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
(380)
1부. 유혹
사랑Love
가면Mask
운명Destiny
갈망Hunger
2부. 혼술
술의 방정식 The Liquid Equation
알코올은 우리에게 보호막을 둘러쳐서 자기 발견의 고통이 다가오는 것을 막아준다. 그 보호막은 극도의 안온감을 주지만 극도로 교활한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완전한 허상이기 때문이다. 완전한 허상이면서도 진정한 실체처럼 간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비극은 그 보호막이 작용을 멈추면서 시작한다. 변신의 수확은 바뀐다. 이것은 불가피한 결말이다. 장기간에 걸친 과음은 우리 인생을 망가뜨린다. 다른 사람들, 그리고 자신과 맺은 관계가 뒤틀리기 시작한다. 업무에 장애가 발생한다. 재정 문제, 법적 문제에 부딪히거나 경찰과 부딪힐 수도 있다. 고통이 커지면 어느 순간 옛 수학(불편+술=불편 없음)은 전처럼 드러맞지 않게 된다. 편안함을 느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소심함이나 두려움, 분노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좀 더 깊고 근원적인 것을 찾게 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방정식은 더욱 강력하고 완전한 내용으로 바뀐다. ‘고통+술=자기 망각’이라는. (114)
섹스 Sex
알코올 중독자들은 거의 자동으로 인간관계가 엉망이다. 우리는 자기 존재감을 느끼고 당당하게 관계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술에 취해 질척질척 흘러 들어간다. 우리는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서, 우리 자신의 핵심 버전, 그러니까 우리가 본래 가지고 나왔고, 다른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해주는 버전의 자기 모습을 잃어버린다. 우리는 친밀한 관계를 극도로 불편해하는데 여기서 알코올은 그런 불편함을 막아주는 한편, 그것을 진실로 극복하는 길 또한 막아버리는 이중적 작용을 한다. 우리는 감정을 솔직히 대면하는 것보다 거기서 한 발짝 물러서는 데 훨씬 더 익숙하다. 갈등을 느끼는가? 마셔라. 불안한가? 마셔라. 울화가 치미는가? 마셔라. (131)
알코올 중독자들은 삶을 구역화한다. AA 모임에 가면 그런 이야기를 거듭 듣는다. 알코올 중독자들이 이중 인생(심지어 삼중, 사중 인생까지도)을 영위하는 것은 하나의 삶을 사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그 하나의 삶이란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선명한 이해에 기반을 둬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모임에서 만난 한 여자는 알코올 중독을 ‘심각한 자기기만’이라고 정의했다. (133)
혼술 Drinking Alone
혼술은 이론적으로는 자신을 방어하는 행위다. 우선 혼자 있으니 대인 접촉을 피할 수 있다. 게다가 알코올을 통해서 혼자 있다는 우울한 기분도 떨칠 수 있다. 자신의 거죽을 쓰고 살아가는 것이 너무도 힘겨울 때 우리는 혼자서 술을 마신다. (154)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 그러니까 술이라는 정신의 마취제 없이도 하루하루를 밀고 나가는 사람들은 외부의 힘에 막연한 기대를 하지 않으며, 개인의 진정한 힘과 희망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경험의 축적을 통해서, 즉 자기 앞에 닥친 과제들을(아무리 고통스럽고 두려운 일이라 해도) 하나하나 해내는 과정을 통해서 얻어진다는 사실을 터득하고 있다. 하지만 술을 마시는 사람은 그러지 못한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뚫고 지나가는 것과 그것을 외면하는 것의 다른 점을 알지 못한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멍청히 앉아 술을 들이켜다가 취하는 것뿐이다. (156)
3부. 중독
중독 Addiction
술을 끊기까지 나는 알코올 중독은 병리적 문제라기보다는 도덕적인 문제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알코올 중독에 관한 우리 사회의 기본적이고도 심각한 오해 중 하나다. 우리는 술 때문에 문제를 빚는 것은 의지박약의 증거고, 자제력 부족의 결과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것은 나쁜 것이다. 의지만 있다면 극복할 수 있다. 정신분석가의 딸로 자란 나는 그 해결 방법도 안다고 생각했다. ‘왜 술을 마시는지 그 이유를 밝혀내라. 숨겨진 분노와 두려움, 네 심리적 뿌리를 밝혀내라. 그러면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열심히 생각하면 정신이 건강해질 것이다. 정신분석학에 너를 맡겨라.’ 그러나 실제로 그것은 패배를 자초하는 자기기만이다. 결국 재활센터에 들어간 나는 음주 문제는 생리학적 근원이 있다는 강연 내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곳의 강연자들은 내가 수많은 밤 그토록 비이성적으로 술을 마셔댄 것은 강력한 물질적 메커니즘이 작용한 탓이라고 역설했다. “두뇌 기능이 손상되어 좋은 기분을 전해주는 물질을 만들지 못하는 것입니다. 술을 끊는다면 그러한 균형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신경학은 알코올 중독 문제에서 전통적인 상담 위주의 치료가 왜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는지를 어느 정도 설명한다. 알코올 중독자의 심리를 아무리 훌륭하게 분석한다고 해도, 몸이 내는 목소리는 마음의 목소리보다 크고 직접적이게 마련이다. 두뇌가 술을 달라고 악을 쓴다면, 그 내적 원인을 캐고 또 캐낸다고 해도 소용 없는 법이다. (183)
