬을 받았던 게 아닐까? 그런 행동이 지속적으로 보상받았기에 자기도 모르게 그것을 반복하는 게 아닐까? 그가 그런 말을 할 때면 나는 이상하게 화가 나기보다는 좀 슬펐다. (48)
초롱’s TIP) 여성 혐오에 대처하는 나만의 방법 미러링 기법 : 혐오의 말을 흉내 내는 미러링 기법은 치사하지만 쉽게 쓸 수 있다.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나의 존엄성 훼손도 감수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못 알아듣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함정! ex. Q) 어리고 예쁜 분하고 함께 일하니 일이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A) 저도 어리고 잘생긴 분하고 일하면 일이 더 잘될 텐데요. Q) 왜 이렇게 예민해. 그날이야? A) 누구 씨는 오늘 기분이 좋아보이네요. 몽정하셨어요? (연예인 김숙 어록) 정의 묻기 기법 : 김영민 교수님의 ‘추석이란 무엇인가’ 칼럼으로 유명해진 정의 묻기 기법이다. 무엇을 말하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상대를 잠시 멍하게 만든다. 자칫 상대방의 장광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 ex. Q) 결혼해서 남편한테 일하라고 해요. 내가 여자라면 그렇게 살 텐데. A) 결혼이란 무엇인가요? 너는 듣기만 해 기법 : 질문과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함으로써 상대의 화살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이다. ex. Q) 여자들은 이런 일 하기 힘든데 대단하네요. A) 큰일은 여자가 해야죠. Q) 저는 여자는 집에서 살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A) 중요한 일은 여자만 해야 한다는 편견을 버려보세요! 안개 기법 : 이것은 대답을 한 것인가 하지 않은 것인가 모호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공격적인 대답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쓰기 좋다. 상대방의 입을 막기에도 효과적이다. ex. Q) 누구 씨는 참 예뻐. 애인 있어? A) 애인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죠. 앵무새 기법 : 상대방이 한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함으로써 자신의 말에 얼마나 혐오가 담겨 있는지 본인이 다시 듣게 하는 방법이다. 경악하는 표정을 함께 지으면 효과가 좋다! ex. Q) (회식 자리에서) 술은 여자가 따라야 맛있지. A) (경악하는 표정과 함께 큰 소리로) 술은! 여자가! 따라야! 맛있다고요? 실망 기법 : ‘그런 말을 하다니, 난 네게 실망했다’는 제스처를 간접적으로 표현해주는 방법이다. 자신의 말을 돌아보게 하는 효과가 있다. ex. Q) 난 여자들이랑 일하는 게 불편해. 너무 예민하잖아. A) 아.. 왠지 그런 말 하실 분 같았어요. |
⑤ 결혼했으니까 프리랜서로 살지?
⑥ 그 많은 40대 여자들은 다 어디로 갔나
‘여자가 일하기 좋은 기업’에서라면 롤모델을 만날 수 있을까 : 회사가 자랑하는 ‘여자가 일하기 좋은 기업’의 의미는, 삶을 일에 바치기보다 가정이라는 ‘본업’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돈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다는 데 있었다. 어쩌면 회사에 삶을 바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무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딱 어울리는 일일지 모르나, 그런 일의 방식은 여자에게만 ‘허락’되었다. 일 욕심이 있는 내게는 그런 커리어 스텝이 성에 차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든 여자들 중에 롤모델을 찾아야만 했다. 여자 선배들이 나이대별로 있긴 했다. 서른이 넘은 대리님은 호시탐탐 이직을 노리는 중이었고, 마흔이 넘은 과장님은 새벽 여섯 시에 출근해 자정에 퇴근하는 일중독자였다. 쉰의 과장님은 일에는 그다지 열정이 없어 보였다. 다들 자기만의 방식으로 헤쳐나가는 중이었겠으나 사회생활을 막 시작해 야심만만한 신입의 눈에는 누구도 근사하게 보이지 않았다. (69)
