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한의학

<저는 퇴사하고 한의사합니다> , 대만드 브랜드강화팀

비상하는 새 2023. 7. 1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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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퇴사하고 한의사합니다> 책 서평 _ 모두가 반짝이는 별

 대한한의사협회 브랜드위원회와 대만드(대신만나드립니다 : 전국 한의대생들이 선배 한의사들의 활동을 인터뷰하고 기록하는 프로젝트, 이하 대만드)가 함께 출판한 저는 퇴사하고 한의사합니다책을 읽었다. 현역으로 한의대에 입학했던 나는 학교에 다닐 때에도 나사(‘나이 많은 사람들의 줄임말로, n수생부터 타직역에서 한의대로 오신 분까지 포함한 그룹) 언니, 오빠들에게 관심이 많았고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나는 대한한의사협회 총무비서팀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한의사들의 특별한 진로스토리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이 책의 서평단을 모집한다기에 바로 지원하여 책을 받아봤다. 책은 대만드 인터뷰 가운데 일부를 의약학, 자연과학/공학, 인문/사회/교육, 예체능 4분야로 편집해 출판되었다. 각 분야별로 타직역에서 한의사로 진로를 바꾼 3~4명의 한의사의 인터뷰와 각 분야에 맞는 한의학 이슈들이 부록으로 덧붙여져있다. 서양의학과 달리 한의학은 학문의 기초 철학이 동양 철학이기에 이과적 지식과 문과적 지식이 모두 필요한 학문이기에 분야도 이과쪽 2챕터, 문과쪽 2챕터로 구성되어 있어서 적절해보였다. 다만 한의학이 실제 임상에서 활용될 때에는 자연과학의 전문적 지식이 상당히 요구되기 때문에 의약학, 자연과학/공학 챕터에서 앞으로 한의학이 자리잡아 나가야할 전문성을 더 엿볼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 부분과 의견을 조금씩만 소개해보고자 한다.

 

 약사 출신 한의사 신정민 원장님께서 한의학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를 여쭈었다. 그가 약사로 일을 할 때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 부작용으로 moon face가 되신 아주머니, 5~6년 전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어서 자식도, 남편도 없는 아주머니의 불면증을 청심연자음으로 증상이 상당히 개선된 경험은 한의사를 해야지만 마음 편하게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셨다고 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수술, 단박에 낫는 약과 같은 극단적인 치료방법이 보다 좋은 치료법이고 보존적이고 안전한 치료는 효과가 없는 하찮은 치료라고 여기는 편향된 시각에 대해서도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일갈하셨다. 서양 과학만을 배워왔던 고등학교 시절까지 나도 나노 단위로 연구되는 서양 의학에 막연한 환상과 동경, 신봉이 있었다. 그들의 이론을 보고 있으면 머리가 어지러울 만큼 세분화된 논리에 빠져들어 마치 해당 약만 있으면 질병은 무조건 치료되는 것인 양 생각이 되기도 했다. 그들은 약의 작용에 대해서만 설명할 뿐, 그 약의 작용에 의해 촉발되는 연계된 화학적 고리의 변화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한다. 그 지점에서 약의 부작용들이 본래 가지고 있던 증상보다 더 많이 생겨나고 이는 장기복용 했을 때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한국은 특히 노동집약 사회이다 보니 본인의 건강을 둘째로 하고 노동하기 위해 빨리 낫는 약을 찾아 닥터 쇼핑을 하는 환자들의 인식도 분명히 개선되어야 하지만 의사들의 양심적인 진료도 필요한 상황이다. 의학은 끝없는 자기 발전을 요하는 직역인 만큼 신정민 원장님께서는 안면 비대칭 치료를 위해 치과 논문은 물론 성형외과 논문까지 끝없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나는 수험생활에 지친 나머지 대학만 합격하면 끝인 공부를 원했던 오만함이 있었는데 이를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진심으로 공부하고 노력해야 치료를 잘 하는 한의사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또 한 명의 약사 출신 한의사 우주연 원장님께서는 한의사의 전문 분야인 천연물에 대한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야한다고 하셨다. 너무 기미, 본초, 장부와 같은 전통 한의학 이론에만 치우친 현재로서는 그 파이를 키우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기원 식물, 약리 작용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한의사 직능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면허가 이원화되어 있는 한국에서는 한의학이 수십 년 동안 많은 핍박을 받아오고 있다. 수적으로 열세인 한의학을 폄하하고 위험하고 무가치한 의학으로 프레임을 씌우는 의사협회로 인해 한의사의 치료를 경험해보지도 못한 국민들도 선동당하는 경우도 많다. 그들과 싸우기 보다는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파이를 더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원장님의 말에 동의한다. 일방적인 네거티브에 끄달릴 것이 아니라 우리의 파이를 키워 경쟁력을 확보하고 한의학에 긍정적인 글로벌 시장 개척이 더 중요한 과제이다.

 

 수의사 출신 한의사 송민호 원장님께서는 한방 수의학이 실제 임상에서 적용되는 사례를 말해주셨다. 일반적인 한의학과 큰 틀에서는 동일하나 제각각인 동물의 생리를 주의해 침과 한약을 쓴다고 한다. 대동물 쪽으로 가면 연구도 많고 역사도 깊은데, 특히 몸값이 비싼 말 같은 경우는 칼(메스)을 사용해 치료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침이 정말 효과가 좋다고 한다.

