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페미니즘

<돈 잘 버는 여자 밥 잘 하는 남자>, 알리 러셀 혹실드

비상하는 새 2022. 1. 28. 17:12
반응형

 


 

<돈 잘 버는 여자 밥 잘하는 남자>

(종이책, 349)

 


 

1. 가족 신화 깨기

 

113달을 일하는 여성들

 

가사를 분담하는 남자들은 여자들만큼이나 시간에 쪼들리고, 직장의 요구와 어린 자녀들의 요구 사이에서 상당한 분열을 느끼는 듯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가사를 분담하지 않고 있었다. 어떤 남자들은 가사 참여를 딱 잘라서 거절했다. 또 어떤 남자들은 가사 참여를 완곡하게 거부하면서,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로하거나 아내의 이야기를 이해심 있게 들어주는 정도였다. 대부분의 부부들은 아내의 고통을 아내만의 문제로 여겼다. (32p)

 

빠르게 변하는 여성, 느리게 변하는 남성

 

여성은 결혼과 일에 대한 문화적 이해 없이 경제 분야로 진출했고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동 인구가 변하고, 여성들도 변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직장은 원만한 가정 생활을 보장해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또 대부분의 남자들이 여성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변화한 여성과 변하지 않은 직장, 사회간의 이러한 긴장을 나는 지연된 혁명이라 부른다. (37p)

 

집에는 가짜 엄마밖에 없다?

 

<뉴욕타임즈 매거진>은 일하는 엄마들이 잘 해나가고 있는 것은, 이들에 대한 사회적 뒷받침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이들이 개인적으로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사실 일하는 엄마의 개인적 능력을 부각시키는 이미지는 일하는 부모에 대한 사회적 지원의 결핍을 은폐하고 있다. (49p)

 


 

2. 지연된 혁명

 

슈퍼우먼 신화로 도망친 페미니스트 (낸시와 에반)

 

그녀의 말에 따르면, 남편은 일을 정해놓는 것이 싫다고 했다. 에반은 아내가 정해놓은 집안 살림의 기준에 자신이 반드시 동의하는 것도 아니고, 또 아내가 그런 기준을 자신에게 강요하는 것이 싫다고 했다는 것이다. (69p)

-> 어휴, 자기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 안 하니까 정하는 걸 싫어함. 진심 싫다!

 

- 그녀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사랑의 표현을 서로 다른 데서 느낍니다. 남편은 섹스를 할 때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드나봐요. 그래서 남편에게 성적 표현은 아주 중요한 문제예요. 저는 남편이 요리하거나 청소할 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남편도 그런 걸 알고 가끔씩 그렇게 해준답니다.” 그녀에게 사랑받는다는 감정은 남편이 아내의 요구를 고려하고, 평등함에 대한 아내의 이상을 존중한다는 느낌과 관련되어 있었다. 에반에게 평등과 존중이란 공적인 도덕적 가치, 즉 부부간의 사랑에 터무니 없이 덧씌워진 추상적 개념일 뿐이었다. ... 그에게 누가 설거지를 하는가는 평등이나 사랑과는 무관한 가족 내의 역할과 관련된 문제일 뿐이었다. 나와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놀랄 만큼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사랑하거나 생각해서 일을 도와주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내가 만나본 남자들 중에서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가사분담과 사랑을 결부시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82p)

-> 딸은 같은 성인 어머니와 동일시하고, 아들은 같은 성인 아버지와 동일시하기 때문에 같은 모습을 봐도 다르게 성 이데올로기를 만들어가는 거였군. 나 역시 딸들이 생각하듯이 이데올로기가 자리잡혀있었다.