경력이 ‘너무’ 충분하다고요? : 나이와 경력이 많은 게 거절의 이유가 되다니! 나이가 많은 게 함께 일하기 부담스러운 조건이 되는 건 남자든 여자든 매한가지다. 그러나 남자 경력자와 일할 때 우리는 쉽게 그를 ‘형님’으로 모시거나 ‘선배님’으로 우대하는 것에 반해, 여자 경력자와 일할 때는 적당한 포지션을 찾지 못해 쭈뼛거린다. 그가 이름 들어본 어딘가에서 한자리하고 왔다면 또 모를까. 한국에서 ‘여자’는 낮은 계급이지만 ‘연장자’는 높은 계급! 일터에서 ‘연장자’인 ‘여자’를 만난 우리는, 그 인지 부조화를 해결하지 못하고 그를 못 본 체 한다. “부담스럽다”는 간단한 말로. (71)
문제는 프리랜서가 아니라, 좁은 운동장! : 프리랜서 새내기들은 작업비를 낮추며 경쟁력을 내세우고, 경력자들은 단가를 높이지 않는 선에서 ‘고퀄’의 결과물을 내놓으며 생존 싸움을 한다. 사실 문제는 좁은 운동장인데, 이렇게 싸우다 보면 서로를 원망하게 된다. ‘이제 좀 물러나지’와 ‘그렇게 가격을 후려치니까 다 같이 망하는 거 아니냐’가 맞붙는다. 곧 모두가 프리랜서가 된다고 예측하는 시대, 이제 이 운동장은 좁다며 문 닫고 싶지 않다. 막 프리랜서를 시작한 사람들이 노동권을 보호받으며 건강하게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고, 경력이 오래된 사람들은 그만한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 그들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이제 막 운동장에 도착한 프리랜서들에게도 힘이 되지 않을까? 이다 작가는 농담으로 “저도 먹고 살기 힘들어요. 이곳에 그만 오세요”라고 말했지만, 실상 그가 문제 삼은 것은 20년 동안 변하지 않은 노동 단가다. 그러니 우리 운동장이 좁다고 우울해하지 말고, 이 운동장을 좀 넓혀봤으면 좋겠다. (74)
Part 2. 혼자 일해도 사규가 있습니다
① 출근이 없는데 퇴근 시간도 없네요
그때 내가 회사에 판 것은 나의 시간이었다 : 내가 힘들었던 건 내가 그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런 일을 한다는 ‘흉내’를 냄으로써 누군가의 눈에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건 내가 이 회사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돈을 받는 게 아니라, ‘말을 잘 듣기 때문에’ 혹은 ‘자리를 채우기 때문에’ 월급을 받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 일은 무엇인가, 나는 왜 계속 자리를 지키는가, 나는 왜 돈을 받는가, 라는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체 노동이란 무엇인가 혹은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로 귀결했다. 당시 내가 회사에 판 것은 나의 시간이자 젊음이었다. 노동만이 아니었다. (83)
나에게 늦잠이란 자율성의 상징 같은 것 : 내가 회사에서 강제하는 출퇴근 시간을 지키는 것이 그토록 힘들었던 이유는 단순히 ‘늦잠을 자지 못한다’라거나 ‘사람으로 가득 찬 ’지옥철‘이 힘들다’라기보다 ‘내 일의 통제권이 내 손안에 있지 않다’였던 것 같다. 프리랜서가 되고 난 이후에, 늦잠이 상징하는 노동 시간의 자율성은 일의 통제권을 내가 쥐고 있다는 감각으로 다가왔다. (84)
일은 마치 근력 운동처럼 꾸준히 : 일의 리듬을 잡으려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첫째 방법은 자신에게 노동 시간을 강제하는 것. EX. ‘KMN’작업법. 둘째는 자신이 일을 얼마나 했는지 스스로 체크하는 방법. 객관적인 지표를 만들어 놓는 것은 자신을 위안하는 방법이자, 착취하지 않기 위한 노하우다. (87)
초롱’s TIP) 지속 가능한 일의 리듬 잡기 노하우 일이 잘되는 시간을 기다리지 말자 :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프리랜서는 자칫 하루를 ‘일이 잘되는 시간’을 기다리다 끝내버릴 수 있다. 일이 잘 되는 시간을 따로 있지 않다. 자신이 정한 시간이 되면 일단 의자에 앉아 보자. 생산성 툴을 활용하자 : 일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이 일의 마감은 언제인지, 이 일의 내용을 누구와 공유해야 하는지 모두 기억하기 힘들 수 있다. 일의 종류가 다양한 프리랜서라면 더 그렇다. EX. 메모앱, 노션, 트렐로, 워크플로위, 에버노트, 워크챗 하루에 얼마나 일했는가를 체크해보자 : 내가 하루 동안 얼마나 일했는지를 체크해보면 일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일한 시간을 기준으로 잡아도 좋고 결과물로 측정해도 괜찮다. 기록들을 모으다 보면, 본격적인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 작업이 무엇인지, 예열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지 등도 파악할 수 있다. 피드백을 통해 일의 리듬을 조정하자. |
② 작업실, 꼭 있어야 하나요?
