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심리학

<왜 상처받은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까>, 강현식

비상하는 새 2022. 8. 1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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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상처받은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까

(240)

 

 

서문 누구나 잊히지 않는 힘든 기억 하나쯤은 갖고 있다

 

1장 그날을 잊을 수 있다면 죽음도 괜찮아요 _성폭행

그날이라는 지옥에 갇히다

어떻게 한 번도 아니고, 2년 동안이나 성추행을 당할 수 있는지 의아하게 여길 수 있다. 나 역시 이 생각 때문에 오랫동안 힘들었다. 나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웠던 거다. 그러다 몇 년 전에야 그때의 나를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찾게 되었다. 그루밍’. 그루밍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교묘하게 길들여서 이용하고 착취하는 것이다. 실제로 선임은 나에게 잘해줬다. 그러나 제아무리 잘해주더라도 허락 없이 내 몸을 만질 땐 너무 당황했고 수치스러웠으며,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그때의 나는 가장 손쉬운 선택을 했다. 침묵이었다. (19)

화살을 자신에게 겨누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마지막엔 가해자보다 피해자인 자신을 더욱 미워하며 탓하는 경향을 보인다. 왜 피해자인데도 비난의 화살을 자신에게 겨누는 걸까? 그 이유는 통제의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계획한 대로 모든 일이 흘러가길 바란다. 즉 자기 자신과 세상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 욕구는 생득적이고 선천적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것이며,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갖고 태어난다. 통제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면 포기해야 맞겠지만, 이 욕구는 우리 마음의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마치 몸의 에너지를 채워주는 식욕과 비슷하다. 사람은 식욕을 채울 만한 제대로 된 음식이 없다고 해서 식욕을 포기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먹을 것이 그 자리에 없다면, 평소에 먹지 않던 것이라도 입에 넣어 식욕을 해결해보려고 한다. 통제의 욕구도 그렇다. 현실에서 충족시킬 수 없다면 마음에서라도 통제의 욕구를 느끼려고 한다. 즉 실제로 통제할 수는 없더라도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으로 욕구를 충족시키려 한다. 이를 가리켜 심리학자들은 통제감sense of control’이라고 한다. 인간이 통제감을 느끼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현상의 원인을 이해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행동을 직접 통제할 수 없어도, 상대방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면 마치 통제한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통제감은 이득을 줄 때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독이 되기도 한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성폭력 관련 피해자들은 성이라는 사회적 금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기 어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피해자에게도 어느 정도 잘못이 있지 않겠냐는 인식 때문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당당하게 말하기 힘들어한다. 이러한 시각은 안타깝게도 사회적으로만 있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 자신에게도 존재한다. 모든 것이 내 책임과 선택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28)

그때로 돌아가면 달라질까

과거로 돌아가면 잠시 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엄연히 말해 그 당시의 선택과 결과는 통제 불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통제할 수 없었던 과거의 상황을 마치 통제할 수 있었을 거라고 착각하는 걸 통제력 착각illusion of control’이라고 한다. 사람이 착각에 빠지면서까지 통제감을 갖고자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 상황에서 자신이 너무나 무기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후로 통제감을 가지려 하지만, 결국 스스로를 비난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책과 자기 비난은 심한 경우엔 반복적인 자해와 자살 시도로 발전할 수 있다. 그렇기에 통제력 착각은 당장 멈춰야 한다. (35)

통제력 착각에서 벗어나기

피해 기억에서 자유로우려면 먼저 통제력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기 비난을 멈추고 성폭력 상황 앞에서 자신이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 어떤 것도 예상할 수 없었고, 통제할 수 없었다고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까지는 뭔가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갑자기 무력감을 받아들이라고 하면 더 깊은 우울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들이 모두 나의 착각이었다고 인정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은 사실 지구가 우주의 변방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우울했을까? 아니, 혼란스럽기야 했겠지만 우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무력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의 좋은 점은, 자기를 비난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37)

분노해야 할 대상이 분명해지다

실제로 미투운동을 통해 그동안 가려져 있던 성폭력이 많이 드러났고,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러나 미투운동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피해자들의 심리적 고통을 상당 부분 덜어주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이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고통은 경감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가리켜 보편성universality’라고 한다. (41)