 

가사 분담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들은 둘 사이의 불화를 은폐하려고 했다. 그들은 과거의 불화가 두 사람의 성격 차이에서 빚어졌다고 설명한다. 특히 에반에게, 여가시간의 격차에 대한 문제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두 성격 사이의 지속적이고 흥미로운 상호작용이 있을 뿐이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전 게을러요. 그래서 하고 싶은 일만 하려는 편이지요. 아내는 저처럼 게으르지 않습니다. 강박적이고 아주 조직적인 성격의 소유자예요.” 남편의 일과 아내의 일, 남편의 피로와 아내의 피로, 남편의 여가시간과 아내의 여가시간을 비교하면 분명 문제가 있었지만, 그것은 둘 사이의 성격 차이, 남편의 게으름, 아내의 강박증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88p)

-> 가사 분담 문제의 불평등을 결국 성격 차이(여자가 더 깔끔해서 청소를 잘 한다)로 귀결되는 지겨운 레파토리. 분노가 올라온다!!


- 낸시와 마찬가지로, 많은 여성들이 가사분담을 둘러싼 심각한 갈등을 회피하고, 억누르고, 은폐하고, 신비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누구나 낸시처럼 싸우지 않는 것은 여자들은 원래 결핍된 조건에서 시작했기 때문이고, 여자들이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평등함과 결혼생활의 유지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여성들은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쪽을 선택한다. .... 낸시는 자신의 이상을 고집함으로써 부부 관계가 깨지지 않을까 두려워하면서 힘겹게 노력했다. 그녀는 자신이 정말 원하는 두 가지(스스로를 계속 페미니스트로 생각하는 것 그리고 페미니스트가 아닌 남자와 평화롭게 사는 것)를 위해, 평등함에 대한 이상을 축소하고 또 축소했다. (92p)

 

무능함의 전략으로 남편을 부엌으로 끌어들이기(카르멘과 프랭크)

 

프랭크는 가장노릇을 하고, 아내가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결정권을 갖기를 원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프랭크의 전통적인 이상은 그의 빈약한 수입에 비해 지나치게 사치스러운이다. (95p)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치스러운 것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내의 많은 봉급이 고통스러운 남자(니나와 피터)

 

피터는 자신의 남자다움(낡은 관습대로라면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 즉 가족을 부양할 책임을 면제해주는 선물을 주는 것이 남자다움이기 때문)이 위협받게 되자, 부부 관계에서 권위를 유지할 목적으로 부조리한 포석을 놓았다. 그는 많은 연봉이라는 선물을 준 쪽이 나애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큰 선물을 준 쪽은 오히려 자신이었다. 왜냐하면 아내를 위해 자신의 남자다움이 훼손되는 걸 감수했으니까. 그의 고향 사람들은 아내보다 돈을 못 버는 남자를 우습게 생각했고, 피터는 그들의 시선을 의식했다. 피터는 돈 잘 버는 여자와 함께 살기 위해, 자신의 남자다움에 가해진 사회적 모욕을 견뎌내야 했다. 피터는 나를 응시하며 말했다. “남자들 백 명 가운데 한 명 정도가 이런 상황을 참아낼 겁니다.” 니나가 이렇게 드문 남자와 결혼한 것은 행운이었다. 그녀는 그 점을 인정했다.

->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코메디가!!!!!!!!!! 남자들의 합리화, 가스라이팅은 그냥 종특인가..!!

 

전업주부를 바라는 아내, 커리어우먼을 바라는 남편(앤과 로버트)

 

나는 1980년대 후반에 성공한 중산층 전문직 여성들 사이에서, 남편이 가사의 절반을 분담하고 있다는 믿음이 아주 일반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사의 대부분을 떠맡는 것은 여성들이었다. 앤이 남편이 가사를 똑같이 분담하고 있다고 믿었던 것은 그녀 자신이 전통적 역할에서 해방된 진보적부부가 되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앤은 여자인 자신이 가정을 관리함으로써 질서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일과 가정 사이에서 남편보다 더 큰 갈등을 겪는 게 자연스러운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142p)

 

로버트는 전통적인 남자의 세계를 여성들과 나누고 여성들에게 남자의 특권을 제공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흔치 않은 남자였다. 그러나 집을 가꾸고, 식사 준비를 하고, 아이의 양말에 신경을 쓰는 전통적인 여자의 세계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는 약했다. 그는 파출부와 베이비시터를 고용해서 가능한 많은 일을 남에게 맡기고 집안일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쪽을 선호했다. 그런 다음에 줄어든 가사의 몫을 아내와 나눴다. 앤이 남편이 가사를 분담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신이 원한다면 남편이 집안일을 정직하게 분담할 거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45p)

-> 거짓된 환상을 믿어야 버텨낼 수 있었기 때문이겠지...

