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아래 고민에 답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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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허리 아래서 끓어오르는 욕망
▶ 성욕인지 관계 욕구인지 ‘만지고 싶은 욕구’인지 구분하세요.
: 당신이 만지고 싶은 사람이 아내가 아니어도 상관없습니까? 아니면 아내여야 합니까? 그것에 따라 답은 달라집니다. 만약 전자라면 계약을 해제하거나 아니면 아내에게 계약 위반을 허락받아야 합니다. 만약 후자라면 그건 성욕이라기보다 관계 욕구라는 것입니다. 부부 사이에 성기 삽입이 없어도 친밀함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스킨십이 있는 건 당연합니다. 당신에게는 아내와 친밀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아내는 그렇지 않다면 이는 ‘짝사랑’이겠지요.
그것도 아니라면, 그건 단지 ‘접촉하고 싶은 욕구’ 아닐까요? 그렇다면 해결책은 아주 간단합니다. 어린 손자든, 반려동물인 개나 고양이든 푹신푹신하고 부드러운 존재를 가까이에 두고 마음껏 쓰다듬고 안아주세요. 체온이 있는 부드러운 존재를 만지는 즐거움을 여성은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충분히 맛봅니다. 갓난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남편이 만져주었으면 하는 욕망조차 없어졌다는 여성도 있습니다. (20)
▶ 성욕이 강해 공부에 집중하기 힘듭니다 ; 못 견딜 것 같으면 스스로 풀어야지요.
: 성욕과 성교욕은 다릅니다. 성욕은 상대가 없어도 충족할 수 있습니다. 성교욕은 대인관계를 요구하는 욕망이라 좀 성가십니다. 상대가 동의하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당신의 고민은 성교욕이 아니라 성욕이죠? 그렇다면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참기 힘들면 어깨가 결릴 때 풀어주는 것처럼 스스로 긴장을 풀어주세요. 마스터베이션은 임신할 염려가 없고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도 않기 때문에 성욕을 말끔히 해결하고 나서 공부에 집중하게 해줍니다.
섹스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마스터베이션은 자기 신체와의 에로스적 관계, 성교는 타인의 신체와 맺는 에로스적 관계를 말합니다.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자기 신체의 에로스적 사용 방식을 모르는 사람이 타인의 신체와 에로스적 관계를 맺는다는 건 무면허로 운전을 하는 것처럼 위험한 일입니다. 자기 에로스의 요령을 잘 배워두면 실제로 상대가 있는 섹스를 할 때 그 섹스의 질이 어땠는지, 잘 알 수 있으니까요. (29)
제2장 가정 밖의 에로스
▶ 무대 위의 이성에게 빠집니다 ; 남자는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습니다.
: 있는 게 좋은 남자도 있지만 차라리 없는 게 나은 남자도 있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시비조’가 되는 것은 상대를 너무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친구가 되어도 좋고 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어깨에서 힘이 빠지고 이성과도 가까워질 수 있을 겁니다. (55)
제3장 버리고 싶은 남편, 그만 두고 싶은 직장
▶ 배려 없는 남편 때문에 힘듭니다 ; ‘반품’하거나 재교육하세요.
: 당신의 고민은 쓰레기 문제가 아니라 다른 데 있는 것 같군요. 직장에서 후배들이 당신을 보고 배운 것은 당신이 선배이기 때문입니다. 상사는 보고 배우던가요?
답은 둘 중 하나입니다. 불안이 현실이 되기 전에 선택을 바꾸거나, 아니면 남편은 타인이니 철저하게 말로 전해야 알아먹는 둔감한 동물이라고 생각하고 입이 닳도록 계속 요구해야 합니다. 남편을 갈아치우지 않고 재교육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가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되리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는 동안 부부 사이의 말썽은 끊이지 않을 것이고 서로의 관계는 험악해지겠지요. ... 그건 그렇고 17년이나 일 해온 정규직 자리를 내놓은 것은 정말 아깝네요. 남편을 반품할 자유가 없어지니까요. (77)
▶ 일하지 않는 남편을 갱생시키고 싶습니다 ; 계속 ‘가장’이자 ‘주부’로 살아갈 수 있습니까?
: “그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의 어떤 점이 좋은 건가요? 세상물정을 모르는 순수함이나 달콤함, 그저 편한 상태로만 흘러가는 허약함까지 사랑했다면 앞으로도 당신이 ‘가장’과 ‘주부’라는 두 가지 역할을 떠맡아 애를 하나 더 키울 각오를 해야 합니다.
당신은 그에게 뭘 기대하고 있나요? 결혼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면 육아나 일 중 하나를 하게 하거나, 양쪽을 분담하기를 원하는 거라면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아이를 맡기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걱정되어 맡길 수가 없다”면 당신에게 그럴 생각이 없거나 아니면 완벽주의자여서 양육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싶지 않은 거겠지요. 다른 사람이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갖고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맡겼다면 간섭하지 않아야 하고요.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주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도 당신이 ‘남자는 이래야 한다’는 기대를 도저히 버릴 수 없다면 남자 보는 눈이 없었다며 미련 없이 포기하고 한부모 가정이 되는 편이 앞으로 부양가족도 스트레스도 적어지고 더 낫겠지요. (81)
▶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고 싶다는 남편 ; 파트너에게 바라는 사항의 우선순위를 정하세요.
