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심리학

나는 왜 내 마음이 버거울까?, 유영서

비상하는 새 2024. 1. 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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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내 마음이 버거울까?

Chapter 1. 내 안에 대한 이야기

 

막연히 불안한 기분을 없애고 싶어요

적당한 불안으로 마음 지키기

지난 일을 쉽게 떨치지 못하겠어요

트라우마를 물리치기 위한 세 가지 연습

잊히지 않는 일이 주는 그 자체의 데미지와, 이차적으로 발생한 재경험과 반추, 과도한 불안과 각성, 그리고 회피와 같은, 어쩌면 자신을 지키려는 절실한 행동들이 다시 돌아와 우리의 잔잔한 일상을 무너뜨린다는 것이 꽤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과거의 나쁜 일로 인해 앞서 말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로 지지하려는 편입니다.

당신의 몸은 자신을 잘 지키려 애쓰고 있네요.”

물론 잊히지 않는 일을 되새기거나 회피하는 게 당신에게 실제로 어떤 도움이 될지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과거의 나쁜 일을 반추하는 행동이 닥칠지도 모를 미래의 불행에서 당신을 완벽히 대비시켰을까요? ‘잊히지 않는 일의 상황과 비슷한 단서를 수집하는 것이 오히려 당신의 불안을 증폭시키진 않았을까요? 회피를 선택하는 일이 이전에 누렸던 건강한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을 막고 있진 않나요? 여러모로 좋을 게 없습니다. 저는 잊히지 않는 일로 고통을 겪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다음 세 가지 연습법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반추에 빠지는 날 만들기
긍정적인 신호에 주의를 기울이기
이유를 찾는 일을 중단하기

첫 번째로, 반추에 빠지는 날을 만들어 보자. 갑작스레 잊히지 않는 일로 인해 생각이 침습하고, 그에 따라 부정적인 기분의 회오리에 빨려드는 기분이 드나요? 그럼 일단 그 순간을 메모장에 적길 권합니다. 어떤 생각이 들어 어떤 기분을 느낀다. 이 정도로 간략하지만 기억하기 쉽게 적어둡니다. 필기하면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중요한 것을 어딘가에 적어두고 그 내용을 외우려는 노력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거예요. 어딘가에 써두고 잠시 잊었다가 여유가 되는 어떤 날의 어떤 시간에, 그 내용을 다시 보면서 고통스러워하기로 하는 거죠. 그때는 마음껏 되새기고 미워하며 고통에 빠져도 되는 시간으로 쓰세요.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면 고통에서 빠져나오는 거예요. 당신 안에서 오랫동안 팽팽 돌고 있던 고통의 소용돌이가 의외로 그 핵심을 크지 않고 굳이 잊히지 않는 일에 시간을 오래 쓸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두 번째로는 위협적인 신호에 집중하여 놓치고 있던 긍적적인 신호에 주의를 기울여보아요. 아주 극적인 우연으로 유니콘에게 공격을 당해본 사람이 있다고 쳐봅니다. 그 사건 이후 유니콘의 공격이 두려워 벌벌 떨고 있는 그 사람에게 이 세상에 유니콘이 존재할 확률은 극히 낮고 나는 유티콘을 본 적이 없으니 당신도 괜찮다고 설득한다면 안심이 되겠습니까? 저는 사건을 실제로 겪었던 사람에게 그때와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읗 것이라 무작정 안심을 시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그 대신 불안한 상황에서 당신이 미처 보지 못하는 다른 부분에 대해 집중을 기울여보는 연습을 해보라고 제안하겠습니다. 당신이 스스로를 지키려 심각하게 애쓰지 않아도 될 안전장치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겁니다. 예전처럼 유니콘이 별안간 불숙 등장해서 당신을 공격하려고 달려와도, 받을 수 있는 도움과 안전장치 등을 확인하면서 세상과 당신과의 접촉의 끈을 놓지 않는 작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제가 개인적으로 부탁하고 싶은 것이라 할 수도 있겠는데요. 불행의 이유를 찾는 것을 중단하는 겁니다. 어떤 분운이 우리에게 닥치면, “?”라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문제가 생기면 이유를 알아내어 대처하는 것이 당연한 프로세스니까요. 그러나 개인의 불운은 대개 다면적이고 복잡하며 종종 이유를 굳이 찾을 필요가 없는 게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부정적인 기분에 빠지면 이유를 찾고 싶고,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이 자문하죠. “나 때문인가?”