 

아버지를 몹시 따랐던 그녀는 아버지와 같은 직업을 택했고 그 분야에서 아버지를 능가했다. 앤에게 일은 친구가 없는 상황, 아버지를 능가하는 상황, 여자답지 못한 상황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일을 의미 있게 생각하는 것을 두려워했을 수도 있다. (150p)

-> 많은 성공한/성공할 여력이 충분한 여성들이 자신이 가짜인 것 같다고 고백하는 것이 사실 자신의 능력을 무의식적으로 두려워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나 또한 그런 면이 있는 것 같다.

 

한 지붕 두 가족(제키스와 세스 : 일을 즐기는 아내 일 중독자 남편)

 

낸시와 에반 부부, 피터와 니나 부부, 세스와 제시카 부부를 보면 맞벌이 부부의 세 가지 삶의 풍경이 보이고, 그 하나하나에는 고유한 신화와 내적 긴장이 숨어 있다. 낸시와 에반의 가족 신화는 아내인 낸시가 집안일을 거의 다 한다는 사실을 은폐했다. 피터와 니나 부부의 가족 신화는 아내가 집안일을 다 하는 이유(남편은 집안일에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는)를 왜곡하고 있다. 세스와 제시카 부부의 가족 신화도 사실을 왜곡했다. 공식적으로는 세스가 집에 없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제시카도 집에 없었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언급한 세 여성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성 이데올로기와 결혼의 현실 사이에서 어떤 긴장을 느끼고 있다. 세 여성 모두에게, 이러한 긴장은 첫 아이의 탄생과 더불어 악화되었고 둘째 아이의 탄생과 함께 위기로 돌변했다. 세 경우 모두, 결과는 여자들이 집안일을 도맡는 것으로 끝났다. (172p)

 

 

여자에게 일은 이혼을 대비한 보험(아니타와 레이)

 

아니타가 자신과 어머니의 인생에서 배운 교훈은 자신의 일에서 모순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경제적으로 독립하기를 원했다. 결국 남자들은 아무 때나 떠나버릴 수 있으니까. .... 동시에 그녀의 실용주의는 남자, 즉 레이의 부양을 받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으로 흐려졌다. 그녀의 말을 들어보면, 가정주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은 반쯤은 진지하고 반쯤은 그렇지 않은 듯 보였다. .... 그녀는 집에 들어앉는 것을 중산층이 된다는 것과 동일시했다. ... 그러나 카르멘처럼 남편의 지배를 받으며 살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녀는 여가와 긴 휴가를 원했다. 이러한 것들이 남편에게 의지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그리고 남편에게 의지하는 것이 복종을 의미한다면, 그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일 터였다. 문제는 과연 그녀가 그런 삶을 바라는가에 있었다. 아주 피곤하면 아니타는 그런 삶을 바랐고, 별로 피곤하지 않은 날에는 그런 삶을 바라지 않았다. 사실 집에 들어앉는 것은 꿈이었다. 공식적 진실은 그녀가 직업을 원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남편의 가사분담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 레이는 아내가 일을 좀 덜하기를 그리고 일을 덜하는 쪽을 선택해주기를 바랐다. 그는 자신이 죽도록 노력해서 아내에게 일하지 않아도 될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뭣 때문에 아내는 그 좋은 기회를 박차버린단 말인가? 아니타는 자신에게 일하는 걸 좋아할 권리와 집에서 남편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자기 일이 좋다고 말했다. (182p)

-> 못 배운 남자랑 결혼하면 이렇게 되는군...암담..

