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페미니즘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반유화

비상하는 새 2023. 8. 2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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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들어가는 말 여자라서 겪어야 하는 일들에 마음이 자주 지치는 당신에게

 

1부 나를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chapter 1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건가요

 

매일 숙제하듯 살아왔다면

 

사회 역시 처음에는 선을 넘는 걸 문제 삼는 것처럼 보이다가, 나중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슬그머니 받아들이는 날이 올 겁니다. 여자 나이를 케이크에 비유한 농담이 시대 착오적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그러니 사회의 시선에 너무 속지 않았으면.

그때그때의 나이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 이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기 위해 필요한 첫 번째 과정. (24)

 

인생은 패키지가 아니다

 

삶을 기획할 때는 가장 먼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무언가를 원하지만 장벽이 있어 체념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일이 하기 싫은 것인지를 구별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현재보다 더 나은 삶을 살려면 이 두 가지를 구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25)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려면 세분화 작업을 해야 한다. 세상은 보통 개인이 할 일들을 패키지로 제안하는데, 그것을 전부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결혼이 싫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 안에 너무 많은 의미가 담겨있기에 구체적으로 무엇이 좋고 무엇이 싫은지 판단하기 어려워 혼란스러울 수 있음.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이 싫은 건지, 되돌리기 어려운 계약을 하기가 싫은 건지, 가족이라는 경제적, 심리적 공동체를 만들기가 싫은 건지, 책임이 늘어나는 것이 싫은 건지, 누군가에게 의존하거나 반대로 누군가가 내게 의존하는 것이 싫은 건지, 결혼한 여성에게 기대되는 성 역할, 즉 동등하지 못한 가사, 양육, 며느리로서의 의무를 부여받는 게 싫은 건지, 자녀를 갖기가 싫은 건지.

이렇게 결혼이라는 단어를 잘게 나누어 생각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것과 두려워하는 것이 좀 더 선명해진다. (26)

결혼을 고민한다면 인정받거나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마음, 누군가를 위해서라는 마음에는 반드시 보상심리가 따르기에, 철저히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세요. (31)

 

chapter 2 직장 상사에게 실망했어요

 

평면이 아닌 입체로 바라보기

 

한 사람 안에는 선한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 성숙한 부분과 미성숙한 부분, 강한 부분과 약한 부분 등이 공존. 그리고 이 사실을 마음 깊이 깨달을 수 있는 심리 상태를 대상 항상성(object constancy)라고 한다. 이는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얻게 된다. 양육자가 자신을 만족시킬 때는 좋은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만족시키지 못할 때는 나쁜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양육자 한 사람 안에 좋은 면도 있고 나쁜 면도 있다고 여기는 능력.

우리 모두 대상 항상성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지만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음. 또 한 개인도 그때그때의 상태에 따라 대상 항상성의 힘을 온전히 발휘하기 힘들 때도 있음. 예를 들어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있는 상태이거나 컨디션이 좋지 못할 때, 또는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와 깊은 관련이 있을 때처럼. (44)

 

타인의 진심에 매달리지 마라

 

chapter 3 친구들과 대화가 안 통해요

 

당신이 친구와 멀어진 진짜 이유

 

관계를 유지하는 적당한 거리

 

상대의 말에서 건질 수 있는 중립적인 사실을 호기심과 염려를 담아 전달하는 반영(reflection)이라는 방법이 있다. 이때 상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나 비꼬려는 마음은 최대한 빼는 것이 좋다. (72)

친구 : 너는 아마 결혼 안 해서 모를 거야.
: 다른 처지의 내가 다 이해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될 만큼 네가 지금 힘들구나.

 

Chapter 4 거절을 못 하겠어요

 

갈등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좀처럼 마음을 정리하기 어려운 이유를 알기 위해 우선 신경증적 갈등(neurotic conflict)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신경증적이라는 단어는 다양한 뜻을 가지고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만, 여기에서는 원하는 것과 두려워하는 것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마음의 경향을 이야기.

자기 안의 모든 욕구를 채우거나 두려움을 완전히 없애는 일은 슬프지만 불가능. 여러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민한다는 것 자체는 자신의 가치관을 발달시켜 왔다는 좋은 징조. 정신분석학자 카렌 호나이는 갈등 후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건 결정에 대한 책임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능력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잘못된 결정에 따른 손해를 감수하고, 다른 이들을 비난하지 않고 그 결과를 감당한다는 뜻. (84)

다음의 단계를 따라가보자.

