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책 관련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알게 된 블로거 [매실]님이 운영중인 여성주의 공부 공동체 '트러블'의 오픈 세미나에 게스트로 참석했다.
황금 같은 주말을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할애하며 총 12분의 '엄마 노릇'이 큰 줄기로 느껴졌던 육아, 모성, 교육, 출산, 심리학 등 다양한 소주제에 대한 자기 고백적 에세이를 들었다. 페미니즘적 관점(성평등, 가부장제에 반하는)에서 '엄마 되기'의 고충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물론,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었지만, 살아숨쉬는 한 인간의 서사로서의 이야기는 또 다르게 다가왔다.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만 해도 정상 가족에 편입된 그들의 선택에 따른 고통을 타자화해서 바라보았고, 그들의 존재가 비혼의 길을 가고 싶어하는 나의 노선에 의도치 않은 방해물로 느껴지기도 했다. 남성 권력(명예 남성)의 편에 선 그들의 고통을 사실 듣기 싫었고 보기 싫다는 생각이 사실 더 크게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궁금증에서 였는지, 여우의 신포도 같이 느껴져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내가 내면 깊숙이 억압해버린 가부장제 편입으로의 달콤한 유혹 때문인지 나는 세미나 데이에 참석한 유일한 비혼여성 게스트였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상하게 더 혼란스러워졌다. 그들은 가시밭길로 예견된 길을 결국 가고 있고, 온갖 돌과 구렁텅이에 걸려 넘어지면서도 정상 가족 구성원들과 그 길을 걸아가고 있음에, 진짜 삶에 직면하고 고군분투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그 길을 외면하고 홀로 지름길을 선택한 느낌이랄까? 그들의 절절한 가부장제하에서의 소외감과 착취를 목도하면서도 이런 의문이 떠오른다는 점에서, 이 사회의 정상 가족 프레임과 독신 여성을 비정상화하려는 압력이 얼마나 견고하고 강력한가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길을 걷는 자는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고, 걷지 않는 자에게는 죽을 때까지 주홍글씨의 낙인을 찍는 사회. 이러한 사회에서 미치지 않는 여자가 미친 게 아닐까? 결국, 결론은 없다. 다만, 진짜로 미치지 않기 위해서 여성들은 침묵하지 않고 글로든, 말로든 토해내며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이 있을 뿐.
https://blog.naver.com/morphinia1/222611110476
[트러블 오픈 세미나] 에세이 데이에 초대합니다. (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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