대체중독 Substitution
현실부정 Denial
AA 모임에 가면 흔히 듣는 말이다. 진성 알코올 중독자들은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은 때를 더 열심히 기억한다. 친구들과 즐겁게 술 마신 때를, 집에 안전하게 들어온 때를, 자기 침대에서 깔끔하게 깨어난 때를. 그리고 불미스럽고 수치스러운 일이 일어났거나 지난밤의 일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뭔가 변명을 둘러댄다. 비난의 화살을 돌릴 대상을 찾는다. 스트레스, 힘든 인생, 호르몬. (231)
4부. 이중생활
굴복 Giving Over
이런 식으로 감정을 다스리려고 술을 마신다면, 그 감정을 극복하는 일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두려움과 분노를 잠재우려고 술을 마신다면 우리는 이런 감정과 완전히 유리되어, 자신도 믿을 수 없고 자신의 판단과 정직성도 믿을 수 없다. 내가 AA 모임에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30대 후반의 남자 한 명이 술만 마시면 여자친구와 무지하게 싸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는 알코올에 방출 효과가 있다고 했다. 술을 마시면 하루 동안 겪은 온갖 사소한 상처가 마음 깊은 곳에서 흘러나와 표면에서 요란스럽게 부글거렸다. (255)
일별 A Glimpse
이중생활 Double Life
우리는 대부분 거짓말을 한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큰 거짓말도 하고, 작은 거짓말도 한다. 다른 사람에게도 거짓말을 하지만,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다. 존 치버는 그의 일기에 이런 거짓됨을 알코올 중독의 가장 혐오스러운 특질로 들었다. 그의 글을 인용한다. (268)
낮잠을 자면서 고된 일과를 탓한다. 캐비닛에 술병을 숨기면서 벽장에 숨기는 것보다는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아이와 함께 서커스에 가기로 해놓고 숙취 때문에 일어나지도 못한다. 노모에게 돈을 보내기로 해놓고 보내지 않는다. |
알코올 중독자들은 자신이 만든 혼란을 두고 외부 상황을 원망하는 데 선수들이다. 존과 애드리아를 부러워하면서 내가 보지 못한 것(사실은 보지 않은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존과 애드리아처럼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부부는 그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려고 엄청난 노력을 한다는 것, 그들 또한 이따금 자신들의 관계에 깊은 회의를 느낀다는 것, 상대의 한계를 받아들이려고 고투한다는 것, 사랑하는 이가 자신의 욕구를 모두 만족하게 해줄 수는 없다는 실망감을 이겨내며 산다는 것, 이런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술에 빠져 지내는 동안 알코올 중독자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다. 마음에 어떤 괴로운 기척이 스치김나 해도 술을 향해 손을 내뻗을 뿐이다. 그렇게 해서 힘든 순간을 지우고 술 속에 떠내려가는 것이다. (289)
5부. 치유
바닥 Hitting Bottom
도움 Help
치유 Healing
오래도록 자기 인생에 수동적인 방관자로 살다 보면, 날마다 똑같은 무채색 일상과 패턴에 함몰되어 지내다 보면 아주 간단한 행동(수도꼭지를 트는 것, 물이 흐르는 길을 찾는 것)도 아무 소용없고 손댈 수 없이 어려운 일로 여기게 된다. AA 모임의 참석자들은 지극히 사소한 문제와 씨름하는 경험을 자주 이야기한다. 빨래하는 일, 치실로 이를 닦는 일, 산책이나 조깅하는 일 따위. 이런 일은 어처구니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이 싸움은 수동성과의 싸움이고 자기혐오와의 싸움이며, 우리가 매 순간 내리는 자기규정에 이바지하는 일상성과의 싸움이다. ‘당신은 관성에 함몰되어 있는가? 움직임을 두려워하고, 자신을 게으르고 무가치하고 한심한 사람으로 여기는가? 아니면 그 현관에서 일어나 무엇인가 하는가? 자신이 가진 역량과 능력과 자질을 자신에게 보여주는가?’ 수동성은 영혼을 좀먹으며, 성실성과 긍지를 부식한다. 때론 그것은 약물만큼이나 유혹적이다.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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