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페미니즘

<야망 있는 여자들의 사교 클럽>, 박초롱

비상하는 새 2022. 7. 2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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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망 있는 여자들의 사교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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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닫힌 문 앞에서 열쇠를 받아들다

 

저렇게 살기 싫다살면서 얼마나 자주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닮고 싶지 않은 사람 투성이였다. 명예남성이 되어 승승장구하는 것도, 유리천장을 깨는 성공신화를 만드는 것도 내 길이 아닌 듯했다. 그런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빙고게임하듯 지우다보면, 마지막엔 아무 단어도 남아 있지 않곤 했다.

 

그럼 어떻게 살고 싶은데?” 롤모델이 필요했다. 그러나 먼저 산 사람에게 길을 묻자니 길이 너무 많이 변해버렸고,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에게 묻자니 나와 엇비슷하게 헤매고 있었다. 젠장, 롤모델도 없다니. 투덜거렸지만 의외로 작은 팁은 여기저기에 숨어 있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서는 롤모델이 아니라 딱 한 발자국 먼저 간 언니가 필요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간 여잗르이 각자의 분야에서 조금씩 전할 수 있는 팁이 간절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찍은 사진을 모아 완성한 지도. 연대를 통해 만들어가는 길.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쓴다는 것

작가 은유

 

Q) 돈이 되지 않아도 계속 썼다는 말씀이신가?

A) 논픽션을 쓰는데, 당장은 돈이 안 되어도 계속 썼다. 너는 어떤 글을 쓰고 싶니, 왜 쓰고 싶니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간다는 생각이나 작가라는 자의식이나 계획 없이 계속 썼고, 그것이 쌓인 거다. 내가 쓴 글이 교환가치가 없더라도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 쓰는 게 중요하다.

 

Q) 그래도 안정적인 수익이 필요하지 않을까?

A) 예전에 프리랜서로 대기업 사보 일을 했다. 대기업 사보는 글 호흡이 짧아서 뚝딱뚝딱 쓰기가 좋았다. 생활비는 벌어서 좋은데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감각을 잃을 수 있겠다라는 두려움이 컸다. 미담으로 마무리를 해야 하고, 사회 구조적 문제에 질문을 던지기 어려웠다. 그래서 사보 일로 최소한의 기초생활비를 마련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썼다. 누가 알아주든 아니든 내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블로그에 썼다.

 

Q) 밥벌이가 안 되면 계속 글을 쓸 원동력이 떨어지지 않나. 꾸준한 글쓰기 노하우가 있을까?

A) 자기가 쓴 글을 공적인 매체에 내보내는 훈련도 중요하다. 자기 안에 갇히는 글쓰기를 하지 않는 것. 나만 쏟아내고 나만 만족하는 글보다 조금 더 객관적이고 책임감 있는 글쓰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택한 방법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한 거였다. 몇 번 메인 뉴스로도 오르고 하니 자신감이 생기더라. 감각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N잡러, 일의 주도권을 내가 갖는다

빌라선샤인 대표 홍진아

 

전문직 같지 않은 전문직

노무사 김민아

 

Q) 노동 형태가 많이 바뀌어도, 여전히 노동조합이 필요할까?

A) 책에서도 말했지만 여전히 청년들의 집단화된 힘이 필요하다. 노동 문제는 혼자 해결할 수 없다. 권리를 가지려면 조직이 필요하고, 노동조합이야말로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조직이다. 사실 노동 조합은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꼭 기존에 4050세대가 주도하는 노동조합 틀 안에 갇힐 필요 없다. 2030세대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고, 가입해서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면 된다.

 

Q) 30대로서 나보다 먼저 그 길을 간 4,50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절실하다. 그런데 여성 롤모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왜 그럴까? 어떻게 해야 할까?

A) 밀레니얼 세대가 롤모델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나는 롤모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롤모델이 왜 필요한가? 순수하게 물어보고 싶다.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먼저 간 사람이 있다면 참고가 되지 않겠나.) 여성 롤모델이 많지 않은 건 아무래도 경제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경제적으로 독립된 상태가 아니라면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이 하고 있는 일만 하게 된다. 생계에 대한 불안이 없어야 도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이 공간을 만들고 공간이 지역을 만든다

스트리트 H대표 정지연

 

조금 다른 야망을 꿈꾼다

에브리마인드 대표 이서현·작가 서늘한여름밤

 

Q) 실례가 아니라면 수익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다.