 

지난 세기 동안, 여성과 그 자녀들에게 경제적 발판이 되어온 결혼은 점차 그 안정성을 상실하고 있다. .... 이혼 뒤에 남자들의 수입은 대부분 상승하지만 여자들의 수입은 급격히 떨어진다. .... 그래서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결혼의 불안정함은 경제적 불안정, 즉 가난해질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기업의 성차별로 인해 정규직으로 일하는 여성의 수입은 남성의 70%에 불과한 형편이다. 경제적 지지수단으로서 결혼의 의미는 이미 퇴색했고, 자기 부양의 평등한 기초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자신과 아이들을 부양하기 위해, 대부분의 여성들은 직업에 기댈 수도 없고, 확신을 갖고 결혼생활로 복귀할 수도 없다. 지금 많은 여성들은 남편을 경제적으로 돕기 위해서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결혼생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일하고 있다. (189p)

 

남편은 굼뜨게, 아내는 분주하게(캐롤과 그렉 : 전업주부를 꿈꾸는 아내 수동적인 남편)

 

캐롤은 남편을 집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바람을 소극적으로 추구했는데, 만약 사회적 조건이 여자에게 좀 더 유리했다면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 캐롤은 여러 가지 조건이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불리했기 때문에, 남편에게 매우 고마워했지만 그렉은 그 정도로 아내에게 감사하지는 않았다. 사랑은 양방향으로 흘렀지만 감사는 주로 아내 쪽에서 남편 쪽으로 흘렀던 것이다. 비록 캐롤이 몇 년 동안 남편보다 돈을 더 많이 벌었고, 집안일의 중요한 부분을 책임지고 있었지만, 그렉은 아내에게 감사해 하지 않았다.(208p)

-> 왜 하냐 결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직장과 아내에게서 소외된 남자

 

평등부부가 되기까지

 

마이클과 아트가 자신의 성 이데올로기에 도달한 방식은 서로 다랐다. 마이클은 아내의 압력 때문에 집안일을 시작했고 육아에도 참여했다. 아트는 자진해서 집안일을 시작했고, 공정함의 원칙을 조용히 가사에까지 확장시켰다. 평등주의가 두 사람에게 의미하는 바도 약간씩 달랐다. 마이클에게 그것은 부부간의 평등함을 의미했고, 아트에게 그것은 아들에게 1등 아빠가 되는 것을 의미했다. 그 결과도 달랐다. 마이클은 쌍둥이에 대해 아내와 똑같이 1차 부모 노릇을 했지만 아트는 아내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아이의 부모 역할을 했다. (242)

 

미국 아버지들의 역사에는 세 단계가 있는데, 각각의 단계는 일정한 경제적 변화와 조응하고 있다. 첫 번째, 농업의 단계에서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일을 가르치고 농장에 아들의 일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어머니는 딸들을 길렀다. 19세기 초에는 경제적 생활과 직업 훈련이 가족 생활 외부로 이동했고, 아버지들은 아이 키우는 일의 대부분을 아내에게 넘겨 주었다. 역사가 존 내시에 따르면 이 같은 두 번째 단계에서는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대체로 엄격하고 소원했다. 그러나 20세기 초, 점점 많은 여성들이 집 밖에서 일을 갖기 시작했을 때 아버지들은 다시 가정에서 능동적인 존재가 되었고, ‘친구 같은 아버지라는 개념이 성립되었다. 바로 세 번째 단계다. 오늘날 대부분의 가족들은 경제적 측면에서 세 번째 단계에 속하지만 아버지 노릇을 하는 측면에서는 두 번째 단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여자들도 일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아내가 집에서 살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243)

 

 


 

3. 새로운 전략

 

가사분담을 위한 수많은 노력들

 

개인에 따라 가사의 의미가 크게 달랐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사 의무는 시중을 받는 것아니면 다른 사람의 시중을 드는 것을 의미했다. (247)

 

나는 한 남자의 가사분담을 결정하는 것은 그의 성 이데올로기일 거라고 상상했다. 평등주의 사고를 가진 부부는 더 많이 분담할 거고, 전통주의 사고를 가진 부부들은 덜 분담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연구를 진행하면서 나는 한 개인이 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련의 생각이 비논리적이고 불합리한 경우가 많다는 걸 발견했다. (ex. 피터는 아내의 일을 ‘100%’ 지지했지만, 아내가 잔디를 깎는다든지 10대인 딸이 차를 몰고 학교를 간다든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붉어짐) (249)

