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없는 거 아닌가>
자유의 그늘
"하고 싶은 거 하며 사니 좋겠다"는 말을 듣는 일이 종종 있다. 부러워서 하는 말이니 으쓱할 만도 한데, 그때마다 조금 쓸쓸한 기분이었던 것 같다. '나도 늘 좋은 것만은 아닌데'라는 마음이었달까. 자유롭다는 것은 곧 막연하다는 뜻이고, 막연한 삶은 종종 외롭다. 이끌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어떻게든 헤쳐나가야 할 때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지 않겠는가. 내 경우에는 매일매일이 그런 셈이다. 물론 우는 소리를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나는 내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하기 싫은 것은 정말 하기 싫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고 싶다. 연기를 할 때 남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맘 편하고 좋았다고는 하나, 그것 역시 내가 원해서 선택한 일의 일부였던 것이고 말이다. 막연함과 외로움은 나의 선택에 딸려 올 수밖에 없는 대가다.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는 '막연하고 외로운 것이 뭐 어떤가. 따지고 보면 어떤 삶인들 그렇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쯤은 할 수 있게 되기도 했다.
다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자유롭다고 자부하는 나의 삶도 늘 시원스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퇴사에 관한 산문들을 읽으며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직장인분들이라면 십중팔구 나 같은 사람을 부러워할 것이다. 하지만 뭐랄까, 나는 삶이란 늘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더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더 외로워질 것도 각오해야 한다. 오해하지 마시기 바란다. 자유 따위 좇아 봤자 소용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글에서만도 여러 번 반복했지만 나는 자유를 지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람이고, 따라서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분들에 대해서는 당연히 응원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당신의 오늘 하루가 원하는 만큼 자유롭지 못했다고 해도, 바로 그 때문에 누렸던 무언가는 있을 것이다. 내가 하루종일 막막함에 시달렸고 그래서 방금 밤 산책을 하며 쓸쓸함을 느끼긴 했지만 어쨌건 오늘도 마음대로 사는 데 성공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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