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비관주의적, 부정적인 사고를 많이 하는 나로써는 이미 몇해 전 베스트셀러였던 <미움받을 용기>부터 시작해서 아들러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주장의 최종 목적지가 다소 추상적인 면이 있고, 결국 그의 학문을 현실에서 실천을 해야 나의 가치관도 달라진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으려고 읽게 된 <만화로 읽는 아들러 심리학> 3권 시리즈였다. 첫 1,2권은 아들러 심리학의 이론과 실천편, 3권은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이었다. 확실히 만화로 읽으니 서사가 부여되어 있어서 가볍게 읽히기도 하고 피부로 더 와닿았다.
1권
자신에게 용기를 부여하는 세 가지 열쇠
(1) 지나치게 높은 목표의 설정, (2) 달성할 수 없는 부분을 지적, (3) 인격의 부정 이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용기를 꺾는 압력'이 너무나도 많다. 이럴 때 부정적인 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스스로에게 용기를 부여하는 일'이다. 스스로 고난을 극복할 활력을 내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그러한 활력을 선사할 수 없다. '용기를 꺾는 압력'으로 가득한 환경에서 우리 스스로에게 어떻게 용기를 주어야 할까? 이때 해답이 되는 세 가지 열쇠가 바로 (1) 소속감, (2) 신뢰감, (3) 공헌감이다.
여기서 세 가지 열쇠에 모두 '느낄 감(感)'자가 들어가는 점에 주목하자. 이는 객관적인 사실이 어떻든 간에 자신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것이라는 뜻이며, 다른 사람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직 본인 스스로 확신한다는 뜻이다.
(1)의 '소속감'이란 자신이 머무를 곳이 있다는 의미이다. 회사, 가정, 지역 안에서 '나는 확실히 여기에 있다'라는 뚜렷한 존재감을 확보하는 것이다. (2) '신뢰감'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신뢰이다. 이러한 신뢰가 있고 어떤 목표를 공유한다면 주변 사람들과 협력할 수 있게 된다. (3)의 '공헌감'은 자신이 이 세상이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 감각이다. 자신의 공헌을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이 세 가지 중에서 특히 '공헌감'을 가장 중시한다. 공헌은 자신의 부나 지위, 연령이나 경험과는 상관없이 오직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으로, 행복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기차표이다. 또 자신에게 용기를 부여하는 것과도 큰 관련이 있다.
자신에게 용기를 부여하려면
이쯤 해서 자신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을 알려주겠다. 그것은 바로 말과 행동 모두를 온전히 용기를 부여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우선 자신이나 타인에게 긍정적인 말을 확실히 입 밖으로 내어 말하자. 이를 '단언(斷言)'이라고 한다. '언령(말에도 영적인 힘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일본의 신앙)'이라는 말이 있듯이 말은 우리의 마음뿐만 아니라 몸에도 영향을 미친다. 궁지에 몰린 순간에도 '나는 결코 꺾이지 않아'라고 말함으로써 자신을 다시 일으켜세울 수 있다. 말이 긍정적으로 바뀌면 자신의 생각 또한 긍정적으로 바뀐다. 부정적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을 정도로 생각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이를 '단상(斷想)'이라고 부른다. 말과 생각을 긍정적으로 하며 그 다음에는 행동으로 옮긴다. 너무 완벽해지려고 하지 말고, 때로는 과감하게 행동하는 것도 필요하다. '단행(斷行)'하는 것이다. '단언', '단상', '단행' 이 세 가지에서 중요한 것은 그 일을 이미 성취한 것처럼 긍정적으로 사용하라는 것이다.
아들러 심리학의 연구자이자 몬트리올 개인심리학 연구소 이사장인 조지프 펠레그리노는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단언', '단상', '단행' 세 가지를 연결한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매일 몇 번씩 반복해서 읽기를 권하고 있다.
- 나는 독특하며 유능한 인간이다. 생활 속에서 하는 행동에 대해서 스스로 결단을 내릴 수 있다.
- 나에게는 개인적인 특성(기능, 능력, 강인함)이나 다른 긍적적인 측면이 있으며, 모든 생활환경 속에서 이를 사용할 수 있다.
- 나는 긍정적인 특성을 인식할 수 있으며, 여기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 나는 인생의 고난을 직시하고, 이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과제(challenge)라고 생각한다.
- 나는 실수나 잘못, 실패를 배움과 성장의 기회로 생각한다.
- 나는 달성과 완벽보다도 노력과 전진에 초점을 맞춘다.
- 내 인생에는 목적과 의미가 있다.
- 나는 자신이나 타인이 보거나 생각하는 것 이상의 사람이다.
- 나는 '내가 진정으로 되고 싶은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다.
2권
마음의 '먹구름이 가득한 날'에 대처하는 방법과 잘 넘기는 지혜
도무지 의욕이 생기지 않아서 괴로움에 발버둥을 치며 어떻게든 이 상황을 빠져나가고 싶을 때 세 가지 대처법.
(1) 현상 긍정 : 괴로움에 발버둥을 치고 있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즉 자신에게 닥친 힘들고 괴로운 현실을 직시하는 것. 그 중에서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바꿀 수 있는 일에는 용기를 가지고 뛰어들고, 바꿀 수 없는 일은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면 된다.