 

 공학도 출신 한의사 김현호 원장님 같은 경우 주식회사 7일을 만드셨다. 앞으로 회사의 성장 방향에 대해 총 5개 스텝을 생각 중이라고 하셨다. 한국의 2만명 한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플랫폼 하베스트가 첫 번째, 전 세계 전통 의학자들이 각자의 콘텐츠를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게 두 번째라고 한다. 2단계까지는 비디오 형태이고 그 다음 단계는 빅데이터-한의 전통 지식을 편하고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의 형태, 다음으로 오픈 퍼블릭 서비르로 성장하고 최종 목표는 환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서비스의 구축이라고 하셨다. 한의학계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던 나는 한의대에 입학하고부터 많은 실망을 했었다. 생각했던 것에 비해 이 분야가 체계가 닦여 있지 않다고 생각했고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서비스가 너무도 부족해보였다. 이러한 현실에 좌절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 현실을 나라도 새로 닦아나가야겠다는 기회로 보는 사람도 있는데, 그가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보수적인 한의계 내에서 끊임없이 불편을 개선하는 김현호 원장님 덕분에 한의계에도 신선한 바람이 조금씩 들어와 소통의 물꼬가 트였다. 마냥 있었으면 좋겠다는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내는 그는 소망과 꿈을 자신의 능력으로 현실화시키는 능력자다.

 

 물리학도 출신 한의사 황남주 원장님께서는 본과 생활 시절 경락, 보이지 않는 실체라는 논문으로 원광대학교 논문제 최우수상을 받으셨다. 어떤 사람들은 경락이 보이지 않는 데 실제로 있느냐고 따지는데, 사실 물리학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열심히 연구한다. 소립자들이 반응하고 나서 남은 결과를 보고, 보이지 않는 것들의 작동 방식을 추정하는데, 이런 것들이 과학적 사실로 인정이 된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과학적 대상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하셨다. 물리학에서 물체의 힘에 대해서 이론적으로 공부할 때, 마찰력의 작용으로 물체가 멈추는 원리를 알아보면 외부 힘이 주어지는 건 눈에 보이는 외력이지만 바닥과 물체 사이의 마찰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제하기에 결국 물체가 멈추게 되는 것이다. 지구라는 행성에 땅을 붙인 채 살아가는 인간에게도 중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이 존재하기에 우주 미아가 되지 않고 지구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무생물이 아니라 미세 전류가 흐르고 수십억개의 분자가 응집된 생물이다. 그렇기에 보이지 않지만 실제하는 혈자리 자극을 통해 경락의 균형을 맞춰 건강 상태로 되돌리는 학문이 한의학이다.

 

 국내 유일 서양인 한의사 라이문드 로이어 원장님은 세계적으로 침술은 중의학이 많은 패러다임을 쥐고 있기에 한약의 세계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셨다. 침에 비해 herbal medicine은 중국과의 연관성이 적기에 한국에서 한약을 체계화하고 제품화시켜 세계 시장에 내놓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또한 외국 침구사들에게 한약의 접근성을 높여 처방할 수 있도록 교육 제도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으셨다. 해외에선 한의학이 대체의학으로 분류되기에 얼마나 해외시장에서 영역을 넓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의사 면허는 배타적으로 국가에서 관리하기에 국가마다 의료법이 다르고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기에 보수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약은 천연물로서 각 국가마다 사용 허가가 다르기에 한국 안에서의 한약 사용과는 달리 적용될 것이기에 넘어야 할 산이 더 커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원장님께서 말씀하신 한약을 체계화하고 제품화 시켜 세계 시장에 내놓는 것이 한국에서 개별 질환에 맞춤형으로 조제되어 처방되는 한약 시장의 실정과 잘 맞을지는 모르겠다. 쯔무라 제약과 같이 일괄적으로 엑스제를 만들거나 하는 형태로는 가능해 보이지만, 그런 방법이라면 사람에 따라 용량과 제법이 달리 처방되는 한약의 진정한 효과는 떨어질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교사에서 한의사가 되신 한상윤 교수님께서는 한의대 내 교육과정 개편에서 임상에 대한 자신감을 더 키워줘야 한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또한 한의계를 지배하고 있는 패배주의를 배격해야 한다고. 또한 좌절의 연속일 수 밖에 없는 교육의 핵심은 좌절을 느끼는 것은 그것을 극복할 힘도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고 하셨다. 좌절을 보지 못하는 것이 진짜 문제이지, 좌절을 느끼는 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니 손잡고 개선하면 된다고 하셨다. 한의학교육에 쇄신이 많이 필요한 것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인터뷰를 읽었다. 특히 의대 교육 위원회의 방식을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부분에서 한의학에 대한 교수님의 진심이 느껴졌다.

 

 타직역에서 온 한의사 선배님들은 내적 고민을 이미 거친 단단한 사람들이라 한의학의 장점에 대한 확신과 애정이 넘치는 것이 느껴졌다. 한의대 학부 시절 나사들과 어울리고자 했던 나의 근원에는 이러한 고민 없이 얼렁뚱땅 진학하여 확신이 없었던 불안감이 있었다. 그들의 인생을 듣고 엿보기도 하면서 주체적으로 선택한 한의학의 장점을 듣고 보고 경험하고 싶었던 것이다. 허허벌판 대지를 앞에 두고 쓸모없는 땅이라며 좌절했던 나와 달리 그 대지를 일구고 경작해 작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저는 퇴사하고 한의사합니다책에 오롯이 실려있었다. 그들의 진심이 나의 가슴에도 옮겨와 울림을 선사했고 한의사로서의 정체성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보태어졌다. 융합의 시대. 어떤 경험도 무가치한 것이 없다. 밤하늘에 북두칠성처럼 유독 빛나는 별이 있다면 이번 책의 인터뷰이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 옆에 수많은 작은 별들도 반짝이는 건 마찬가지이다. 평범한 한의사로 살아가고 있는 나도 반짝이는 별임을 잊지 않지만, 그들의 영향으로 작은 도전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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