③ 프리랜서를 위한 연수원이 있다면
아무도 내게 삼십 센티미터 자를 들이밀지 않는 세계에서 :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 나는 각종 툴에 익숙해졌다. 회사에 있을 때는 한글과 워드, 엑셀과 파워포인트만 잘해도 되었는데 이젠 영상 편집, 음원 편집, 포토샵도 배워야 한다. 프리미어와 블로(영상 편집 앱), 캔바(포스터 편집 앱)와 노크롭(사진 편집 앱)을 쓴다. (106)
④ 일못러라고 해서, 못난 인간은 아니니까
내가 나의 상사가 될 때 벌어지는 일 : 프리랜서는 내가 상사이자 감독관이다. 클라이언트의 피드백과는 별개로 일의 성과를 판단하는 역할은 끝내 내게 주어진다. 이번 일은 잘했지만 누구에게 맡겨도 괜찮은 성과가 날 만큼 쉬운 일이었으니 그리 콧대 올라갈 필요 없다든가, 클라이언트의 피드백은 좋지 않았지만 맡은 일정에서 이 정도면 선방한 셈이라든가. 나를 어르고 달래서 다시 책상 위에 앉히는 것도 감독관인 내가 해야 할 일! 그러니 좋은 노동자가 되어야 하는 만큼, 나를 잘 이끌어주는 리더의 역할도 내가 맡아야 한다. 실수를 했다고 내게 폭언을 쏟아내는 상사가 끔찍하다면, 나는 최악의 상사였다.
“정말 그렇네. 난 나한테 너무 안 좋은 상사였다.”
“네가 상사라면 뭐라고 말할래? 이런 상황에서?”
“일을 수습하느라 수고했다. 실수한 건 잘못했지만, 중요한 건 실수한 후에 어떻게 행동하는 가다. 뭐 이렇게 이야기 할 것 같은데?”
“ 이미 답을 다 알고 있네!” (117)
일을 못한다고, 네가 못난 건 아니니까 : 일을 못하면 유예 기간이나 교육 기간 없이 바로 일이 끊기는 것도 스스로에게 엄격해지는 이유다. 일을 못하는 건 바로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니까. 그러니 나는 점점 스스로에게 빡빡한 상사가 된다. 조직에 있을 때 보다 더. 내가 나의 감독관이 되면 가혹하게 ‘자기 착취’하게 된다.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고, 조금 더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어야 할 것 같다. 나라는 노동자의 생각이 나라는 감독관에게 투명하게 보인다. 오늘 8시간 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다고? 그렇지만 진짜 일한 시간은 4시간 뿐이잖아? 내가 나에게 눈치를 준다. (119)
대표와 팀장과 팀장과 프리랜서 사이에서 : 시스템이 아니라 순수 노동이 이윤을 만들어냈고, 회사의 재무가 건강해지길 바라는 대표는 직원들에게 자꾸 야근을 종용했다. 직원들은 회사가 잘된다고 해서 개인이 잘되는 건 아니므로 굳이 약속된 시간 이후까지 열정을 쏟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고, 이 사람도 옳고, 저 사람도 옳은 상태에서 내가 결정한 태도는 결국 ‘솔직하게 많이 털어놓기’ 정도였다. 대표가 일을 많이 시키는 데도 이유가, 팀장이 무리한 지시를 내리는 데도 이유가, 팀원이 어깃장을 놓는 데도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떻게’는 몰라도 ‘왜’만이라도 알게 되었달까? 프리랜서를 할 때도 내게 솔직해지려 노력한다. 그냥 좋은 상사가 되는 것도 어려운데, 심지어 나에게 좋은 상사가 되는 건 더 어렵다. 내가 나의 팀장이자 팀원이오, 대표이자 직원인 지금은 나의 자아를 분리하려 노력한다. 일하는 나와 감독하는 나를 분리해 생각한다. 직원에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안 되지. 노동 권리를 보장해줘야지. 팀원에게도 휴식 시간이 필요하지. 적당히 눈을 감아주고, 괜찮다고 웃어보인다. (121)
⑤ 그래서 얼마 준다는 이야기를 왜 안 하니!
