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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휘트니> - 빛날수록 짙어지는 그림자의 환영

비상하는 새 2022. 3. 2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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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봤엉 영화 <휘트니>. 나는 그녀의 노래 중 <I will always love you>, <Greatest love of all> 정도 밖에 몰랐고, 바비 브라운이랑 결혼했었고 이홍했다는 것도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hitney houston이라는 이름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는 점...!! 그녀의 전기에 대한 다큐 형식의 영화였다.

 

아버지는 유능한 사업가였고 어머니는 가스펠 가수였으며, 친척들도 많은 이가 가수였던 집안에서 태어난 휘트니. 아직도 백인위주의 사회였던 당시 미국에서 그녀의 가족은 재법 부를 축적해 안전한 교외로 이사도 하고 휘트니는 사립학교에 다녔다. 밝고 명랑하고 예쁘고 날씬하고 노래까지 기가 막히게 잘하는 휘트니라는 캐릭터는 당시 백인 일색의 미국 사회에 icon으로 등장하고 순식간에 전세계적인 탑스타가 된다. 가수로서 뿐만 아니라 영화 <보디가드>에서 백인 보디가드의 흑인 여주 캐릭터로 인기의 정점을 찍지만 이에 열등감을 느낀 남편 bobby brown은 마약과 가정 폭력, 각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부부간의 힘의 균형을 맞추고자 그녀에게 수동적 공격을 한다. 그녀는 남편의 이름으로 회사까지 세우며, 이혼했던 자신의 어머니처럼 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그녀의 결혼은 파경을 맞는다. 처음 그녀를 성공으로 같이 힘썼던 형제들마저 거대한 음악 산업 아래, 그녀를 현금지급기처럼 취급하게 되고 그녀에게 마약까지 전해주게 된다. 결국, 그녀는 이러한 시련들을 이겨내지 못하고 파멸의 길로 떨어진다.

 

영화 중후반부에서부터는 그녀의 원가정과 어린시절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점 티끌없이 부유한 흑인 가정에서 이쁨을 가득 받고 자란것 같았던 휘트니는 사실 동성의 친척인 이모에게 어린시절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나온다. 가수였던 어머니가 휘트니와 그의 형제들 곁에 자주 있어주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가 이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했는지, 그녀는 하나밖에 없는 딸을 그녀의 투어에도 최대한 곁에 두려고 노력했다. 그녀는 아동학대에 대해 소리높여 비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거가 그녀의 성정체성에도 영향을 줬는지, 전 남편이 된 바비 브라운이 사생결단을 내리기 전까지 동성의 친구 Robin이 그녀의 모든걸 디렉팅해주고 있었다. 또한 당시 흑인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교회 활동에서 (당시 흑인들은 평일에는 힘든 육체 노동에 시달리고, 주말은 교회에서 가스펠을 부르며 시름을 잊곤 했고, 교회가 커뮤니티적 성격이 강하기에 그들의 결속을 다져주기도 했다) 어머니와 목사가 외도를 하게 되면서 원가정 또한 파괴되었다. 

 

백인 미국 사회에서 그녀는 그만큼 추앙받았지만, 자본이 그녀와 그녀의 주변 관계를 삼키면서 그녀의 정체성인 '니피'(가족 안에서 그녀는 휘트니 대신 니피로 불리곤 했다)는 없어지고 '휘트니'만 남아있게 된다. 참자기가 없어지고, 사회적 수행 역할로서 존재하는 휘트니만 남게 된 것이다. 눈부신 빛의 스포트라이트만큼 그녀의 그림자는 짙어졌다고도 볼 수 있겠다. 탑 스타로서의 외로움과 흑인으로서의 소외감에 대한 공감때문이었는지, 그녀는 마이클 잭슨과 만나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고 한다. 세상은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한 번이라도 다시 듣고 싶어 그녀의 재기를 기대했지만, 재산이 빈털털이가 될 때까지(친아버지와 돈 때문에 소송까지 가게됨 - 최근 브리트니의 소송과도 비슷하다)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 돈이 없어서 콘서트를 열지만, 이미 그녀의 목소리는 들어주기 힘든 상태였고 영화배우로도 돈벌이를 시도하지만, 그녀는 결국 50세의 나이에 호텔방에서 자살로 생을 마친다. (최근 설리의 자살과도 맞닿아 있는 듯 하다) 세상은 그녀를 아름다울 때만, 대중의 입맛대로 움직일 때만 인기를 누리도록 허락했다. 그녀가 추락하자마자 tv와 각종 타블로이드지는 온갖 조롱과 모욕을 퍼부었다. 연예계는 이미지를 상업화해서 생존하는 산업인만큼 그로 인한 희생양이 끊임없이 배출되는 파괴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삶 또한 타인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숨기고, 사회적인 자아만 남게 되면 그들은 공허감과 소외감, 외로움에 질식당하게 된다. 연예인들보다 그 정도만 덜할 뿐. 너도 나도, 자신의 참된 모습을 지켜내고 상처를 보이는 데 덜 주저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y7khCeevfdk 

 

https://www.youtube.com/watch?v=mEoywOGlD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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