저는 이런 질문이 우울과 고립이라는 불행의 늪에 더 쉽게, 그리고 깊이 빠지게 한다고 봅니다. 불행의 이유를 자기에게서 찾고, 그 생각으로 인해 나의 부정적인 기분을 되먹는 과정은 나 자신에게 조금 가혹하고 미안스럽기까지 합니다.

여러 팁과 제안을 하긴 했지만, 트라우마를 위시한 과거의 문제를 극복하고 나아가는 일은 자신의 시간과 노력만이 아니라 세상과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를 품고 있다면 부디 시간을 내어 도움의 손길을 뻗어보실 바랍니다. (34)

 

나쁜 생각만 잔뜩 하고 있어요

부정적인 감정의 가속도

쉽게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우리가 한 가지 상황에서 한 가지 감정밖에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시험 기간에 해야 하는 공부를 두고 잠깐 오락을 즐겼을 때 짜릿함과 불안함을 동시에 맛볼 수도 있고, 자기가 믿는 신에게 기도하면서 소망과 원망을 함께 얻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울하면서도 행복을 찾아내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저는 우울의 감정을 품으면서도, 동시에 즐겁거나 감사할 일을 절실하게 찾아보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깊은 우울의 감정을 느끼면서도 가끔 웃을 수 있는 사람과, 그 감정에 사로잡혀 우울하기만 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지 않겠습니까? 부정적인 감정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그에 휩쓸리기 쉽겠습니다만, 우리에게 그 감정밖에 없는 것이 아님을 알고 다른 긍정적인 감정을 천천히 탐색해나가는 것. (42)

 

슬픈 감정이 영원할 것 같아요

필요 이상의 슬픔이 나를 망치고 있을 때

스스로를 해치게 돼요

자기파괴적 행동의 원인을 찾아서

글의 시작을 자해라는 무서운 단어로 시작했지만, 이와 같은 고개를 돌리게 하는 일은 물리적으로 자신을 해치게 하는 일 외에도 다양. 폭식이나 폭음, 성적 행위에 대한 과도한 집착, 게임이나 매체 등에 대한 지나친 몰두 등. 이와 같은 행위들의 공통점은 바로 우리가 강렬하고 과도한 감각을 느끼게 된다는 것. 너무나 강렬해서, 마치 내가 느끼고 있는 갈등과 다루기 어려운 감정들을 보던 시선을 쉽게 빼앗아 가고, 지금 당장 여기서 나에게 즉각적인 안도감을 주는 일이라 설명할 수 있음. 일반적으로 맛있는 것을 배불리 먹고 동료들과 한잔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과 꽤 다른 일. 무언가에 몰두해서 나 자신을 쉽게 세상에서 고립시키는 경지에 대해 말하는 것. 짚고 넘어가자면, 고개를 돌리게 하는 일들의 두 번째 공통점을 몰두와 고립. 사람은 사회적 동물.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것을 넘어 정서적인 부분도 마찬가지. 좋은 감정과 감각들. 예를 들어 함께 농담과 웃음을 주고받으면서 느끼는 안정감과 다정함, 어려운 사람에게 베풀며 겪는 자기만족감과 그것을 받으면서 느끼는 감사함, 다른 사람의 실수에 대한 용서와 기다릴 줄 아는 배려 등은 다른 사람 없이는 절대 얻을 수 없음. 그리고 더 나아가 고개를 돌리는 일들은 내가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될 일들에 대해서도 고개를 돌리게 하는 습관을 만들기도 한다. 우리의 귀여운 뇌는 패턴을 만드는 것을 무지 좋아함. 내가 어려운 상황에서 여러 번 고개를 돌려왔다면, 나의 뇌는 어려울 것 같은 상황에서 자동으로 고개를 돌리도록 코딩.

