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페미니즘

<말하는 몸 1,2권> 박선영, 유지영

비상하는 새 2022. 1. 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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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몸 1권

 

1. 몸의 신호를 감각하다

 

씹는 동안에 괴로워진다(피디 정혜윤의 몸) :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뭐라도 해보려고 하는 걸 높이 평가해줄 수 있어야 한다.쓰레기 분리수거 해봤자 미국이랑 중국 때문에 아무것도 안 변한다라고 말하면 안 된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시작해야 한다. 내일이 마지막날인 것처럼 살아라. 진부한 말 같지만 진실은 그것 외에 살 방법이 달리 없다는 것이다. 다른 방법이 없다. 남의 실천을 깎아내리면 어떤 좋은 변화도 안 생긴다.

 

콜센터 노동이 감정노동이라는 말은 절반맞 맞아요(콜센터 노동자 오희진의 몸) : 콜센터 노동은 감정노동이라고 하지만, 분명 육체노동의 측면도 있다. 귀는 계속 불특정 다수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입은 말해야 하고 손은 바쁘고 허리는 아프고 계속 앉아서 오래 일하니까 화장실 문제가 있을 때는 방광이 터질 것 같고. 감정만 상하는 게 아니라 몸이 상하기도 하는 직업이다. 그런데 감정노동이라 불리는 이유가 주로 여성이 종사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게 아닐까 싶다. 콜센터의 육체노동적 측면은 어쩌면 그보다 덜 말해지는 게 아닐까.

 

2. 몸의 기억과 마주하다

 

아프다고 말하기까지 10년이 걸렸어요(활동가 조한진희의 몸) : 자기 몸을 잘 돌보는 것이 이기적이거나 열심히 투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인 운동을 위해서는 돌봄과 쉼도 필요하다. 또 활동가들이 서로에게 휴식을 권해야 하고, 자기돌봄을 잘하는 활동가가 정말 존경스러운 활동가라고 여기는 문화도 자리잡아야 한다.

 

60킬로그램 환자를 들어올리는 일이거든요(간호사 최원영의 몸) : 저도 초반에는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세상이 나쁜 것이다, 나도 내 몸을 긍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페미니즘을 논하는 커뮤니티 안에서는 아무도 나에게 살 빼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울타리를 조금만 나가면 다이어트 광고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엄청나게 큰 이 세상의 규범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 거친 세상에서 조롱과 비난, 멸시의 눈빛을 무소의 뿔처럼 뚫고 가라. 그건 너무 가혹한 것 같다. 결국 어떤 몸이든 그 몸을 갖고 거리를 활보하거나 세상을 살아갈 때 그 사람이 편안하고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 중요한 건 여성에게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 사람들의 눈을 신경쓰지 않고 맘껏 먹고 살찌우는 선택을 할 수도 있고, 외모 품평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면서도 외모를 가꿀 수도 있고. 어떤 형태의 외모이든 영혼이 평화롭고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몸은 훨신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도구니까요(번역가 노지양의 몸) : 지금에서야 내 몸을 생각하면, 나의 몸은 나를 더 먼 세상으로 데려다 주는 것. 예전엔 이게 나를 제한하는 것, 갇히게 하고 움츠러들게 만드는 것, 위축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너무 안타깝다. 외모로 인한 위축감 때문에 젊은 시절의 많은 시간을 낭비했으니까. 가능한 잘 꾸미고 건강하면 좋겠지만, 그보다 훨씬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도구로서의 몸을 생각한다. 나의 잠재력, 나의 다양함을 담은 그릇으로서의 몸.

 

믿기 어렵겠지만 법조계에도 차별이 많아요(변호사 조수진의 몸) : 여성 변호사가 남성 변호사보다 일을 못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분명히 있다. 1년 차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느끼는 의뢰인의 흔들리는 눈빛, 잘한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와서 보니까 여성 변호사고 생각보다 어려 보인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 같은 거. 전문가인데 전문가로서의 권위가 주어지지 않는 것 같다. 제가 더 어필해야 한다고 느낀다.