A) 주로 에브리마인드사업에서 수입을 얻는다. 팟캐스트도 하고 책도 내지만, 콘텐츠 사업은 재미로 하는 거다. 재미 있는 일을 단지 재미로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도 내 정체성이다. 그 정체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창작을 계속하고 싶은데, 창작이 재밌고 즐거워야 그럴 수 있다. 그림일기로 수익 내기 위해 스트레스받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Q) 여성연대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

A) 여성연대는 물론 필요하다. 다만 방식이 다를 수 있는 것 같다. 일단, 왕 목을 베고 내가 왕이 되겠다는 방식이 있다. 남성이 가지고 있던 권력을 여성이 가지자는 거다. 그런데 내가 꿈꾸는 건 왕의 목을 베고 새로운 사회를 이루자라는 거다. (누군가 왕이 되지 않고?) 그렇다. 야망 있게 보이려면 사회에서 짜놓은 야망의 틀을 밟아나가야 한다. 그게 지금까지 있던 자본주의 세상에 탑승하게 되는 거고, 그게 가부장제와 맞닿아 있다. 누군가를 착취하고 누군가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방식이다. 자본주의는 노동자의 노동을 착취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게 아니겠나. 기존의 체제 안에서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것보다, 새로운 체제를 만드는 게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전 시대의 야망 역시 지금의 그것과는 다르다. 열심히 공부해서, 이름난 조직에 들어가, 평생 충성을 다해 높은 자리에 오르는 세상은 끝났다. 여성들의 야망은 보다 개인적이며, 깊고, 혁신적이었다. ‘여성이여, 야망을 가져라는 그저 더 높은 자리에 오르라는 말이 아니었다. 당신의 야망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라는 말이었다. 나의 야망은 무엇일까. 당신의 야망은 무엇인가.

 

우리의 몸은 항상 옳다

변화의월담 대표 리조

 

Q)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A) 당신 몸은 항상 옳다고 말하고 싶다. 몸으로 아는 것, 피부로 느끼는 앎. 그게 가장 확실한 형태의 인 것 같다. 가끔 머리로 알아차리지 못해도 몸은 먼저 아는 것들이 있다. 몸은 늘 신호를 보낸다. 아프다거나 경직된다거나, 호흡이 희미해진다거나, 힘을 받는다거나, 몸이 신기하게 흐르는 느낌이라거나 등. 몸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Q) 어떻게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일까?

A) 여유가 필요하다. 그 여유는 물리적인 시간과 환경도 중요하지만, 그걸 초월할 수 있는 관계에서 나온다.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사람에 대한 사랑이 순환하는 관계. 종종 스스로를 먼저 사랑하라고들 이야기하지만, 사랑을 받아야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도 알게 된다고 생각한다. 관계를 통해 다양한 형태와 방식의 사랑을 배워갈 수 있다.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아서, 계획하는 걸 멈췄다

섹스칼럼니스트 은하선

 

Q)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일도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어떤 야망을 가졌는지 물으려고 했다.

A) ‘여자들의 야망이라는 단어가 너무 신자유주의적인 서사지 않은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서사다. 난 이런 야망이 있었고, 사람들을 이렇게 바꾸고 싶었고,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 싶었다는 식의. 그런 서사의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넌 뭐가 제일 좋아? 궁극적으로는 뭘 하고 싶어? 목표가 뭐야? 그렇게 묻는다. 나는 그냥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다. 꿈도 크지 않다. 한번은 인터뷰에서 드렁큰비건을 어떻게 키우고 싶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나와 파트너는 키울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왜 굳이 뭔가를 키워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 성향 때문인 것 같기도 핟. 작게 시작하는 게 좋다. 조금씩 키워가는 게 좋다. ‘야망이 누군가에게는 노오력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기착취의 프레임으로 비춰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큰 사람이 되어 사회에 기여를 한다는 식의 스토리는 찬양받지 못한다. 작더라도 내 개인의 것을,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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