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페미니즘

<생각하는 여자는 위험하다 그리고 강하다>, 슈테판 볼만

비상하는 새 2022. 6. 15.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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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여자는 위험하다 그리고 강하다>

(293)

 

 


 

1장 반항하다

 

선동자_오리아나 팔라치

 

은밀한 저항가_수전 손택

 

손택이 남긴 일기를 보면, 그 시절 그녀는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싶어서 작가가 되려 했던 게 아니라,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고 싶어서,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서 작가가 되고자 했던 것 같다. 파리에서 손택은 작가가 되려는 자신의 바람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자신의 성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이후 뉴욕으로 돌아온 수전 손택은 처음으로 레즈비언 관계가 충족되는 경험을 했고, 그때까지 머뭇거려왔던 글쓰기를 비로소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때까지 수전 손택의 글쓰기를 방해했던 건 게으름이 아니라, 레즈비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감추고 거짓된 삶을 살고 있는 자기에 대한 깊은 좌절과 스스로를 갉아먹던 성적 불만족이었다. 이러한 장애를 딛고 나서야 손택은 그토록 염원하던 글쓰기에 전념할 수 있었다. (37)

 

그들 곁의 영웅_안나 폴릿콥스카야

 

작고 연약한 것들의 대변인_아룬다티 로이

 

나는 한 번도 내가 처한 상황을 괴로워하느라 시간을 허비한 적이 없다. 내 비밀은, 희생자가 되기를 거부하면서 내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여성, 실업자, 탈진한 경영인, 의욕 상실에 빠진 작가를 비롯한 서구사회 구성원들은 스스로를 점점 더 사회구조의 희생자로 여기고 있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심리상태를 희생자 중독증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아룬다티 로이는, 진정한 자유는 소비를 지양하는 것뿐만 아니라 희생자 역할에서도 벗어나는 것임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73)

 

새롭지만 친숙한 저항가_마르잔 사트라피

 

이러한 물화충돌에 대한 사트라피의 입장은 분명하지 않다. 다만 그녀는 이슬람 문화와 서구 문화 간의 차이는 결국 가부장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사트라피에게 가부장 문화는 민주주의의 최대의 적이다. 민주주의는 종교 집단이든 성별 집단이든 집단의 법적인 평등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가부장제는 이러한 가치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부장제가 오랜 기간에 걸쳐 생성된 문화인 만큼, 이를 해체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폭력적인 방식으로는 그 무엇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오늘날 서구세계와 이슬람 간의 적대감, 이슬람 남성과 여성 간의 반목은 서로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되었다. 서로를 알고 친구가 된다면 전쟁도, 무기도 쓸모없는 일이 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대전제가 필요하다. 몇몇이 독점한 전 세계의 부를 평화롭게 재분배하는 일이다. (83)

 


 

2장 힘을 갖다

 

두려움 없는 힘_아웅 산 수 치

 

예측 불허의 힘_앙겔라 메르켈

 

물론 앙겔라 메르켈은 페미니스트로 최고 권력자 자리에 오른게 아니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여성상, 즉 어머니이자 남편의 짐을 덜어주는 배려 많은 안주인, 다정한 여동생, 혹은 디바 역할에 얽매인 여성도 결코 아니었다. 앙겔라 메르켈이 훌륭한 여성 정치인의 대명사는 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엄격한 규율과 대단한 추진력, 다소 방어적인 태도를 통해, 여성에 대한 예상이나 편견과는 동떨어진 모습으로 성공하면서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119)

 

아버지에게 배운 힘_인디라 간디

 

남성을 압도하는 가정주부의 힘_마거릿 대처

 


 

3를 쓰다

 

상처 입은 마음의 공감자_베르타 폰 주트너

 

남자를 지성의 동력으로 활용한 최초의 여자_루 안드레아스살로메

 

아름다운 것들은 결국 파괴되어 사라진다며 착잡해 하는 루 살로메와 릴케를 보며, 프로이트는 두 사람의 슬픔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간단히 분석한다. 그러면서 슬픔은 제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결국 끝나기 마련이다, 잃어버린 모든 것을 그냥 단념할 때 슬픔은 스스로를 소진하고 리비도는 다시 새로운 대상을 찾는다라고 정리한다. (170)

 

이성적 에고이스트_아인 랜드

 

어린 나이에도 나는 공산주의가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곧 개인이 국가를 위해 산다는 것을 의미했다. 문맹이고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문맹자와 가난한 자들이 지상의 통치자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175)

 