저는 고개를 돌리는 일을 말하는 내담자에게 그 이유와 감정에 대해 여유를 가지고 더 자세히 언급하고, 그때 들었던 생각을 가능하다면 적어 달라고 부탁하는 편. 적으면 다음에 읽을 수 있어서 좋음. 갑작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로 인해 심한 갑갑함과 불안감을 느꼈고, 이에 따라 잠깐 고개를 돌렸다 해도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당시에 느꼈던 폭발적이고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다양한 감정이 엉킨 털뭉치들을 가지고 다시 앉아, 감정과 생각을 하나씩 천천히 살펴 풀어보면서 정말 고개를 돌릴 만한 일이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이 연습은 다시 그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한두 템포 늦추며 지켜볼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줄 것이다 (61)

 

계속 자책하게 돼요

자기격려와 자기비난

스스로를 비난하고 있는 나 자신은 그것을 비난이라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자식에게 사랑의 매를 휘두르는 부모처럼.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 비난하는 자신과 행동하는 자신의 뒤틀린 관계가 생기곤 한다. 자신의 엄한 소리에 맹목적인 복종을 하거나, 자기 혐오의 굴레에 들어가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자기비난의 목소리에 빠진 내담자들에게, 저는 소망이 있다는 것은 없어서 헤매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일이고, 자기비난을 하는 것은 그만큼의 열정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킴. 하지만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삶은 계속 이어지지만 자기비난의 방향은 과거를 가리킴. 자신이 했던 실수나 아쉬웠던 후회 등을 가져와 나를 앞이 아닌 뒤로 끌어당기며 자책하게 함.

반대로 자기격려는 미래를 비춤. 앞으로 생길 변수와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탐색할 수 있도록 나를 앞으로 이끌어줌. 자기비난의 방향은 나를 향함. 나의 잘못, 나의 자원, 나의 문제 등을 샅샅이 털어내어 보잘것없는 부분을 돋보기로 크게 보여줌. 하지만 자기격려의 방향은 바깥의 세상. 나아가는 욕구에 집중하게 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계속 부딪힐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말. 경계가 애매하고 종종 헷갈리긴 하지만 이렇든 자기비난과 자기격려는 엄연히 다르고 잘 구분해서 잘 써야함. 이제 자신에게 하는 말을 자세히 잘 들어보자. 가능하면 글로 써보는 것도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됨. (71)

잠시만요. 고맙습니다. 당신이 제게 하는 말이 조금 아프긴 하지만, 제가 성장하라는 뜻이라는 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 계속 당신에게 잡혀 있을 순 없네요. 저는 이만 가보아야겠습니다. 부디 먼저 가는 저를 지켜보아 주고, 괜찮다면 응원해주세요.

 

내 우울함은 얼마나 심각한가요

내 마음에서 자유로워지기

 

Chapter 2. 나와 세상에 대한 이야기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요

그 녀석의 열등감과 자기수용

항상 나쁜 일만 생겨요

뇌가 불행에 익숙해질 때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예요

진짜 내 모습? 그게 뭐예요?

어려운 상황에 맞춰서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게 행동하는 모습 그 자체가, 잘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있는 유연한 사람의 증거다.

 

다른 사람과 저를 계속해서 비교하게 되어요

SNS로 남과 나를 잘 비교하기

개념 없는 사람 때문에 화가 나요

상대를 이해하는 두 가지 명제

그 사람에게 힘이 될 수 없을까요?

응원은 마음의 방식

 

Chapter 3. 지금, 여기에 대한 이야기

 

내가 너무 못된 걸까요?

무언가 큰 잘못을 하고 있다는 감각

세상에 돈만 한 게 없잖아요

이것만 맞고, 그것은 틀렸다?

즐거울 일이 떠오르지 않아요

우울의 늪에서 지푸라기 잡기

저는 우울감을 호소하는 내담자들과 대화할 때, 그들이 무슨 일을 하면서 행복감을 느꼈는지 물어보곤 한다. 거창한 취미라고 생각해서 대답을 잘 못함. 무기력이라는 증상은 우리의 활동을 저해함.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황이 활동에 대한 자신감을 꺾어 다시 사름을 무기력하게 한다. 일종의 악순환. 안타깝게도 우리의 애처로운 뇌는 보통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오히려 부정적인 일을 되풀이하는 경향이 있다.