: 남자로서 존경할 수 없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존경할 수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관계의 끝입니다. 사람 보는 눈이 없었다며 자신을 저주하고 깨끗이 버리세요.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남편이라면 차라리 없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자신의 경제력을 축복하세요. (85)
▶ 다가오는 상사에게 불쾌감이 들지 않습니다 ; 성희롱은 점차 심해질 겁니다.
: 당신의 “가장 큰 문제”는 싫은 것을 싫다고 느낄 수 없고 반대로 기쁜 일도 기쁘게 느낄 수 없는 감각의 마비입니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마치 남의 일처럼 방관하고, 게다가 좋아한다거나 싫어한다는 고백이나 신체 접촉처럼 깊이 파고드는 경험까지 기쁜 건지 기쁘지 않은 건지 모르겠다는 것은 ‘경박함’이 아닙니다. 냉정함도 아닙니다.
당신은 지금까지 다른 환경에서도 자신의 신상에 일어난 일을 남의 일처럼 내버려두는 기술을 익혀온 게 아닐까요. 어쩌면 뭔가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혜였을지도 모릅니다. 슬프게도 사람은 억압당하면 당할수록 그 억압에 견디게 되는, 역경에도 적응해가는 동물입니다. 더욱이 남자가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특기가 있다는 걸 기억해두세요. 이대로라면 당신은 더욱더 심해지는 상사의 접근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채 그를 점점 받아들이게 될 겁니다.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희로애락의 생생한 감정을 되찾는 일입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뿌리가 아주 깊어 보입니다. (101)
▶ 젠더를 공부해서 힘든 걸까요? ; ‘혜택 받은 환경’을 버릴 수 있습니까?
: “사소한 남녀차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당신이 “젠더를 배웠기 때문”이 아닙니다. 당신에게 불합리한 차별을 허락하지 않는 긍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 긍지를 포기해야만 버틸 수 있는 환경을 과감히 바꾸는, 그러니까 이직도 하나의 선택지입니다.
제4장 어머니를 싫어해도 되나요?
▶ 어머니가 싫습니다 ; 자책감에서 자유로워지세요.
: 도저히 좋아할 수 없는 어머니를 억지로 좋아하게 되는 일은 없습니다. 문제는 그런 딸이 어머니를 사랑할 수 없다는 자책감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을 괴롭히는 것은 “어머니의 집착”이 아니라 “어머니의 요구에 응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당신의 착한 아이 의식”인 것 같습니다.
사랑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성격이 나쁘지만 어려움에 처한 이웃집 아주머니 정도로 생각하고 친절을 베푼다고만 생각해도 충분합니다. (115)
▶ 학대받은 기억을 잊을 수 없습니다 ; 그 기억을 당신의 ‘보물’로 삼으세요.
: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학대한 부모는 자각이 없고 자식이 아무리 비난해도 반성 따위는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부모와 대결하는 것은 쓸데없는 데다 상처만 받을 테니 그만두세요. 그렇다면 마음이 풀릴 때까지 누군가에게 원망을 털어놓으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부정하지 않고 안심할 수 있는 상대에게 말이에요. 가능하다면 같은 학대 경험이 있는 여성들의 모임이 좋겠지요. 조만간 “우리 부모가”라고 말하자마자 아, 그거? 하며 체험을 공유할 수 있게 될 무렵 당신은 학대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속이 뻥 뚫릴 것입니다. 프로이트는 이를 훈습(Durcharbeiten)이라고 불렀습니다. 괴로운 경험에서 도망치는 대신 철저하게 마주하여 그것을 통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또 하나의 고민은 자신이 아이를 학대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군요. 흔히 말하는 학대의 세대 간 연쇄(generational chain of abuse)를 걱정하는 거지요. 학대하지 않을까, 하고 자각했을 때 당신 안에는 이미 제동이 걸려 있습니다. 학대하는 부모는 학대를 자각하지 못하는 법입니다. 어떤 부모라도 잠재적인 학대자이지만 자각할 때마다 제동을 걸 수만 있다면 괜찮습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을 오랜 시간 아이와 단 둘이 있지 않기입니다. 제삼자가 있으면 아이 양육은 순조롭습니다.
내가 학대하지 않을까, 하고 자각하며 두려워하고 있는 당신은 훌륭한 상상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당신에게 학대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학대받은 경험은 당신의 보물이 되겠지요. 마치 조개가 상처를 안고 거기에서 아름다운 진주를 키우는 것처럼 말이지요. 과거를 끌어안고 위로하며 아이를 사랑해주세요. (119)
▶ 병상에 있는 아버지에게 욕을 퍼부었습니다 ; 감정의 수지를 억지로 맞추려고 하지 마세요.