(2) 원점 회귀 : 일과 교우관계, 가족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살펴보는 것. 말하자면 발밑을 살피는 일과 같다. 이 일을 통해서 당신에게 힘을 주는 사람, 일, 사물이 한없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1)과 (2)를 통해서 (3) 유대감 회복에 의식적으로 집중하면, 당신에게 확실한 유대가 있다는 사실('돌아갈 집'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당신의 마음에 '먹구름'이 끼었던 날이 몇 번인가 있었다는 점과 무엇인가(혹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당신이 그 일을 극복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바꿔 말하면 당신은 당신의 인생 최대의 위기를 극복해온 장본인인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에 겪었던 최대의 위기와 비슷한 상황이 닥쳐온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이미 이런 위기를 극복할 지혜와 용기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3권
아들러가 말한 인간관계 유형의 4가지 좌표에서 내가 평소에 특히 관심있게 지켜봐온 '공의존co-dependency'에 대한 부분이 있어 따로 정리해본다.
공의존 관계에 빠지기 쉬운 악연 영역
네 번째 '악연 영역'에 속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싶어도 헤어질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주위에서 "저런 사람과는 헤어지는 편이 좋아"라고 아무리 말려도 그 사람이 너무 좋아서 도저히 헤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저 사람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라고 굳게 믿기 때문에 아무리 휘둘리고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영역에 속하는 사람은 "난 너밖에 없어", "내겐 오직 당신 뿐이야"라고 말하면서 몰래 바람을 피우기도 하고,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야"라며 돈을 빌리고는 시치미를 떼기도 하는 매우 피곤한 존재이다. 하지만 객관적으로는 어떻게 보일지 몰라도 정작 당사자들은 영원히 헤어지지 못하거나 헤어지더라도 금세 다시 만나기도 한다. 또 종교적인 관계에서도 자칭 '교주님'을 맹신하여 거금을 헌납하고는 "언젠가 나에게 도움이 될 거야"라고 굳게 믿는 사람이 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의존이다. 상대방에게는 단지 '편리한 여자/남자'에 불과한데도 "나는 특별해" 혹은 "나는 예외야"라고 착각하며 관계를 청산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영원히 헤어지지 못하거나 헤어지더라도 다시 되돌아가는 관계 또는 '공의존(codependency)' 관계에 빠지면 상대방의 부적절한 행동을 지원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공의존이란 인간관계 그 자체에 의존하는 의존증으로, 알코올 중독이나 가정 내 폭력, 도박, 대인관계 문제 등에서 일어나기 쉽다. 공의존 광계에 빠진 사람은 "저 사람을 내가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계속 함께 있고 싶다"라는 마음 자체가 상대방의 증상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사실 상대방에게 더 필요한 것은 애정이나 지원이 아닌 치료인데도 말이다.
'악인 영역'에 속하기 쉬운 사람의 유형에 대해서 아들러는 '공의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저서 [왜 신경증에 걸릴까]에서 "자신보다 나약한(사회적인 계급이 낮거나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또는 나태함과 같은 결함이 있다는 의미에서의 나약함) 파트너를 자신이 '구원할' 수 있다는 기대에 빠져 누군가를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자신의 숨겨진 욕망을 드러낸 것이다"라고 밝혔다.
용기를 꺾는 다섯 가지 행동 유형
(1) 상대방의 단점을 지적
(2) 모든 일을 감점주의의 관점에서 바라봄
(3) 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
(4) 실패나 실수를 철저히 비판
(5) "너 때문에 망쳤어"라며 일방적으로 결론지음
왜 'why'가 공격이 될까?
용기를 꺾는 행동 유형과 연결지어 한 가지 더 생각해보자. 상대방을 공격하는 결과를 낳기 쉬운 것이 바로 'why(왜, 어째서)'라고 물으며 상대방을 몰아세우는 일이다.
어떤 현상이나 사건에 대해서 'why'라고 묻는 것은 결과로부터 근본적인 원인을 되짚어보는 행동으로, 매우 유익한 일이다. (ex. 제품 결함에 대한 원인분석) 그러나 인간의 행동에 대해서 'why'라고 끊임없이 묻는 행동은 상대방을 극도로 몰아세워 용기를 꺾고 만다. 그 문제점은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why'라는 질문을 받아도 솔직히 대답하기가 어렵다. 둘째, 몇 번이나 질문을 받는 입장에서는 마치 인격을 부정당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셋째, why라고 자꾸 몰아세우면 부하직원은 상사를 두려워하게 되면서 보고나 연락을 점차 하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why'라고 묻고 싶은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1) 인간의 행동에는 가급적 'why'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2) 원인을 묻는 '왜'보다도 목적을 묻는 '무엇 때문에'를 사용하자 :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행동에는 목적이 있다'라고 본다. 원인을 추구하기보다는 '무엇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는데?'라고 목적을 물어보자.
(3) '어떻게 하면(how)'을 사용해서 재발 방지와 배움의 기회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자 : 실수를 범했을 때는 앞으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실수를 배움의 기회로 삼아 앞날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
용기 부여하는 다섯 가지 행동 유형
(1) 상대방의 장점을 찾아 말해준다.
(2) 모든 일을 가점주의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3) 건전한 목표를 설정한다.
(4) 실패나 실수에 관용적인 태도를 보인다.
(5) "네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어"라며 진심으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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