1단계 : 지금 이 상황은 부당하다.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을 수 있다면 가장 좋았을 것.
2단계 : 그러나 슬프게도 나는 지금 이 상황에 처해 있다.
3단계 : 이 상황에 처한 건 내 탓이 아니다.
4단계 : 내 탓이 아니지만, 선택은 내가 해야 한다.
5단계 :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감수해야 한다.
6단계 : 결국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괜찮다.

 

내 감정은 나의 것, 네 감정은 너의 것

 

어떤 선택이든 다 거기서 거기라는 의미가 아님.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삶은 계속될 것이고, 내 앞에는 또 다른 새로운 기회들이 주어질 것이라는 뜻. 이렇게 자신이 안전하다는 전제 위에서 하는 선택일수록, 순간의 욕구나 두려움에만 매몰되지 않을 수 있음. 선택의 결과물이 두려워하는 만큼의 처참한 크기로 삶을 좌우하지는 못할 거라는 믿음을 점차 키워간다면 신경증적 갈등으로 겪는 고통을 줄일 수 있을 것. (92)

 

chapter 5 친구가 낯설어요

 

불편한 것은 불편한 것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 멀어지는 게 낫나요?”라는 질문을 받음. 저는 스스로 편해질 때까지 관계를 묵혀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함. 감정을 회피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서 후회하는 마음이 더 커지는지 아니면 작아지는지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낫다. (101)

사소한 일에 폭발해버리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감정 내성(affect tolerance)을 잘 관리해야 한다. 감정 내성이 높을수록 본인이 느끼는 감정을 내면에 잘 담아둘 수 있고, 내면에서 일어나는 자극에도 유연할 수 있다. 감정 내성이 낮으면 그때그때의 감정만을 진실로 여기고, 감정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에 압도된다. 참을성이 없는 사람이 감정 내성이 낮은 것처럼 느껴질 텐데.

현실에서는 상대에게 너무 맞추면서 참는 사람,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다가 갑자기 욱하거나 손절하는 사람이 감정 내성이 낮은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은 자신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순간 압도되어 즉각적으로 행동할까 걱정함.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무의식에서 부인해버림. 그러나 그 감정은 안에 꾹꾹 쌓임.

그러니 감정은 유예하지 않고 느끼되, 감정의 처리는 유예하자. (102)
그 방법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그것이 서운함이든 시기심이든 그저 사실로 바라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 이때 부정적 감정에 규범적 기준이 겹쳐 수치심이나 죄책감이 들어 괴로울 수 있음. 이것은 자신의 부정적 감정에 따라오는 이차적인 감정. 이차적인 감정도 잘 들여다보자. ) 뭔가 불쾌하고 나 자신이 혐오스럽다는 감정이 들어. 왜 그럴까. 뭔가가 부끄럽다. 왜 그럴까. 친구에게 거부감이 들기 때문인 것 같다. 그건 왜 그럴까...

이런 작업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 안에 존재하는 여러 감정들에 골고루 귀 기울일 수 있게 해줌. 또한 감정과 행동 사이에 적절한 거리를 둘 수 있는 힘이 생김. 감정을 느끼는 즉시 행동으로 옮기거나 외면하고 쌓아뒀다가 뒤늦게 스스로도 당황할 만한 행동을 하는 상황을 줄여줌. (105)

 

관계에 임시 보관함이 필요한 이유


관계를 계속 지속하기로 결정한다면, 그 이유는 반드시 자신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마음이 불편한데도 함께하는 건 친구와의 관계가 주는 즐거움이나 유대감 때문이어야 하는 것. (110)

 

chapter 6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가족이 상처를 준다면

 

착한 사람의 딜레마

 

스스로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전에 내가 고생하고 애쓰긴 했지.’라는 말 정도는 꼭 해주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의 감정과 욕구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집안에서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애쓴 대가가 고작 이거라고 해서, 애쓴 것을 몰라주고 오히려 비난한다고 해서 자신이 애쓰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앞으로의 고민은 자신이 애썼다는 사실을 일단 인지하고 나서 시작했으면 한다. 자신을 몰아붙인 상태에서 고민을 시작하면 좋은 답이 나올 수 없다. (122)