말하는 몸 2권

 

1. 몸의 가능성을 확장하다

 

장혜정과 나는 같은 인간이다(국회의원 장혜영의 몸) : 장애 가정의 비장애 형제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 '장애 부정형''부모 대신형'. 저는 동생을 잘 돌보는 언니로서의 몸을 갖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내가 뭘 원하는지, 뭘 먹고 싶은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이 모든 것들에 선행해서 '나는 동생 곁에 있는 몸이다'라는 사실을 자각했고, 그걸 내 역할이라 받아들였다. 내 안에도 불협화음, 슬픔, 우울감이 있었겠지만 그걸 돌아보고 주장했다가 지금 나를 겨우 지탱하는 사람들의 인정이 한순간에 다 사라질지 모른다는 공포심도 있었다. 내가 생각한 것, 내가 느끼는 것, 내게 있었던 일을 말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말하고 사람들이 바라는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다.

 

이 타투는 나와 늙어가는 존재가 돼요(타투이스트 황도의 몸) : 타투라는 게 내가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어떻게 보면 마이너한 장르이기도 하고, 남에게 편견어린 시선을 많이 받는 장식행위다. 그런 타투를 하면서 오히려 용기를 갖게 되는 분들이 많다.

 

연애 대상이 아닌 여성으로 머무는 것이죠(칼럼니스트 이진송의 몸) : 우리 사회에는 연애 대상자로서 적절한지 판별하고 계급을 매기는 어떤 시선이 있다. 나는 계급이 낮은데 노력도 하지 않아서 괘씸해하는구나. 나의 어떤 특성을 안타까워하는구나. 예를 들어 너 이렇게 글래머인데 왜 연애 안 해? 빨리 연애해라는 말. 제 몸이 성적으로 발달해 있는데, 그것을 연애와 섹스에 쓰지 않는 건 몸을 방치하는 것이라 말한다. 이건 제 출산 능력과도 연관된다. 가임여성으로 포착됐는데 감히 아이도 안 낳고 결혼도 안 한다. 효용 가치가 있는데 그 효용에 맞게 쓰지 않기 때문에 괘씸한 몸이 되는 거다. 이게 이기적인 젊은것들을 보는 시선이다.

 

 

2. 몸의 연결을 꿈꾸다

 

저는 모르는 걸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에요(범죄심리학자 이수정의 몸) : 실제로 성범죄 가해자들을 대상으로 면담하거나 그들의 특이성에 대해 연구하다보면 성범죄는 남성호르몬이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을 발견하게 된다. 그보다는 힘이 센 자가 약한 자를 착취하고 괴롭히는 일에 가깝다. 자기보다 힘이 약한 여성을 대상으로 일종의 지위에 대한 욕구, 힘에 대한 확인을 목적으로 하는 범죄다. 성욕이 아닌 power’욕구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화학적 방법으로,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성범죄를 막는다는 건 턱도 없고, 힘과 지위의 문제로 보는 게 더 정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모르는 걸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에요(범죄심리학자 이수정의 몸) : 저는 모르는 걸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다. 모르고서는 일을 할 수 없어서다. 결국 사람을 만나러 다녔고, 제가 궁금했던 것, 왜 이런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는지를 알아갈수록 불특정에 대한 불안감은 사라진다고 느낀다.

 


 

30대 초반이라는 나이때문에 어른들에게 뿐만 아니라 친구들에게도 결혼에 대한 유/무언의 압박을 많이 받고 있다. 그들이 어떤 연유로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지에 대한 것까지 내가 생각할 필요는 없겠으나, 그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엄청 안좋다. (이기적인 젊은 여자/애 낳아서 애국해야지 등등...) 페미니즘, 책을 통해 그들이 그저 나를 한 '인간'으로 존중하기보다는 남성적 시선, '계급'적 시선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하는 말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 말은 차별적인 말들이기때문에 당연히 무시해도 되는 개소리라는 것. 나의 몸을 끊임없이 긍정하려는 노력 없이는 이 사회에서 나의 몸은 끊임없이 부정당한다. 암울한 현실이지만 손놓고 있을 순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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