 

직장에서 순탄하지 않거나 자신감이 부족한 남자들 중에는 아내와 균형을 이루기 위해 집안일을 회피하는 사람이 많았다. 남자는 아내가 승진이 지나치게빠를 때, 혹은 다른 측면에서 과도한힘을 가지고 있을 때, 이를 보상받기 위해 가사분담을 거절하기도 했다. .... 처음에, 대부분의 남자들은 가사분담을 원하지 않는 이유를 다른 데서 끌어왔다. 일이 너무 바쁘다는 둥,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는 둥, 그러나 그러한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는 게 분명해지면, 남자들은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집안일을 해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261)

 

많은 남자들은 협조와 저항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다. 그들은 일을 엉터리로 하는 방법으로 아내에게 소극적으로 저항했다. 에반은 쇼핑 목록을 잃어버리고, 밥을 태우고, 프라이팬이 어디 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이러한 남자들은 훌륭한 스포츠맨으로 인정받으려고는 했지만 집안일에는 동원되지 않으려고 했다. ... 남자들은 대체로 아내의 부탁을 받으면 일을 했지만 아내가 부탁하지 않기를 바랐다. 아내에게 이것저것 부탁하는 수고를 안겨주고 있는 셈이다. 아내들은 대체로 부탁하는 것-‘구걸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을 싫어했기 때문에 남자들의 그러한 전략은 주효했다. 특히 남편이 무슨 일을 시킬 때마다 짜증을 내거나 뚱하게 굴면, 아내는 남편에게 다시는 일을 시키고 싶어하지 않았다. (262)

 

일하는 아내, 도시의 소작농들

 

이혼 시대, 이제 남성들이 움직여야 할 때다

 

내가 만나본 맞벌이 부부는 대게 3 가지 형태의 긴장을 경험하고 있었다. 첫째, 가정과 직장의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생활할 것인가를 두고 남편의 생각과 아내의 생각 차이에서 오는 긴장이다. 이 같은 긴장은 성 전략이 충돌하는 부부들에게서 강하게 나타났다. 둘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당사자 내면에 존재하고 있는 긴장이다. 이것은 아내는 가정을 지키고, 남편은 돈을 벌어오는 과거의 방식대로 살고 싶은 욕구와 그러한 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경제적 어려움 사이에서 오는 긴장이다. 셋째, 가족을 뒷바라지하는 일의 중요성과 가정주부가 전담했던 가사의 가치가 하락한 데서 오는 긴장이다. 이것은 눈에 잘 띄지 않고, 형언하기 힘들지만 심각한 긴장이다. 이 세 번째 긴장은 각자의 일에 열중하는 중산층 부부에게 가장 현저하게 나타났다. (283)

 

육아의 절반은 남자 몫

 

가사를 분담하는 남편을 둔 아내들은 남편이 그렇게 흔치 않은사람이 된 심리적 배경에 대해 복잡하게 설명했지만, 이들의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없었다. 그러나 내가 찾아낼 수 있는 유일한 공통점은 아들이 밖으로 나도는 아버지, 고압적인 자세의 아버지와 거리를 두었다는 점이었다. 아버지를 부정적인 모델로 인식하고 있었고 자신은 결코 그렇게 되지 않겠노라고 맹세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와 자신을 얼마나 동일시하고 있는가, 또 그 아버지는 어떤 아버지였나 하는 점이었다. 요컨대 아버지가 집안일을 얼마나 도왔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남자가 어렸을 때 집안일을 얼마나 도우며 자랐느냐에 따라 결혼 후 가사분담 정도가 달라진다고 믿고 있다. 에반은, 자신은 배운 대로 할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에반은 어릴 때, 주말마다 교회 다니기, 신용카드 안 쓰기 등에 대해서도 배웠지만 실천하지 않았다. 에반에게 교육은 하나의 전략을 은폐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했다. 즉 전략의 배후에는 설명이 필요한 동기가 있는 것이다. (299)