가해자는 범죄를 숨겨야 하고, 피해자는 범죄를 큰소리로 알려야 한다. 그게 정상적인 것이다. 성범죄 피해 경험이 계속 생각나는 이유는 잘못된 방식으로 통제감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돌이킬 수도, 해결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었던 그때의 일을 계속 곱씹으면서 마치 통제할 수 있었던 것처럼 자신을 비난한다면 과거에 내 자신을 가두는 꼴이 되어 버린다. 진짜 통제감을 발휘하고 싶다면, 우선 그때의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상태, 즉 무력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내가 뭘 할 수 있었던 게 아니다. 지금 당장 자기 비난을 멈춰야 한다. 나의 무력함을 받아들이고, 자기 비난을 멈추는 게 상처 입은 나를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다. (43)

기억에 압도되어 일상이 무너지느냐, 기억에 압도되지 않고 기억과 함께 일상을 살아가느냐는 전혀 다른 결과물이다. 물론 그 일을 떠올릴 때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회복된다는 건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여전히 불쾌하고, 화가 난다. 하지만 그 기억에 사로잡혀 슬프고, 괴롭고, 죽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종의 사고를 당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사고일 뿐이다. 그렇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가해자를 욕하고, 다시 내 삶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44)

 

2장 어떻게 부모가 그럴 수 있죠? _학대

맞은 사람만 있고 때린 사람은 없다

만약 기억 능력에 문제가 생긴다면

억울함으로 강화되는 기억

단기 기억의 지속 시간이 20~30초라면, 장기기억의 지속 시간은 영구적이다. 그런데 애써도 잘 떠오르지 않는 기억과 애쓰지 않아도 자주 떠오르는 기억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감정이다. 감정이 강렬했던 경험은 선명하게, 약했던 경험은 흐릿한 기억으로 남는다. 단기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 뇌 부위는 해마인데, 해마는 편도체amygdala와 맞닿아 있다. 편도체는 우리의 감정 반응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부위다. 편도체가 손상되었을 경우 불안과 공포 같은 정서 반응이 현저히 줄어들고, 편도체를 인위적으로 활성화시키면 공격성이 크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서 반응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편도체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강렬한 정서가 동반된 경험일수록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70)

나를 위해 시작해보는 용서

용서는 쉽지 않지만 권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나 자신을 위해서다. 잘못한 사람이 그 대가를 치렀으면 좋겠다는 소망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용서하지 않아도 나를 괴롭게 만든 그 사람은 전혀 고통스럽지 않다는 데 있다. 언제나 나만 고통스럽다. 왜 그럴까? 그 사람을 원망하고 저주할 때 우리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 기억은 과거의 분노와 두려움, 슬픔과 불안, 우울이라는 감정과 함께 떠오르기에 다시 한번 그때의 일이 재현되는 것 같은 심리 상태가 된다. 정작 고통받아야 하는 가해자는 그 일을 잘 떠올리지도 않고, 만약 떠올린다고 해도 피해자만큼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용서를 통해 과거의 기억을 떠나보내지 않으면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고통받는 모순이 발생하는 거다. (73)

굳이 관계를 회복하지 않아도

만약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을 도저히 용서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면, 다음의 장애물에 걸려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장애물은 외부의 압력이다. 가족이나 친척이 연루된 폭력과 학대 사건에서 피해자들이 더 크게 상처받는 이유는 용서를 강요받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장애물은 용서와 관계 회복을 동일시하는 생각이다. 이 생각은 틀렸다. 부모의 폭행을 용서했다고 해서 무조건 부모와 사이좋게 잘 지내야 하는 건 아니다. 용서란 관계의 주도권을 갖는 행위이지, 상대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자녀는 부모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다. 이는 인류 역사에 보편적인 일이다. 자녀가 부모에게 대단히 고마워할 일이 아니라,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 관계를 부모가 학대와 폭력으로 먼저 깨뜨렸다면, 자녀는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된다. 관계를 먼저 뒤흔든 건 부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받은 자녀가 아무런 선택권 없이 그저 분노하면서 무력하게 살아가기 보다는, 자신의 의지적인 노력을 통해 주도권을 갖기 위해 용서를 선택한 거다. 관계 속에서 주도권을 가졌다는 건, 얼마만큼 관계를 회복할 것인지, 그 정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괴롭히고 상처 준 사람을 용서할 때, 그 사람을 직접 찾아가지 않고 혼자서 용서를 진행해도 괜찮다. 또한 용서했다고 반드시 그 사람과 잘 지낼 필요도 없다. 외부의 압력으로 인한 용서가 아니라면, 용서 이후에 꼭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감을 내려놓으면 조금은 용서가 쉬워질 수도 있다. (79)