클라이언트는 왜 침묵하는가 : 클라이언트가 금액을 밝히기 어려워 하는 첫째 이유는 외주비가 짜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에서 권장하는 원고료는 고작해야 매당 만 원꼴. 20매를 쓰면 20만 원 정도가 주어진다. 작가가 이름이 알려졌거나 관련 경력이 많다고 해도, 공공기관일 경우, 책정된 원고료 이상을 줄 수도 없다. 원고료는 그림과 일러스트, 사진 등을 비롯한 수많은 다른 프리랜서 작업물과 마찬가지로 몇십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창작하는 프리랜서의 자존심을 건드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가끔은 외주비 이야기를 명확하게 하지 않는 게 클라이언트의 갑질 때문이기도 하다. (131)
차마 우리끼리도 묻기 힘든 그 질문, 그래서 얼마 받아요? : 에잇, 나부터 작업 가격표를 까보자. 나는 글을 쓰는 작업의 경우엔 원고지 매당 만 원에서 2만 원을, 인터뷰나 취재가 들어가는 경우에는 건당 30만 원에서 50만 원을, 한 권 분량에 해당하는 자서전이나 소개 글을 써야 할 때는 500만 원에서 700만 원을 부른다. <큰일여>에 출연한 한 유명 인디 뮤지션도 노동 단가표를 sns에 공개한 바 있다. 공연 한 번에 80만 원, 두 명이 가야 하는 공연이라면 100만 원, 세 명이 가야 한다면 150만 원이다. (133)
⑥ 프리랜서에게도 구내식당이 필요해
끼니를 챙겨 먹는 건 사치스럽고 일은 생각보다 쉽게 끝나지 않는다 : 어쩌면 일하지 않았다고 밥 먹을 자격도 없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못된 습관은 효율적인 노동자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비롯된 건지도 모른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가 사랑받기 위해 늘 자신을 증명하려고 노력하듯,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잘린다고 협받 받으며 일한 노동자는 자신에게 밥 먹을 여유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 노동자가 생각하기에 밥 먹는 건 때때로 ‘사치’고 ‘낭비’다. (139)
무너지지 않는 멘탈은 달콤한 아이스크림에서 나오는지도 몰라 : 식사를 잘 챙긴다는 것은 세끼 꼬박 건강식을 먹는다는 뜻만은 아니다. 먹는 시간, 오롯이 내 몸의 욕구와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을 확보한다는 의미다. 우울증이나 번아웃에 시달릴 때면 그런 시간이 더욱 절실해진다. 내가 쓸모없는 인간이 된 것 같은 생각,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무기력, 모든 일이 무의미하다는 괴로움이 불쑥불쑥 찾아온다. 그럴 때면 프리랜서로 산다는 것의 의미, 내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의의, 자유롭게 일한다는 것에 대한 회의는 집어치우고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러 간다. 아이스크림이 프리랜서 언니가 추천하는 것처럼 건강한 음식은 아니지만, 적어도 오늘치의 허무를 극복하기에는 좋은 음식이다. (143)
⑦ 다 쓸데 있는 쉼
그 여행에서 자아 대신 찾은 것 : 모은 돈을 쓰며 여행하는 소비적 노마디즘은 결국 자본주의 시대의 새로운 놀이였다. 자아를 찾지 못했는데도 이상하게 내 일상은 전보다 좀 살만해졌다.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전에 나는 사람을 만날 때 지나치게 에너지를 많이 쓰는 나머지 얼굴 근육을 괴상하게 일그러뜨리며 웃곤 했는데,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나자 인형 같았던 그 표정은 잘 나타나지 않았다. 남미 여행을 했기에 그런 깨달음이 온 게 아니라, 그저 차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147)