 

내 몫의 거절 분량을 채울 것

 

인간관계에는 항상 내 몫의 거절 분량이 있다. 내가 상대에게 해야 할 거절 분량이 50퍼센트라면 적어도 30퍼센트 정도는 채워야 상대와 균형을 잡을 수 있다. 내 몫의 거절을 하지 않으면 상대가 관계에서의 거절 분량을 거의 다 써버린다. 상대가 처음에는 안 그랬는데 점점 자기 위주로 행동한다면 내가 필요한 만큼의 거절을 했는지 점검해보아야 한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지금부터 자신의 거절 분량을 조금씩 늘려보자. 진정한 의미의 착한 사람은 무조건 참거나, 눈치를 살피며 자신의 의견을 단념하는 사람이 아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어디까지 원망하지 않고 감당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렇게 되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거절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대상을 내쫓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관계를 건강하게 지키는 데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 이것을 기억한다면 거절=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를 두고 거절의 선한 목적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거절에 대한 감수성을 바꾸면 여러 상황에 맞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사회생활을 해나갈 수 있다. (126)

하나의 역할로만 사는 것 못지않게, 기존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도 꽤 힘든 일. 막연한 두려움과 마주해야 하기에 괴로움이 따르기 때문. 이처럼 AB로 바꾸고자 할 때 드는 물리적, 심리적 비용을 전환 비용이라고 한다. 이는 자신을 보호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닌 것, 또는 어렸을 때 살아남기 위해 택했던 보호 장치지만 이제 필요하지 않은 것을 버리고, 진정으로 자신을 보호해줄 것을 선택하는 데 드는 비용이기도 하다. (127)

자신을 위한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알아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어려운 이유는 여전히 마음속에 양육자가 자리하기 때문. 진짜 감정에 대해 궁금해하는 대신 왜 그러는지 실토하라는 양육자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그냥 그 말을 따르게 되거나, 또는 따르지 않으려는 자신을 쉽게 비난하게 됨. 이런 상황이라면 아래와 같이 해보자.

1단계 : 자신에게 가장 상처 되는 말 떠올려보기
2단계 : 좋은 양육자라면 그 말 대신 어떤 말을 해주었을지 상상해보기

위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면 진심을 꺼내놓는 게 수월해질 것. 이제는 자신이 스스로를 양육해야 한다. 진심을 다해 걱정하고 궁금해하면 어느 순간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꺼내놓을 수 있다. 자신의 진짜 감정과 욕구, 두려움 등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거친 바람이 아닌 따뜻한 태양이 필요하다. (131)

 

2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나만의 온도를 찾아가는 법

 

chapter 7 남동생과 차별하는 엄마가 미워요

 

무조건적인 관계는 없다, 그것이 엄마일지라도

 

엄마의 시대와 딸의 시대가 만났을 때

 

어머니의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 나면 후련해져야 하는데, 마음은 개운하지 않고 불편할 때가 많다. 순간적으로는 자신의 것이라고 느낀 감정이 사실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것이기 때문.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자아경계(ego boundary)라는 개념을 알아야함.

어머니의 괴로운 감정은 당신이 아무리 애를 쓴다고 해도 달래기 어렵다. 어머니가 속상한 근본적인 이유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

딸은 보통 어머니의 삶을 보며 자기 인생의 더하기, 빼기를 해나간다. 우리는 양육자와 다르게 살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가지면서도 (묘하게도) 동시에 다르게 사는 것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당신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며 개인이 성장하면서 거치는 중요한 심리적 과정 중 하나. 이 마음을 자신 안에서 어떤 식으로 소화하고 통합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걸 알아두었으면 . (147)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

 

스스로를 위로하는 행위 역시 자신이 위로받을 자격이 있는지, 어떤 점이 속상한지, 자신이 나쁜 사람이 아닌 게 진짜 맞는지, 왜 자신이 벌을 받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해 스스로가 충분히 납득이 가야 실천할 수 있다. 자신을 위로하면서 당신은 점차 본인을 혼낼 대상이 아니라,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서 공감해줄 수 있는 대상으로 대하게 된다. (151)