 

수많은 연구자들이 맞벌이 부부의 임금 격차와 여가 격차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조사했지만 그 결과는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남자들을 세 집단으로 나눴을 때 흥미로운 사실이 눈에 띄었다. 아내보다 더 많이 버는 대부분의 남편 집단과 아내와 똑같이 버는 남편 집단 그리고 아내보다 못 버는 남편 집단 가운데 아내보다 많이 버는 남편들은 21%가 가사를 분담했다. 아내와 똑같이 버는 남편들은 30%가 분담했다. 그런데 아내보다 못 버는 남편들 중에서 가사를 분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제 논리만이 통용된다면, 남자가 돈을 더 벌든 여자가 돈을 더 벌든 같은 현상이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경제 논리는 남편이 여자보다 더 벌거나 똑같이 벌 때만 통용되었다. 돈은 남편들에게는 작용’(집안일을 면제시켜주었다)했지만, 아내에게는 작용하지 않았다.’(집안일을 면제시켜주지 않았다.) 남편의 가사분담에는 균형 잡기원칙이 작용했다. 균형 잡기 원칙에 따르면, 남편들은 한 면에서 아내에 대한 지배력을 잃어버리면 다른 면에서 그것을 보상받으려 했다. 이런 식으로 남편은 아내에 대한 우위를 유지했다. 남자가 가정에서 어느 정도의 책임을 지고 있는 가는 남성의 지배력과 많은 관련이 있었다. 아내보다 더 버는 남자들은 중요한 자원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아내에 대한 지배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아내의 수입이 더 많아서 경제적으로 남편의 정체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을수록, 남편은 더더욱 가정에서 여자 일을 못했다. (여자 일을 한다는 사실이 남자로서의 정체성을 한층 위태롭게 할 것이므로.) (303)

 

흥미로운 점은 아버지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연구는 일하는 엄마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 라딘 교수는 육아 참여도가 높은 아버지의 자녀들은 적응력이 높고, 유능하며, 자발성이 강하고, 언어 지능 테스트에서 정신 능력이 높에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317)

 

 

구태를 반복할 것인가 새 역사를 만들 것인가

 

어떤 여성들은 남편의 가사분담을 원하지도 않았고 남편이 집안일을 하지 않아도 원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그로 인해 자신은 물론 여자로서 딸들이 평가절하되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 그녀는 성별에 따른 역할 구분, 성별에 따라 임금을 차별하는 경제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보다, 그러한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아들이 없다는 사실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321)

 

제대로 된 가족보호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아기 아빠에게 육아 휴가를 제공하고, 시간제 근무를 보장해주고, 자유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는 기업들에게 조세 혜택을 줘야 할 것이다. 아울러 여자 일임금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에도 정부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326)

 

내가 본 맞벌이 부부 중에서 가장 행복해 보였던 부부는 남편과 아내 모두가 과거의 주부, 즉 엄마 역할을 공평하게 분담하고, 가사의 가치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부부였다. (328)

 
 

 

 

1989년에 처음 쓰여진 책으로 원서 제목은 ' THE SECOND SHIFT'(2교대)인데 우리나라 번역본은 제목이 좀.... 읽기 싫게 번역된게 아쉽다. 번역에서 여자가 돈을 벌고 남자가 가사일을 하는 부부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실제 내용은 맞벌이 부부의 가사분담에 대한 논쟁을 다루고 있다. 1976~1988년까지 50쌍의 부부를 심층 취재했고 12가정의 생활을 관찰, 기록한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책을 읽고 가장 머리가 띵~ 했던 부분은 가사분담은 경제적 논리에 의한 것이 아닌, 성별 권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아내보다 돈을 못 버는 남자들이 오히려 가정 내 권력의 '균형'을 잡기 위해 가사분담을 하지 않는다는 아이러니에 소름이 쫙 돋았다. 직장일과 가사일을 동시에 하기 힘든 신자유주의 시대의 맞벌이 부부의 단상을 현실적으로 볼 수 있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