하다 하다 쉬는 것도 배워야 하나요? : 프리랜서가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예상은 어느 정도 착각이지만, 쉬지 않는다고 해서 남들보다 앞서갈 것이라는 기대야말로 어마어마한 착각이다. 먼저 달려 나가는 사람일수록, 잘 쉰다. (152)
쉼을 쉼으로 인정하는 자세 : 많은 이들의 오해와는 다르게 쉼에도 (자기 계발이 아닌!) 배움이 필요하다. 놀아본 사람이 놀 줄 알고, 쉬어본 사람이 쉴 줄 안다. 그건 사람마다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쉼’의 형태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요가와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에너지를 채우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서 휴식을 즐기기도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진정 충만하다고 느끼기도 하고, 어쩌면 누군가는 반려동물과 있을 때 에너지가 차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다양한 형태의 휴식을 즐기고, 휴식을 하는 동안 자신의 감정 상태를 찬찬히 바라보는 경험이 있어야만 자신이 어떻게 쉬기를 원하는지, 어떻게 쉬어야 잘 쉬는 것인지 알 수 있다. 어쩌면 자기가 ‘쉼’이라고 착각했던 것이 자신의 에너지를 앗아가는 자기 착취의 또 다른 수단이었는지도 알아볼 수 있다. 잘 쉬기 위해서는 자신의 ‘쉼’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며 침대에서 뒹굴거릴 때 가장 행복하다면, 죄책감을 벗어던지고 마음껏 그 시간을 즐겨 보자. 넷플릭스 드라마를 머리가 아프도록 정주행하는 게 좋다면 누가 뭐라든 드라마를 보자. 무엇보다 ‘이정도 일했는데 벌써 쉬어도 될까?’라는 마음은 이러나 저러나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런 불안을 안고 쉬면 결국 안 그래도 짧은 휴식의 질이 떨어진다. 건강하지 않은 쉼 같다고? 무기력은 침대에서보다 운동장에서 더 극복하기 좋다고?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자신이 경험하지 않으면 누구의 조언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자기의 쉼이 건강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우리는 결국 다른 형태의 쉼을 찾아 나설 것이다. 텔레비전을 너무 봐서 머리가 깨질 것 같다면, 너무 누워 있어서 허리가 아프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지. 지금의 ‘쉼’이 건강한 쉼을 향한 과정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과정인 것을 받아들이면 된다. 과정이면 또 어떠랴. (154)
초롱’s TIP) 스스로 들려주는 말 리스트 남들은 회사 잘 다니고 있는데 나는 무슨 대단한 일을 하겠다고 프리랜서로 고되게 살까 싶을 때 “나는 내 꿈대로 살았어. 그래서 바로 네가 느끼는 그런 사람이 됐지. 다른 사람들도 꿈대로 산다지만, 자기 자신의 꿈은 아니야. 그게 다른 점이야.” <데미안> 프리랜서로 일하는 게 너무 불안해서 구직 사이트를 다시 켜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일시적 안전을 위해 자유를 포기하면 자유는 물론이고 안전도 누릴 수 없다.” <벤자민 프랭클린> 왜 내 일에는 명확한 직업 이름이 없을까 싶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해야만 한다는 걸 깨달았다.” <지지 않는 다는 말, 김연수> 실수해서 괴로울 때 “어쩌면 용기란 몰락할 수 있는 용기다. 어설픈 첫 줄을 쓰는 용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용기, 진실을 직면하는 용기, 남에게 보여주는 용기,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용기, 다시 시작하는 용기” <쓰기의 말들, 은유> 실수해서 너무나 괴로울 때 “작은 승리 속에 큰 것의 패배가 숨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큰 승리의 약속이 없는 작은 패배는 없다.”