 

chapter 8 일상이 불편해졌어요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해도 괜찮아

 

분노라는 감정은 그 자체로도 강렬하고 즉각적이어서 다루기 어렵지만, 여성이라는 정체성과 결합될 때 문제가 더 복잡해짐. 사회에서는 분노나 공격성을 여성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여기고, 여성에게 어울리지 않는 감정으로 인식하기 때문. 더욱 난감한건, 여성들이 이런 인식을 은연중에 내면화하여 자신의 분노가 왠지 모르게 부적합하고 위험하다고 느끼게 된다는 점. 자기 자신과 불화하는 상황, 즉 자신의 감정을 두려워하는 상황은 자기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과 자신감 저하로 이어짐. 분노-무력감-자기 비난’-의 순환 고리에 결국 지쳐버림. (162)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

분노-무력감-자기 비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일단 자신을 포함한 그 어떤 것도 탓하지 말고, 이러한 순환 고리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아야 함.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이 쉽지 않은 이유는,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수치심을 견뎌야 하기 때문. (164)

 

chapter 9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요

 

달팽이가 되어버린 이유

 

자신만의 생각을 이어갈 것

 

모든 생명은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일종의 규범적 주장(normative claim), 이러이러해야 한다에 대한 것. ‘현재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생명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는 서술적 주장(descriptive claim), 다시 말해 존재하고 있는 사실 여부에 대한 주장이다.

이처럼 페미니즘 역시 휴머니즘 또는 이퀄리즘이라는 명칭 자체가 의미하는 어떤 개인도 억압을 받지 않아야 한다라는 뜻을 지닌다는 점에서 비슷한 규범적 주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다만 페미니즘은 현재는 성별에 따른 억압이 존재하며, 그 억압의 무게가 여성에게 더 지워져 있다는 서술적 주장을 포함하고 있는 것. (181)

 

구구절절 해명하지 마라

 

가볍게 말하기 어려운 주제에 대해 단체방에서 갑자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답을 하고 싶으면 해도 되고, 만약 이 상황을 충분히 컨트롤해 나가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면, 그 자리에서 답하지 않고 나중을 기약한다거나, 직접 얘기하고 싶다고 말하며 좀 더 편안한 상황을 상대에게 제안하는 것이 낫다.

우리는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 뻗어야 한다. 어느 누가 가시밭길로 다리를 뻗고 싶을까? 만약 가시밭길에 꼭 다리를 뻗어야만 한다면, 적어도 자신을 보호할 장비는 갖추고 뻗는 것을 추천. 자신을 잘 보호하는 일은 비겁함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187)

 

초자아 다독이기

 

초자아의 불길에 다치지 않으면서도, 이를 활용하려면 초자아를 없애지도 키우지도 않고 잘 다독여야 한다. 어떻게 다독여야 하나? 이드와 자아의 기능을 함께 지지해주면 된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이 부끄러운지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에 어떤 욕구와 소망이 있는지 (허황되고 쑥스러운 것들을 모두 포함해서), 현재 처한 현실에서 무엇이 나를 도와줄 수 있고, 무엇이 내게 불리한지, 나는 뭘 잘 견디고 뭘 잘 못 견디는지 모두 골고루 주목해 주어야 한다는 뜻. (190)

 

 

chapter 10 꾸밀 때 눈치가 보여요

 

꾸밈에 대한 이중적인 생각들

 

무언가가 의무가 되지 않으려면 그 행위를 하지 않아도 되는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꾸밈에 대해 이 정도는 예의지. 이 정도는 기본이지.’ 라는 식의 압력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199)

 

코르셋에서 탈코르셋으로

 

겉모습과 정체성 사이에서 여성성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더 복잡해짐. 우리가 기왕이면 보기에 좋은 겉모습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현상. 그러나 꾸미는 행동이 여성성과 결부되어 있는 상황이다 보니, 어디까지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욕망이고 어디서부터가 코르셋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음. 그래서 탈코르셋 이슈는 여성성의 개념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지게 됨.

여성성과 남성성을 구분하는 이분법에는 문제가 없나?

무엇이 여성성에 해당하고, 무엇은 해당하지 않나?

