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페미니즘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괜찮을까, 안예슬

비상하는 새 2024. 1. 1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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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괜찮을까

프롤로그 말 빌리기

 

1부 고립

고립의 반복

한동안 청년 고립은 히키코모리 같은 은둔 개념에 한정됐다. 그렇지만 내가 만난 열 명 중에는 외출은 하면서도 다른 사람하고 소통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소통하더라도 공감받지 못해 고립감을 느끼는 이도 있다. (23)

문 닫은 김밥집 앞에서

문제는 식사하지 않는 생활에 큰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면, 먹지 않는 행위는 관심사가 아니지만 많이 먹는 행위는 관심을 끌고 문제가 된다. 먹는 양을 줄이면 서서히 살이 빠진다. 나는 이런 모습이 섭식 장애라고 생각한다. 살이 찔까봐 안 먹지는 않지만 살이 빠지고 건강에 문제가 생겨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반대로 살이 찌면 큰 문제라고 느낀다. 우리 사회가 권하는 날씬한 몸을 벗어나자마자 자기 자신과 타인들이 질타를 시작하고 걱정을 늘어놓으면, 우리는 살을 빼려 다시 식사량을 줄일지도 모른다.

살이 찌든 빠지든 결론은 같다. 그렇게,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일상은 우리의 공통점이 된다. (36)

투룸에 거실 별도

말티즈와 미니핀

말이 산으로 간다

고양이의 하루

에스엔에스

진료와 상담

감염, 그리고 퇴사

아무도 도움이 되지 않을 때

자기가 겪는 아픔을 밖으로 드러내는 이는 공감을 받은 경험이 있거나 더는 견딜 수 없는 사람뿐이다. 견딜 수 없을 때 말하기가 아니라 죽음을 택하는 이들도 있다.

고립 시기에 자살을 생각한 여성 고립 청년은 열 명 중 다섯 명이다. 각자의 언어로 죽음이나 자살을 말했다. ‘자살을 고려한 사실을 직접 털어놓기도 하고 죽고 싶었다는 말로 에두르기도 했다. (98)

 

2부 기억

전환

기억나지 않는다

중독 - ‘고작이만큼사이

영상이나 게임에 몰두하는 행위는 고립의 시간과 자기 자신을 흘려보내는 방편이다. 중독이 없다면 고립의 시간을 견딜 수 없으며, 스러져만 가는 자기 자신을 마주해야 한다. 그렇지만 중독은 고립감을 감소하거나 해소하는 데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때로는 위험을 내포한다. 내가 만난 여성 고립 청년 중에는 온라인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면서 시간을 보내는 이가 있었는데, 종종 성적 위험을 경험하기도 했다. 여성 고립 청년이 이성을 상대로 정서적 연결감을 느끼려는 시도는 성적 위험으로 연결되기 쉽다. 고립된 사람은 고립의 시간을 견디려다가 중독으로 곧잘 빠져든다. 사람하고 관계를 맺는 일에 견주면 중독은 더 가깝고 손쉽다. (120)

가족의 무게

안과 밖

고립을 이야기할 때 고립만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이 사각지대에 놓인다. 가정 폭력, 성폭력, 학교 폭력, 직장 내 괴롭힘, 빈곤, 부당해고, 주거 불안 등 여러 사회 문제 중 살면서 하나도 휘말리지 않기는 어려운데, 이런 경험은 고립에 밀접히 연결된다. (133)

아버지라는 우물

모두 다른 고립

장례식

가족의 형태나 의미는 바뀌었지만, 가족은 여전히 개인의 배경과 안전망으로 작용한다. 가족이라는 안전망을 잃게 된 이들은 등받이가 사라지혼자가 된기분을 느낀다. (156)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 가장 어려운 문제는 진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진로 고민을 넓히고 직업을 찾을 준비를 하려면 주변에 안정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있어야 한다. 나하고 배경이 비슷한 주변 사람을 보면서 나도 저 일을 할 수 있을까?’ 상상하고 그거 하려면 뭐부터 준비해야 해?’라고 물을 사람이 있어야 한다. 안정된 소득을 보장할 일자리를 본격적으로 찾아 나서는 청년기라서 더욱 그렇다. 가끔 어떤 사람의 성공 신화를 접하면 텔레비전을 보다가, 책을 읽다가, 지나가는 누군가를 보다가 벼락 맞은 듯 꿈을 꾸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은 주변을 돌아보면서 꿈을 꾸고 직업을 찾는다. ‘의사 집안이니 약사 마을같은 말이 괜히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164)