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코로나19로 일이 없는 김에 쉬어가고 싶은데 놀면 죄책감이 들 때 “세상에는 너무나 일이 많으며 노동이 미덕이라는 믿음에 의해 엄청난 해악이 발생한다.” <게으름에 대한 찬양, 버트런드 러셀> 일이 잘되는 시간이 오지 않아서 괴로울 때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고, 우리는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 <에브리맨, 필립 로스> 일하다가 페미니스트 혐오 발언을 들었을 때 “‘더럽다’는 말은 죽일 수도 길들일 수도 없는 타자에 대한 미움과 두려움을 담고 있다. 그 말은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는 동시에, 그러한 부정이 굳이 필요했음을 인정함으로써 그의 주체성을 역설적으로 인정한다. 그래서 어떤 페미니스트들은 ‘더러운 년’이라는 욕을 들어도 전혀 위축되지 않으며, 오히려 이런 말을 듣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것이다.”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
Part 3. 혼자 일해도 미래가 있습니다
① 프리랜서의 지갑 관리 Ⅰ
나의 세계 속에서 나만의 기준을 잡는다는 것 : 프리랜서에게 자체적인 돈의 기준을 잡아보라고 제안하고 싶다. 돈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자신만의 답을 내리도록. 나는 지금 얼마를 가지고 있는가? 나는 한 달에 얼마를 써야 만족하는가? 내가 지금 한 달에 쓰고 있는 돈은 얼마인가? 나의 미래를 위해 나는 5년 후 혹은 20년 후에 얼마를 가지고 있기를 원하는가? (167)
② 프리랜서의 지갑 관리 Ⅱ
돈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 예술을 한다고 해서 돈을 외면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내가 클라이언트라면 말끝마다 ‘돈돈’거리는 프리랜서에게 일을 맡기고 싶다. 그건 내가 자신의 지갑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자신의 예술성을 위해 일하는 사람만큼이나 믿기 때문이다. (177)
③ 나와, 내 저작권을 지키는 계약하기
무엇보다 업무 범위는 구체적으로! : 팁을 준다면, 웬만한 질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유형별 자동상담’을 통해 알아볼 수 있고, 작은 규모의 사기를 당했다면 서울시의 ‘눈물그만상담센터’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프리랜서 매거진 <프리낫프리> 2호에 ‘프리랜서를 위한 계약서 가이드’가 있으니 참고해도 좋다. (188)
초롱’s TIP) 흘려 듣다 발목 잡히는 갑의 언어 계약서에 이런 말이 있다면 다시 확인할 것 ① ‘전반의’, ‘일체의’, ‘수반하는’, ‘기타의’ : 보통 업무 범위를 정할 때 이런 수식어가 많이 따라붙는다. 업무 범위가 구체적으로 써 있지 않다는 건 향후 “이것도 내가 해?”, “저것도 내가 해?”라는 말을 끊임없이 내뱉게 될 것을 예고하는 복선이나 다름없다! ② ‘문제가 생기면’ : ‘천재지변 등의 이유로’ 혹은 ‘자연재해 등의 이유로’ 혹은 ‘문제가 생기면’ 따위의 말로 시작해 ‘을이 ~한다’로 끝나는 문장 주의. 어떤 불가피한 문제에 대한 책임을 나만 져야 한다는 뜻일 수도 있다~ ③ ‘완료하지 못하면’ 혹은 ‘손해배상’ : 어느 시점까지 프리랜서가 작업물을 완료하지 못하면 얼마를 변상한다거나 책임을 진다 따위의 말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말의 앞에는 여러 조건이 붙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글을 편집한다고 했을 때 작업해야 하는 글을 클라이언트가 마감 하루 전에 주고서는 프리랜서가 작업물을 완료하지 못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조항이 있을 때는 내 작업 이전에 이뤄져야 할 일들에 대해서도 기한이 정해져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④ ‘자동 연장’ :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한 계약이 자동 연장된다는 말이 있으면 한번 고려해보자. 