여성만의 특성이라고 하기 어려운 인간의 보편적 특성이 여성성에 포함된 경우는 없나?

무엇이 여성성이고, 무엇이 규범적 여성성인가?

젠더와 자기 자신은 따로 떼어놓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이 여성성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자존감과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준다.

자신이 생각하는 여성과 여성성 개념, 그리고 규범적 여성성. 이것들은 단단히 얽혀 있어서 확연히 구별하기 무척 어려움. 만약 스스로도 구속이라고 느껴왔고 자신의 정체성과도 무관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다면, 현실적인 면을 따져 어느 정도 멀리하면 된다. 그러나 내가 나다운 것이라고 느꼈던 것이 내면화된 억압이라고 누군가 말하면?

이렇듯 자신이 기쁜 마음으로 이별하고 싶은 것, 코르셋이라는 건 알지만 나라는 사람의 일부로 너무나 깊게 자리 잡은 것, 그리고 코르셋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는 것. 이렇게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함. 중요한 건 그 복잡성을 충분히 인정하고 혼란을 수용하는 것. (206)

 

혼란을 반가워하자

 

수치심을 대하는 방법

 

중요한 건 성형 후 달라진 대우가 자신의 진짜 가치와는 별개이듯, 성형 전의 나에 대한 이유 없는 혹독한 대우 역시 자신의 진짜 가치와는 무관한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혹독한 대우로 인해 앞날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편리함을 위해 어디까지 맞추고, 어디서부터는 맞설지 고민해나가며 살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216)

 

 

chapter 11 남자친구가 저를 질투해요

 

관계를 결정하는 여러 가지 조건

 

의존은 여러 종류가 있음. 서로가 서로의 더 강한 부분에 의존하는 행위는 자연스럽고도 건강한 의존.

반면, 건강하지 못한 의존도 있음. 강자가 선택권 없는 약자에게 의존하는 경우. ) 아이가 매일 같이 부모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부모 사이의 갈등을 중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 자신이 할 수 있거나 해야 하는 무언가를 타인에게 기대하는 것도 건강하지 못한 의존. 자식이나 배우자가 출세하지 못하면 자신이 복이 없고 불행하다고 여기는 일도 그런 경우. (225)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 안 되는데 의식하는 못난 나라는 수치심의 방을 만들고 순식간에 그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지.’라고 인정하는 일을 먼저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어느 정도의 골라내기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 그러지 못하면 수치심의 방에 갇힌 채 계속 자책만 하거나 실은 타인의 시선일 뿐인데(자신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그것이 자신의 시선이라고 합리화해버릴 우려가 있다. (230)

 

나의 기분을 존중할 것

 

chapter 12 친구 같은 아빠에게 자꾸 불만이 생겨요

 

나는 정말 불만투성이인가?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오랫동안 양육자의 영향을 받음. 양육자에게도 실망스러운 면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일은 아이에게 정말 어려운 일. 양육자에게 안전하게 보호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 겉으로는 부모님이 잘못됐고, 싫고, 너무한다고 말해도 마음속 깊응ㄴ 곳에서는 자신이 나쁜 아이일지 모른다는 무의식적 느낌이 들 수 있음. 정신분석학자 로널드 페어베언(Ronald Fairbairn)은 고통을 주는 부모의 측면을 바라보기 어려운 마음에 대해 이렇게 말함. “악마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는 것보다는, 하나님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죄인인 편이 낫다

자신이 취약한 부분도 있지만 힘도 가졌으며, 때때로 분노도 느끼지만 그렇다고 진짜로 파괴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자. 자신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고, 귀찮게 하고, 분노하게 만들 수는 있으나 진정으로 불행하게 하거나 나쁘게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계속 말해주면 좋겠다. 이 과정이 잘되지 않고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생긴다면, 그 불편함을 중요한 주제로 삼아 시간을 가지고 들여다보았으면 좋겠다. (246)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자신에 대해 너무 애써서 해명하려고 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이 나를 오해하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하고, 평가절하하는 일은 물론 익숙해지기 어렵다. 그러나 나를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 오해 없이 받아들여지려는 노력을 내려놓을수록, 자신은 더 자유로워 질 수 있을 것. (248)

 

성평등은 지금, 기본값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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