 

3장 언제쯤 그 사람과 완전히 이별할 수 있나요? _첫사랑

나는 아직 이별하지 못했다

머릿속 지식의 구조

무엇을 해도 그가 떠오른다면

첫사랑은 왜 오래도록 생각날까

다음 사랑에게도 기회를 주다

 

4장 한 생명이 내 품에서 숨을 거두었어요 _펫로스증후군

우리는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사랑했던 만큼의 아픔

애도에도 단계가 있다

감정을 억지로 참아내지 않도록

고통을 넘어 아름다운 추억으로

 

5장 죽음의 공포가 잊히질 않아요 _교통사고

교통사고 후 드리운 그림자

두려움과 두려움이 겹칠 때

남들에겐 쉽지만 나에겐 어려운

교통사고라는 끔찍한 경험으로 증상을 겪는 것이 연합으로 설명될 수 있다면, 반대로 이런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도 연합으로 설명이 가능할까? 물론이다. 운전이라는 중성자극과 교통사고의 공포가 연합되어 운전을 못하게 되었으니, 이것을 역으로 이용하면 된다. 다시 말해 운전과 편안함을 연합시키는 것이다. 이를 가리켜서 역조건형성counter conditioning’이라고 한다. 두 사건을 연합시키는 절차인 조건형성을 역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동물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포를 느끼는 해당 동물을 편안한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이다. 당연히 한 번의 노출로 공포가 사라지고 편안함이 연합되지는 않는다. 편안함을 확실하게 느끼는 상태에서 적절한 수준의 노출을 반복 경험해야 한다. (167)

교통사고로 생겨난 긴장과 불안, 공포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긴장과 불안, 공포와 반대되는 편안함의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음이 편안한 상태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우리의 감정은 신체 반응과 밀접하게 연관 있다. 그래서 역조건형성을 하는 첫 단계로 충분한 근육 이완과 복식호흡을 훈련시킨다. 근육을 이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쉽게 할 수 있는 스트레칭만으로도 충분하다. 바닥에 눞거나 의자에 앉아서 온 몸의 근육을 하나씩 이완해보자. 이완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강한 긴장 상태가 먼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양손으로 주먹을 강하게 쥐어보자.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을 정도로 꽉 주먹을 쥐고 10초 센다. 10초 후엔 손에서 힘을 뺀다. 의도적으로 손을 펴는 게 아니라, 강하게 주었던 힘을 더 이상 주지 않으면 손은 자연스럽게 이완된다. 이런 식으로 손, , 어깨, , , 종아리, 허벅지, , 얼굴 등 신체 모든 부위를 이완시킨다. 역조건형성을 위한 두 번째 단계는 편안한 상태에서 불안과 공포를 유발하는 자극에 스스로 노출하는 것이다. 노출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할 수 있다. 불안을 느끼는 정도가 크지 않고 단기간에 불안을 극복하고 싶다면 최고 수위의 노출을 진행한다. (홍수법) 이때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하나는 대상이나 상황으로부터 직접적인 공격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점과 당사자가 중간에 포기하고 도망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포나 불안의 수위가 클 때는 단계를 설정해서 가장 쉬운 단계부터 노출해야 한다. (점진적 노출) (172)

 

이해받지 못하는 불안과 친해지기

기억의 상처를 다시 기억하다

 