: 부모가 죽어도 울 수 없는 딸이나 아들은 아주 많습니다. 부모 자신 관계는 압도적으로 비대칭적입니다. 부모는 자신이 아이에게 한 일을 거의 기억하고 있지 않습니다. 부모에게 사죄나 감사를 기대해도 소용없습니다. 사랑도 미움도 자기 마음속의 수지 맞추기입니다. 그리고 감정의 수지란 원래 맞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수지가 맞지 않은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지 말고 그것과 마주하세요. 그리고 자신의 아이에게는 똑같은 마음을 느끼게 하지 않도록 노력하세요. (123)
▶ 엄마한테서 벗어나고 싶어요 ; 당신이 어머니를 이끌어주면 어떨까요?
: 당신은 어머니의 로봇도 아니고 대리인도 아닙니다. 당신은 당신입니다. 그렇게 말한 순간 딸을 분신이라 생각하는 어머니는 ‘배신당했다’며 충격을 받겠지요. 네, “어머니의 기분을 상하지 않고” 어머니로부터 이탈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연착륙을 택할지 경착륙을 택할지를 선택할 수 있을 뿐입니다.
우선 어머니에게 비밀을 만드세요. 그것만으로 당신은 심정적으로 어머니보다 우위에 서게 됩니다. 사소한 일부터 어머니의 의향을 거스르면서, 딸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학습하도록 하세요. 어머니의 의향과 자신의 의향이 어긋난다면 “엄마, 그건 엄마가 하고 싶은 거고 내가 하고 싶은 게 아니야” 하고 확실히 말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학교 선택에 그치지 않고 머지않아 당신의 직장, 끝내는 배우자 선택까지도 간섭하려 들겁니다.
당신이 부모에게서 떠나야 하는 것처럼 어머니도 자식에게서 떨어져야만 합니다. 당신이 자기 주장을 하면 가정은 술렁거리고 어머니는 분개하며 모녀 관계가 원만하지 않게 되겠지요. 하지만 그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착한 아이 가면’을 쓰고 있으면 언젠가는 당신에게 미래의 청구서가 날아들게 됩니다. 어머니를 원망하고 저주하고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127)
▶ ‘결혼 활동’을 한다고 힐난합니다 ; 부모를 계속 원망하지 않으려면
: 부모의 행복보다 자신의 행복이 더 중요합니다. 그렇습니다. 자신의 에고이즘과 마주하고 그것을 긍정하는 것이 살아갈 각오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언젠가 시작될 수밖에 없는 부모님 돌보기를 하며 그때 자신의 행복을 방해한 부모를 계속 원망하게 될 겁니다. (139)
제5장 자식에게서 떨어지지 못하는 부모들
제6장 나를 사랑할 수 없는 나
▶ 가난한 생활에 친구도 없습니다 ; ‘무너지지 않고’ 살아온 자신을 칭찬해주세요!
: 일은 보람 때문이 아니라 수입 때문에 하는 겁니다. 지금보다 유리한 이직을 할 수 없다면 사람들이 싫어해도 직장에 딱 붙어 있으세요. 20년간 ‘무너지지 않고’ 살아온 자신을 칭찬해주세요. (179)
▶ 이성에게 인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착각이 이성을 멀어지게 합니다.
: 제 답변은 간단합니다. 지금까지 이성에게 관심을 가진 적이 없는 당신은 사실 남성에게 흥미가 없는 겁니다. 그것은 결함도 뭣도 아닙니다. 단순한 사실입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뭐야, 남자한테 흥미가 없는 거였구나”하고 생각하면 쓸데없는 노력을 그만두고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 나이가 될 때까지 ‘남자 없이’ 살아온 당신이니 자기비하 같은 건 그만두고, 앞으로도 ‘남자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83)
제7장 내 인생은 뭐였을까?
▶ 인생의 성공이 멀어지고 있습니다 ; ‘자기만족’의 양을 늘리세요.
: 당신이 20년간 해온 일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어머니에게 칭찬받고 싶거나 아니면 어머니에게 보란 듯이 보여주고 싶은 ‘욕망’에서 한 일이었다는 것을 인정하세요. 당신은 우선 당신 마음속에서 어머니를 쫓아내야 합니다. 나는 나, 내 인생은 나밖에 책임질 수 없다고 굳게 마음먹어야 합니다. 평생 성장하고 평생 발전한다는 등의 환상은 버리고 내리막길에 어울리게 내가 행복하다면 그만이라는 ‘자기만족’의 세계에서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평생 ‘환멸과 초조함’ 속에서 보내게 되겠지요.
말씀대로 행복이란 ‘자기만족’입니다. 사소한 ‘자기만족’의 양을 가능한 한 늘리도록 하세요. 자신의 만족은 자신만이 압니다. 그래서 뭐가 나빠, 하며 정색을 하고 나오는 데서 당신의 인생이 시작됩니다. 그러니까 40대는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닙니다. (209)
▶ 내 인생은 뭐였을까요? ; 인생은 잃어버린 것보다 얻은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해 사는 것입니다. 드디어 그 조건이 마련되었을 때 망연자실하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기분 아닐까요? 자기 자신을 위해 살려면 인생을 감점법(무엇을 갖지 못했는가)이 아니라 가감법(무엇을 가졌는가)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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