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영화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 회피하지 않고 뚫고 살아내는 힘에 대하여

비상하는 새 2022. 3. 7. 08:22
반응형

 말괄량이 삐삐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작가로서 명성을 떨치기 전, 미혼모 시절의 역경을 다룬 영화였다. 말괄량이 삐삐를 읽은 적은 없지만 (나는 어릴 때 책을 거의 안 읽었다) 여성 작가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이 영화도 보게 되었다. 여성 작가로서의 예술적 고뇌에 대한 영화이길 기대했는데, 그렇진 않다는 이야기. 하지만, 영화가 그린 그녀의 일대기 속 역경과 당시 시대상황 아래 여성의 삶을 조명하는 것 자체가 그녀가 성취한 예술적 세계를 구축해나갔을 것이다. 그녀의 역경이 그녀의 작품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을 테니까. 

 

 스웨덴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아스트리드는 시골집의 집안일을 돕는 것 외에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래도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가 가진 글 재주를 썩히진 않고, 신문사 인턴 제안을 수락하도록 허락해준다. 그곳에서 그녀는 유부남 상사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아이까지 낳게 된다. 당연히 부모는 이러한 사실을 수치스럽게 여기고 아이 낳는 것을 반대했기에, 그녀는 마을 사람들 눈을 피해 덴마크까지 왔다갔다 하며 어렵사리 출산을 하고 아이를 낳고도 위탁시설에 아들을 맡겨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 혼자 번 돈으로는 아이 양육은 고사하고, 그녀 입의 풀칠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녀는 열심히 비서 수업을 들어 아이를 데려와 키울 수 있는 능력 키우기에 열성을 다한다. 상사의 부인이 상사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어 간통죄 고소를 당하고 그로 인해 그녀의 기다림은 무한정 길어진다. 그 사이 그녀는 상사에 대한 신뢰를 점점 잃어간 듯 하다. 결국 그녀는 이혼하고 돌아온 상사의 구혼을 거절하고 아이와 둘이 사는 결정을 한다. 일하랴, 아이보랴(처음에 아이는 그녀를 엄마로 인정해주지 않아 고초를 겪는다) 지친 그녀는 돈이 없어 아픈 아이를 어찌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가게 된다. 그 시점 비서일을 하고 있던 직장의 상사가 자비로 그녀의 집에 왕진의를 보내주고 이것을 계기로 그의 사랑을 확인하고 추후에는 결혼해 같이 살게 된다.

 

 눈부시게 빛나는 재능을 가진 시골 소녀 아스트리드가 사랑에 빠지고, 금지된 사랑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꿋꿋이 헤쳐나가는 힘을 영화는 내내 강조한다. 처음과 마지막 시퀀스로 할머니가 된 아스트리드가 독자 아이들의 축하편지들을 읽어보는 장면이 나온다. 그만큼 그녀의 작품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출이겠지. 말괄량이 삐삐는 말하나쯤은 손으로 번쩍 들어올리고 못해내는 것이 없는 캐릭터라는데, 삐삐는 아마도 아스트리드의 대리 자아겠지? 그걸 본 아이들 또한 자신에 대한 무한한 능력의 힘을 의심치 않게 될 거고 삶에 희망과 의지를 확인하게 되겠지. 주체적 결정을 끊임없이 살아냄으로서 증명해낸 그녀의 반짝이는 삶에서 깊은 감동이 베여나온다. 

 

영화 엔딩 ost가 정말 좋아 같이 소개한다. 스웨덴어라 발음이 좀 어렵지만 가사와 멜로디가 정말 좋다!

 

아네 브룬(Ane Brun)의 'Springa'

 

https://www.youtube.com/watch?v=5lZLGPu1itM 

Springa, våga springa
Genom döden in i livet
Springa, våga springa
Genom mörkret in i ljuset
Passa på att leva, ta för dig
Känn att sommaren den är din
Passa på att leva, ta ett steg fram
Eller baklänges om du vill
Passa på att leva, stå mitt i det
Möt upp stormarna med ett skrik
Springa, våga springa
Genom döden in i livet
Springa, våga springa
Genom mörkret in i ljuset

Inte förtvivla, men du kan fråga
Och se att framtiden kan förlåta
Svartmåla intehela tavlan du fått
Låt andra färger få plats emellanåt
Inte ångra, men du kan lära
Sen går du labyrinten utantill
Springa, våga springa
Genom döden in i livet.
달려, 마음껏 달려!
죽음을 통해 삶으로
달려, 마음껏 달려!
어둠을 뚫고 빛으로
살아갈 기회를 잡아서, 마음껏 즐겨!
여름이 너의 것이라고 느껴!
삶의 기회를 잡고 한 발짝 전진해!
필요하면 뒤로 물러나!
살 기회를 잡아, 한가운데 서!
비명을 지르며, 폭풍을 만나!
달려, 마음껏 달려!
죽음을 통해 삶으로
달려, 마음껏 달려!
어둠을 뚫고 빛으로

좌절하지 마. 넌 울게 될 수 있어!
미래가 널 용서할 수 있도록 정면으로 마주봐!
네가 가진 도화지에 전부 새까맣게만 그리지 마.
다른 색이 끼어들 틈이 있게 적당히 허용해.
후회만 하고 있지 마. 넌 거기에서 배울 수 있어.
그래야만 네가 미로를 외워서 걸을 수 있어.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