6장 내가 오염될 것 같아요 _오염 강박

오염과 감염에 민감해진 사람들

고통스러운 기억을 씻으려는 몸부림

멈추고 싶지만 멈춰지지 않는

문제는 강박행동을 함으로써 당장에는 불안이 살아지거나 감소해서 좋을지 몰라도, 또다시 불안이 엄습할 때 강박행동을 하게 된다는 데 있다. , 반복된다. 이처럼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어떤 자극이 사라지고, 그 결과로 행동의 빈도가 증가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부정 강화negative reinforcement라고 한다. 그렇다면 강박행동이 어떤 식으로 우리 마음에 영향을 미치기에 불안과 공포가 감소할까? 첫째로, 강박행동 자체는 주의 집중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사람의 주의집중력은 무한대가 아니라서 동시에 두 가지에 전적으로 집중할 수 없다. 둘째,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어떤 행동을 집중해 반복하며 에너지를 사용하면 몸의 힘이 빠지면서 이완된다. 우리의 몸을 싸우거나 도망갈 수 있도록 준비시키기 위해 활성화시켰던 교감신경계 대신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어 편안함을 느낀다. (199)

더러움 속으로 다시 들어가보기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그것으로 힘들지 않도록 마음의 힘, 즉 내성을 키우는 것뿐이다. 내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불안과 공포에 반복적으로 노출돼야 한다. (200)

독특한 성격 때문이 아니다

 

7장 누군가 나를 조종해요 _가스라이팅

생각을 조종하는 친밀한 학대

소화되지 않는 불편한 감정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어차피 현대인들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 사회가 주입하는 메시지의 영향으로 조종을 받고 있으니, 굳이 가스라이팅을 문제시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이것들과 가스라이팅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 메시지를 스스로 선택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차이다. CF를 보는 것이나 작품을 읽는 것, 음악이나 영화를 선택하는 것, 심리 상담을 받는 것은 모두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의 마음 때문이다. 가스라이팅이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기준은 자발성이다. 그 메시지를 스스로 판단해보니 좋다고 느껴지고, 그래서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받아들여서 자신의 생각을 바꾸기로 결정했다면 가스라이팅은 아니다. 이럴 경우엔 내적 혼란과 갈등이 없다. 메시지 때문에 과거나 현재의 사건이 기억나서 감정적으로 힘들거나 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입된 메시지는 스스로 선택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자신만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내적 혼란을 초래한다. 이때 마음은 자동적으로 그 메시지를 거부한다. 그래서 과거의 기억이나 현재의 기억이 자극되고, 그로 인해 우울감과 죄책감, 불안과 분노라는 감정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225)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심리적 지배에서 벗어나는 법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사람들은 혼란스럽고 불편한 감정을 계속 느끼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것과 상대가 원하는 것을 혼동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기분을 반복적으로 느끼게 된다면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 상황인지 본격적으로 확인해봐야 한다. 다음의 몇 가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우선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보자. 자신을 위한 일인지, 상대를 위한 일인지 말이다. 물론 상대도 이득이 되고 자신에게도 이득이 되는 일이라고 판단이 든다면, 누구의 이익이 더 큰지를 다져보자. 래서 자신의 이익보다 상대의 이익이 더 크다면 가스라이팅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자신의 이익과 상대의 이익이 동시에 존재하고, 누구의 이익이 더 큰지 따져보기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두 번째 기준으로 따져보자. 시간과 장소, 사람이다. 나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과 고생이 과연 지금이어야만 하는지, 그곳이어야 하는지, 반드시 그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자문해보자. 자신이 지금과 그곳, 그 사람을 선택했다면 가스라이팅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타인의 선택이라면 가스라이팅일 수 있다. (233)

 

달라진 행동이 기억을 치유한다

자신의 기억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다 보면 기억으로 인해 생긴 심리적 고통이 점차 감소하게 된다. 우리의 현재는 과거와 연관되어 있다. 과거의 기억을 바꾸거나 지울 수는 없지만, 지금의 행동은 얼마든지 이전과 다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과거를 돌이킬 수 없다고만 생각하고 과거의 싫은 기억과 힘들었던 기억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지금의 행동이 과거의 기억을 얼마든지 치유할 수 있다. 과거와 다르게 행동하는 건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수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는 미래의 과거이기도 하다. 따라서 후회되는 과거와 다르게 결정하고 행동하면서, 현재의 삶을 더 풍성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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