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페미니즘

<나랑 비혼해 줄래?>, 혼삶비결

비상하는 새 2022. 2. 2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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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비혼해 줄래?>

 

(265)

 

디폴트: 결혼

 

짝짓기 게임은 안전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최악을 피해 차악을 선택하는 행위라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달았다. 위험한 세상에서 나를 지켜 줄 완벽한 타인이 있을 거라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그 사람이 이상한 거라고,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면 된다는 말에 속아 내가 원한 안전은 없다는 걸 모른 채 누가 더 안전할지 재 보며 마치 나 스스로를 실험실의 생쥐처럼 다뤄 이런저런 실험을 한 셈이다. (47)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어딘가 흠이 있거나 모자란 사람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비혼 관련 기사들을 보면 댓글창에는 꼭 이기적인 것들이라는 말이 빠지질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비혼 여성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모자란 사람이 되었다가, 이기적인 사람이 되기도 한다. (55)

 

디폴트:

 

과거의 나를 되돌아본다. 나 자신을 미워하면서도 다이어트를 하고, 성형을 하고, 화장과 포토샵에 매달리게 한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타인에게 인정받는 삶은 마치 내가 힘을 쥔 것처럼 느껴진다. 정작 그 인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진짜 권력인 줄 모르고. 외모와 같이 유한한 자원이라면 그 선택권은 정말 쉽게 내 손에서 빠져나갈 텐데 말이다 .(76)

 

디폴트: 목소리

 

내가 연에게시판을 들락날락거리며 사랑받는 여친 되는 법을 정독하지 않았어도, 여성가족부가 역차별이라는 그의 주장에 조목조목 맞받아쳤어도, 머리가 짧고 화장을 하지 않고 브래지어를 입지 않아 그들과 다를 바 없는 겉모습이었어도 똑같이 사랑받을수 있었을까? 내가 잘 선택했다 착각했던 그 로맨스들은 전혀 자유롭지도, 동등하지도 않았다. 나는 더 이상 남자들에게 사랑받으려 노력하고 싶지도, 그들이 바라는-자신의 권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수단이 되어 주고 싶지도 않다. 로맨스는 허상이다. 적어도 당신이 믿고 있는 그 평등하고 자유로운이성애 로맨스는. (97)

 

내 옆을 꽤 많은 사람이 지나쳐 갈 때 항상 옆에 있어 준 건 친구였다. 친구들은 이해관계 따위 상관없이 내 편에 서서 같이 화내 주고 어떨 땐 정신 차리라며 나를 혼내기도 했다. 내가 진정 사랑한 건 친구들이었다. (102)

 

디폴트: 사랑

 

여자들은 덕질을 하면 기본적으로 자신이 아래임을 자처하며 나의 온 마음을 바칠대상을 고른다. 한 마디로 동등한 위치의 사랑이 아니다. 나는 이것이 여자들이 끊임없이 존재를 증명하기를 요구받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남성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인정받는 것에 익숙하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상대를 평가한다. 그 위치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꾸미기도 하고 도시락도 싸고 돈으로도 충성을 보여 주며 끊임없이 사랑을, 관심을 어필한다. 그러지 않으면 내 존재가 증명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받고, 누군가에게 인정받아야만 내 존재가치를 느끼는 것이다. (127)

 

한 가지의 강렬한 공통점을 공유한다는 것은 무조건적인 빠른 결속을 약속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끊어지기 쉬움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비슷한 사건을 겪고 느끼기에 더 빨리 지치기도 한다. 새로운 마을을 찾아 떠나는 여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에 이전보다 연결되기는 쉬워졌지만, 알고 보면 인간관계에 여전히 갈증을 느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164)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한 만큼 많은 것을 공유한 사람이 소중한 건 당연하다. 하지만 분명 이유가 있을 내 변화에 관심조차 없는 사람이라면 과연 앞으로 닥칠 수많은 변화들을 함께 견딜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172)

 

나는 같은 생각을 나누는 사람의 존재와 응원이 생각보다 아주 대단하다는 걸 이미 경험했다. 나와 같은 비혼주의자가 주변에 존재하는 건 단지 심리적 안정감과 함께할 추억을 쌓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고 더 발전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꼭 필요하지만 한 사람이 미처 다 알 수 없는 정보와 지원제도를 서로 나누거나 비혼주의자에게 닥칠 미래를 여러 방면으로 예측해 보며 함께 튼튼한 심신과 더불어 든든한 통장을 준비해 본다. (175)

 

디폴트: 커리어

 

여성 상위시대를 들먹이며 이제 유리천장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들 하는데 왜 여성 임원 수는 현저히 적고 유리절벽에 내몰리는 여성들이 존재하는 걸까? 유리절벽에 내몰린 여성들은 현실적으로 어렵거나 실패 가능성이 높은 일의 책임자가 되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다. 높은 직급에 올라가는 과정에서 남자가 느끼는 난이도와 여자가 느끼는 난이도는 결코 같을 수 없다. (237)

 


유튜버 <혼삶비결>의 책이 나와 지역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대출해봤다. 2030 여성들의 비혼주의 선언과 그 가시화에 앞장서는 이들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비혼이라고 해서 항상 꽃길만이 펼쳐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나 자신의 1인분의 인생을 책임지기 위해 삶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성찰, 노력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앞선 세대와 달리 지금의 2030은 먼 훗날에도 결코 혼자가 아닐 것이다. 따로 또 같이, 느슨한 연대로 가부장제에 귀속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삶을 살아낼 수 있음을 다짐한다. 

 

책의 마지막 문장이었던, 가슴 뛰는 말. We Will Win. (영화 서프레제트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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