아이러니는 아인 랜드를 비판하는 사람도 같은 지점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자기 결정과 개인주의를 강조하는 아인 랜드의 책이, 탐욕과 시기로 굴러가는 사회를 두둔하는 비도덕적이고 냉혹한 철학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들은 아인 랜드의 이성적 에고이즘이, 1926년 그녀가 미국에 왔을 때 여러 면에서 아웃사이더일 수밖에 없던 한 여성의 무기였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아인 랜드는 이민자였고, 유대인이었으며, 무엇보다 남성 사회 속의 여성이었다. 그 속에서 굴복하지 않고, 시몬 드 보부아르의 말대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려면, 초인적인 지성과 의지는 필수불가결했을 거라고 말이다. (179)

 

의 역사가_시몬 드 보부아르

 

여성 해방운동을 공공연히 반대하던 아버지가 보부아르와 여동생에게 얘들아, 너희는 당연히 결혼은 못 할 거야. 결혼 지참금이 없잖니. 그러니 일을 해야 해라고 말했을 때, 그녀는 이 말에 슬퍼하거나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말은 오히려 그녀의 패기를 부추겼다. 그녀에게 삶이란 똑같은 것이 영원히 반복되는 닫힌 시간이 아니라, 어딘가로 이끌고 나가야 할 유동적인 대상이었다. “나는 결혼보다 직업을 단연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것이 희망을 갖는 정당한 이유. 많은 사람들이 이 위대한 일을 수행했고, 나도 같은 일을 할 것이다.” (184)

 

보부아르가 일종의 성 대결이라도 펼쳐야 한다는 식의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남성과 여성이 서로 잘 맞는 존재이고, 서로를 동일한 존재로 인정해줄 수 있으며, 우정 속에서 에로틱한 드라마를 살릴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188)

 

통찰력 있는 아웃사이더_한나 아렌트

 

재판을 참관한 아렌트는 아이히만을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전혀 깨닫지 못한 자로 묘사한다. 그는 전혀 도착적이거나 가학적이지 않았고, 괴상하게 생긴 괴물도 아니었다. 다만 아이히만은 한 가지 명백한 특성을 보였는데, 바로 판단의 무능력이었다. 아렌트는 이를 말하기의 무능성, 생각의 무능성,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의 무능성으로 구분하고, 여기에서 악의 평범성이 생겨난다고 분석했다. 홀로코스트 같은 악행은 광신자나 반사회성 인격 장애인이 아니라, 국가에 순응하며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행해진다. 아렌트는 말한다. “대부분의 악행은 선해지거나 악해지기로 결심한 적이 결코 없는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진다. 이것은 슬픈 진실이다.” (203)

 

내 자궁의 대변인_시몬 베이유

 

우울한 침실의 기록자_알리체 슈바르처

 

여성이 직업적인 커리어를 쌓는 데에는 여전히 장벽이 존재하고, 또 여성이 정치적인 권력을 쥐는 것도 극도로 어렵다. 이는 가사분담이라는 사적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알리체 슈바르처나 앙겔라 메르켈 같은 여성들의 성공은 순풍에 돛단 듯 전개되고 있다. 마치 여성들의 주장이 이미 충족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현실 속 대다수의 여성은 성적 자결권을 얻어낸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페미니즘의 역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성들이 개인적인 목표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목표를 관철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조직과 행동이 필요하다. 유엔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 같은 속도라면 진정한 남녀평등을 이룰 때까진 아직 500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한다. (229)

 


 

4장 여자라서 가능하다

헌신과 강인힘으로 방사능을 발견하다_마리 퀴리 & 리제 마이트너

눈에 보이는 세계의 뒷면을 정리하다_ 에미 뇌터

어머니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라_레이철 카슨

병실에 창문 만들기_시실리 손더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없는 태도_제인 구달

 

 

모든 페미니스트들이 정치적으로 진보진영인 것은 아니다!
보수진영의 페미니스트들도 존재하고, 현실 세계에선 더 다양한 입장이 존재할 것이다
또한, 잘 나가는 여성이라고 해서 모두 페미니스트인 것은 아니고
그러한 성공가도를 달리는 일부 여성들의 사례로 남녀평등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남성성의 대척점으로서, 그들의 경쟁자로서 페미니스트들이 서기보다는
여성성이라는 강점을 더 발휘하여 병들어가는 현 사회에 현답을 내놓을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앞 선 시대를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는 선배 페미니스트들 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들의 노력으로 현재 나의 위치가 빚져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강하게 하면서
앞으로 올 여성들을 위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숙고하게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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