소속된다는 것

 

3부 관계

- 일터 밖의 일터

위치 - 내가 서 있는 자리

친구 - 가능성의 세계

한국 사회에서는 가족이 가장 큰 안전망이다. 사회적지지 체계가 약한 한국에서 가족을 통해 돌봄이나 지원을 받지 못하면 고립될 수밖에 없다. 혈연으로 구성된 가족이 기능하지 못할 때 사회는 제도를 통해 고립된 삶을 포괄하지 않는다. (197)

동료 - 신뢰의 시작

자매 - 가장 진한 연대

애인 -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결혼 - 안정과 정상을 향한

지금 내 모습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은 앞으로 내 어떤 모습도, 어떤 말과 글도 알아주지 않는다. 그런 이들에게 우리는 여성 청년이라는 이유로 가르침이 필요한 대상이 된다. 그런 이들은 결혼을 둘러싼 우리의 고민을,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관계와 미래를 기혼과 비혼에 얽힌 이야기로 읽는다. 결혼을 둘러싼 우리의 이야기 속에는 평생 가보지 못한 세계를 향한 열망이, 정서적 안정과 성장이라는 희망이 자리하는데도 말이다. (230)

공감 - 들어주기와 드러나기

여성 고립 청년을 만나면서 고립과 관련해 그동안 진행한 연구와 사업이 지나치게 사후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여성 고립 청년은 고통스런 경험을 말이 아니라 몸으로 드러낸다. 집 안에 몸을 묶어두고, 음식을 먹지 않고, 가족이 겪는 고통을 귀로 듣고, 아버지와 남자 친구의 폭력을 견디고, 자기 몸을 매개로 친밀감을 얻으려 하고, 손가락을 움직여 온라인에 자기만의 경험을 남기고,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는 스스로 삶을 마감한다. 우리 몸에 남은 기억도 사후적 기록일 수밖에 없다. (237)

한계 - 정책과 여성 청년

개인을 둘러싼 다양한 배경을 확인하면, 우리는 여성 고립 청년이 겪는 고립이 생기는 원인과 여성 고립 청년에게 필요한 도움 목록을 직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도식 고립을 구성하는 5대 요소는 내가 만난 여성 고립 청년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삶의 구성 요소를 정리한 표.

각각은 별개로 볼 수 없고 서로 강력히 끌어당긴다. 그중에서도 가족 배경은 개인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만 표현상 편의를 고려하고 영향력이 절대적이지 않기를 바라면서 가족의 사회경제적 지위라는 1개 축으로 구성했다. 개인이 지닌 자원은 학력’, ‘나이’(나이가 많을수록 고립을 극복할 다양한 전략을 마련해둔 사례가 많다.), ‘직업적 안전성 또는 소득’, ‘지지 관계라는 4개의 축으로 나눴다. 이 간단한 도식을 바탕으로 여성 고립 청년 당사자는 자기에게 부재한 영역이 무엇인지 인지할 수 있고 기관은 다양한 시선으로 고립 당사자를 지원할 수 있다. (244)

버티기 - 시간을 견디기 위해

내가 가장 좌절한 영역은 사회성이다.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는 시간을 즐기던 내가 이렇게 말 한마디 하기도 어려워하는 사람이 된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회성 문제는 고립을 경험한 모든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오랜만에 사람을 만날 때 억지로 밝은 모습을 보이려 하면 몸과 마음에 무리가 따른다. 사회성이 떨어진 나를 받아들인 뒤에는 오히려 애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253)

 

에필로그 말하기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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