저는 질문에 머뭇거리는 내담자에게 다시, 취미 차원이 아닌 감각 차원에서의 즐거운 기억에 대해 묻는다. 언젠가 변하는 날씨를 피부로 느끼며 들었던 감상, 아침에 잘 내린 커피의 향 등등. 기억을 더듬는 일은 귀찮을 수도 있음. 그래도 저는 언젠가 차분히 자리에 앉아 나 자신에게 즐겁고 생생한 느낌을 줬던 감각 리스트를 만들어 써보는 일을 추천함. 그리고 내 마음속의 파도가 심하게 칠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감각 리스트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자. 그 리스트의 항목 중 지금 내 기력 범위 안에서 할 수 이쓴 일들을 천천히 해보는 것이다. 내 손 안에서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즐거운 감각을 찾는 행동은, 불안하고 우울한 기분이 주는 불안정성에서부터 마치 내가 잃어버린 통제감을 다시 돌려주기도 한다. 감각 리스트는 감각의 지푸라기가 되고, 더 나아가 감각의 끈이 돼 우울의 늪에서 나를 지켜줄 것이다. 다만, 오랫동안 한 곳에 앉아 영상을 보는 일과 같이 둔한 감각에 자신을 오랫동안 묶어 놓거나 폭음, 폭식과 같은 자극적이고 자기파괴적인 감각을 추구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180)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불행은 고통의 부적응

나를 사랑하고 싶어요

나와의 소개팅을 준비하자

지금 이런 기분을 느낄 때가 아닌 것 같아요

감정을 다스리는 정서 조절

 

Chapter 4. 그리고 나아가기

 

실패가 두려워요

절대라고 하지 말 것

이직하면 나아질까요?

성취와 의미는 너무 다른 말

저는 의미 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면, 내담자가 그 일에서 대단한 성취를 찾거나 큰 뜻을 원한다고 말한다기보다는 그 일을 하면서 낙이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일이 재미있으려면 어느 정도 성취나 보상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맥락이 아주 다른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아쉽게도 성취와 보상의 순간은 매번 일어나진 않는다. 그렇다면 그 의미라고 쓰고 재미라고 읽는 일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바로 우리의 뇌를 다시 한번 속여보는 것. 큰 재미 대신 잔재미를 찾아가면서. (237)

 

시작이 너무 어려워요

잘해내는 것과 완벽하게 해내는 것

왜 고마워해야 하나요?

잃어버린 감사의 의미를 찾아서

어떻게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벗어나냐고요? 이때 우리는 감사라는 무기를 잽싸게 꺼내들 수 있음. 쉽게 생각해보면, 부정적인 정서를 음수라고 하고 긍정적인 정서를 양수라고 생각하면 편함. 부정적인 감정에 집중하며 그것을 없애려고 애쓰는 일은 음의 영역에서만 진을 빼는 일이 아닐까. 하루 동안 겪었던 기분을 총합 결산해서 양수로, 즉 긍정적인 마음을 품고 잠에 들고 싶다면 마이너스가 된 만큼 플러스를 해줘야겠죠! 그것이 바로 제가 제안하는 긍정적인 감정을 끄집어내기, 즉 감사할 것을 떠올려 보는 일. (254)

 

깊이 자지 못하고 있어요

침대에서 시작하는 일상의 회복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카드를 한 장씩 뒤집는 정도의 노력

당신의 감정적인 어려움에 대해 굉장한 노력으로 단번에 이겨내겠다는 마음보다는, 현재 당신의 기력과 활동 범위 내에서 감각적인 수준의 즐거운 활동이 무엇인지 차분히 생각해보고 긍정적인 감각에 귀 기울여 보면 어떨까 싶다. 카드를 한 장만 뒤집어 본다면 그날의 부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는 것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한다.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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