부당한 계약인데 잊고 지나가서 계속 연장될 수도 있고, 단가를 올려야 하는데 그냥 연장될 수도 있다. ⑤ ‘비밀 유지’ : 비밀 유지라는 단어가 있으면 나의 작업물을 포트폴리오에 넣을 수 없고, 그걸 활용해서 다른 작업을 할 수도 없다. 비밀 유지 조항이 있는지 잘 보자. 계약할 때 설마 이걸 잊지는 않았겠지? ①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한다! : 일단 일을 시작하고 나서 계약서를 작성하면 불리한 위치에 있게 될 확률이 높다 ② 계약서는 2부 날인해서 클라이언트와 프리랜서가 각각 보관해야 한다! : 왜? 그런 일은 없어야 하지만 혹시 양쪽 중 누군가가 고칠 수도 있으니까 ③ 계약서 제목을 꼭 확인할 것 : ‘프리랜서 업무 계약서’인지 ‘위촉 계약서’인지 ‘용역 게약서’인지 확실히 할 것. 어떤 계약인지에 따라 보호법이 달라짐 ④ 저작권도 확인하자 : 나는 홈페이지에만 쓰라고 디자인해줬는데 저작권을 다 넘겨버린다면 클라이언트가 임의로 굿즈를 만들거나 이모티콘을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비밀 유지’라는 단어가 있다면 특히 더 잘 살펴볼 것. 내 작업물의 사용 범위를 명시하자! ⑤ 설마, 아예 안 읽어본 건 아니겠지? 계약서는 사전에 사본을 공유한 후 양쪽이 다 동의하면 그때 인쇄하거나 전자로 도장을 찍는 것이 좋다. 계약하는 현장에서 계약서를 확인하는 경우에는 대충 읽고 넘어가게 될 확률이 높다. 클라이언트가 이런 말을 한다면? 님아, 제발 그 계약하지 마오 “우리 사이에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하는 김에 이것도 하면 좋잖아?” “당신이 제일 잘 아는 사람이니까, 이것도 하면 되겠네.” “이왕 하는 거 여기까지만 더.” “어려운 거 아니니까 금방 할 수 있잖아?” “다른 프리랜서들은 이런 것까지 해주던데.” “왜 이렇게 돈돈거려. 이거 돈 때문에 하는 일이야?” “계약서? 내가 어련히 알아서 잘 챙겨줄 거야.” “이 업계 좁아. 이런 식으로 하면~” “더 달라고? 우리 사정 다 알면서 왜 이래.” |
④ 노브랜드 탈출하기 Ⅰ
내 일의 대가를 높이고, 나를 대체하기 어렵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 자신이 브랜드가 되는 일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지 않을까? ‘연반인’이나 인플루언서처럼 나 자신이 브랜드가 될 수도 있고, 나의 작업물이 나를 대신해서 브랜드로 살아남을 수도 있다. <며느라기>를 그린 수신지 작가처럼 자신만의 그림체를 구축해서 어디다 그려도 ‘저건 수신지 작가님 그림이구나’라는 걸 느끼게 할 수도 있고, 하나의 키워드가 제작자들을 대표하게 할 수도 있다. 누군가가 혹은 어떤 작업물이 대중에게 알려진 하나의 브랜드가 되면, 클라이언트와의 협상에서 조금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도 있다. 단순 연차로는 보장받지 못했던 급여가, 브랜드가 쌓이면 조금씩 올라간다. (201)
그렇다면 브랜드를 뭐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 브랜드라느 무엇인가. 일단, 자신이 만들어내는 작업물의 특수성이 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보험설계사는 은퇴한 사람의 재무 설계보다 경력을 쌓기 시작하는 청년의 재무 설계를 더 잘할 수도 있고, 다른 헤어디자이너는 커트보다 염색에 재주가 있을 수도 있다. 업계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좁히고 따라 할 수 없는 특수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브랜딩이다. 또한 자신만의 ‘스타일’도 브랜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글 쓰는 사람의 문체, 디자인하는 사람의 스타일, 요리하는 사람의 손맛처럼 자신이 만들어내는 작업물에 일정한 결이 있다면 그것이 브랜드다. 브랜드는 나를 대체하기 어려운 인력으로 만들어주는 담장이다. 따라서 브랜딩은 나를 위한 투자다. 나이가 들수록 열정과 건강이 여윌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는 낡은 내가 노동을 적게 해도 지금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수입을 얻을 방법을 만들어두어야 한다. 사람들이 알아주는 내 브랜드는 이를테면 20년 후의 나를 위한 두둑한 통장이고, 오랜 고난이 만들어 낸 맷집이다. (203)
⑤ 노브랜드 탈출하기 Ⅱ
⑥ 프리랜서와 일할 때 알아야 할 것들
⑦ 번아웃은 당신 탓이 아닙니다
프리랜서가 아니었다면 달랐을까 : 번아웃은 지금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놓여 있는 시대적 현상이다. 안정적인 기업에 취직해도 산업이나 환경의 안정성이 확실히 담보되지 않고, 그것이 담보된다고 해도 조직에서의 내 수명이 보장되지 않고, 얼마 되지 않는 확률로 조직 내 승자가 된다고 해도 퇴사 후의 삶은 막막하다. 더 열심히 하면 괜찮다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일이 잘 안되는 건 환경 탓이 아니라 네 탓이라는 자기계발서적 일침은 우리를 번아웃에 빠지게 하는 결정타다. 이게 다 내 탓이니까. 언젠가부터 경주가 되어버린 이 게임에 대해 생각해보려면 일단 멈추어 서야 한다. (236)
Part 4. 기승전 치킨집? 아니 기승전 프리랜서!
① 모두가 프리랜서가 되는 시대가 온다
불안이 디폴트, 계획할 수 없는 세대의 출현 :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는 자기 착취에 시달리거나 (이명박도 하루에 세 시간만 잤다니까 내일부터 세 시간만 자겠다), 이상주의자가 되거나(그래도 선한 마음은 이긴답니다), 타조처럼 모래 속에 얼굴을 처박고 외면하는 방법을(잘 모르겠고 어떻게든 되겠지) 택한다. 그러나 어느 방법도 불안을 근본적으로 없애지는 못한다. ‘직업’과 ‘노동’에 부여하는 의미와 기대하는 보상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 프리랜서가 늘어나는 현상의 한 원인은 아닐까? (246)
프리랜서니까, 더더욱 계획이 필요해 : 우리, 계획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할지라도 계획을 짜자.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커리어를 위한 그림을 그려보는 일이다. 명심할 것은, 스케치한 후에 지우개로 지우고 물감을 덧대게 된다고 해서 스케치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변화하는 세상의 새로운 기회와 위기로 우리의 커리어 계획은 계속 바뀌겠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자원을 바탕으로 내가 꿈꿀 수 있는 커리어가 무엇인지 단계를 그려보는 것이 좋다.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언젠가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보겠다거나, 대학원이나 자격증 공부를 좀 더 해서 그 분야의 전문성을 키워보겠다거나, 커리어 분야를 본격적으로 전향해보겠다는 포부도 좋다. 둘째는, 시류에 편승해 이익을 취하는 조직과 세력을 경계하고 새로운 노동에 걸맞은 정책과 법안을 세우도록 정부에 촉구하는 계획이다. 기택은 계획이 없어서 실패는 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성공 역시 못할 것이다. (253)
② 코로나19, 프리랜서를 덮치다
③ 프리랜서를 위한 나라는 있어야 한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노동자들 : 프리랜서는 늘 혜택을 받는 줄의 가장 끝에 서 있다. 납세의 의무에서는 자유롭지 못하지만, 정부의 우산 아래에는 잘 들어가지 못하는 셈이다. (268)
노동자를 기본값으로 놓고 본다면 (275)
④ 서로 응답하라!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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