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기로 했습니다>
Prologue 기록하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기록하는 법, 첫 번째.
일기를 쓰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매일을 기록해야 하는 이유. #매일의일기
당신의 오늘은 잘 기억되고 있나요. #5년다이어리
매일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한 팁. #습관만들기
1) 목표는 가능한 한 작게 만들기
2) 그 행동을 더 쉽게 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
3) 신호와 보상 만들기
아시다시피 습관 만들기의 기본 원칙. 어떤 행동을 하는 ‘시작 신호’를 만드는 것, 그리고 그 행동을 했을 때 나에게 좋은 보상을 주는 것. 시작 신호는 ‘매일 밤 11시에 일기를 쓰겠다’처럼 시간으로 정할 수도 있고, ‘샤워하고 난 뒤에 쓰겠다’처럼 특정한 행동으로 정할 수도 있어요. 저는 ‘자기 전’이라는 시작 신호를 생각했고, 보상은 사실 일기를 썼다는 사실 자체에 있었습니다.
습관의 세계에는 마법의 시간 60일이 기다립니다. 우리 뇌가 새로운 행동에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은 21일, 나아가 그 행동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레 실천하게 되기까지는 대략 60일이 걸린다고 해요. ‘하루 한 줄씩 일기 쓰기’를 두 달만 실천하면 무리 없이 매일 쓰는 습관을 자리잡게 할 수 있다는 말이죠.
시작이 어렵다면 나의 하루에 이름(제목)을 붙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 1년 365일 중에 생일이나 특별한 기념일만 챙기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도 그날의 인상으로 이름 짓고 불러주는 것. ‘ㅇㅇ했던 ㅇ요일’의 방식을 활용해보자.
오늘 내 마음을 스친 것들 기록하기. #감정일기
5년 다이어리처럼 매일 펼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일기장과 마주 앉은 날은 ‘나에게 할 말이 있는 날’입니다.
매일 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건 훗날 돌아볼 기록이 과거를 반성하게 해주어서가 아니라 현재에서 나와 마주 앉는 시간을 꾸준히 보내기 때문일 거예요.
여행지마다 한 권의 노트 쓰기. #여행일기
매달 나만의 베스트를 가려보기. #월말결산
기록하는 법, 두 번째.
순간을 수집하기로 했습니다.
하루에 하나씩만 좋은 순간을 줍기. #1일1줍
좋은 것을 하나라도 찾아낸 하루가 그렇지 못한 하루보나 나을 테니까. 우리를 지탱해주는 건 결국 삶의 사소한 아름다움들이니까.
그런 기록이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되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됩니다. 내가 ‘행복의 ㅎ’이라 여기고 모은 것들이 실은 행복이었다는 사실을. 바깥을 아무리 헤매도 찾지 못했던 파랑새가 돌아온 집 안에 있었듯이, 알아채야만 보이는 행복이 늘 곁에 있었다고.
‘ㅎ’의 순간을 꾸준히 기록으로 쌓은 후엔 무얼 하면 좋을까? 바로 그 기록이 가리키고 있는 것, ‘내가 즐거워지는 순간’을 좀 더 자주 반복하세요. 그것이 일상을 사랑하는 방식입니다.
나만의 반복되는 역사 기록하기. #테마별기록
‘나만의 반복되는 역사’를 쌓아보세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기록의 시작은 ‘적을 것’과 ‘적을 곳’을 분명히 하는 데 있다. ‘적을 것’은 나만의 테마를 찾는 일. 내가 좋아해서 자주 하는 행동이 있는지(제 경우 맥주 마시기, 한강 가기, 차박 떠나기, 동네 산책 등) 혹은 나도 모르게 자주 찍고 있는 특정한 풍경이 있는지(저는 동네 골목길에 누군가 키우고 있는 화분을 자주 찍어요) 매일 빠짐없이 반복하는 일과가 있는지(요가일기, 수영일기, 점심 일기 같은 기록이 될 수 있겠죠) 가만히 살펴보세요. 좋아서 하는 기록이어야 꾸준할 수 있으므로 ‘이런 기록이 쌓인다면 정말 좋을 거 같아’하는 마음이 드는 소재를 찾아보세요. ‘적을 것’을 정했다면 다음은 ‘적을 곳’을 생각해봅시다. 노트가 좋을지,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려 인스타그램 부계정에 올리는 편이 적합할지, 영상을 찍는 것이 나을지에 따라 ‘기록할 장소’가 정해지겠죠. 그럼 모든 준비는 끝난 셈.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계절 모아보기. #계절기록
누군가를 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계절을 남겨두면 뭐가 좋으냐고요. 기분이 좋습니다. 내게 소중한 것들을 소중히 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내가 보낸, 앞으로 보낼 시간을 비로소 아끼게 되니까요.
언젠가 그리워질 공간을 기록하기. #공간기록
내게 닿은 좋은 말들을 적어두기. #좋은말수집
함께 웃었던 농담을 기록하기. #농담수집
기록하는 법, 세 번째.
영감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나를 일으켜준 문장들. #내인생의문장
불행이 바라는 건 내가 나를 홀대하는 거야. 내가 나를 하찮게 여기고 망가트리는 거지. 난 절대 이 재앙을 닮아가진 않을 거야. 재앙이 원하는 대로 살지 않을 거야. -최진영[해가 지는 곳으로]
에세이를 위한 글감들. #글감수집
글감을 찾기 위한 방법은 많을 테지만, 여기서는 기록에 초점을 맞추어 ‘꾸준히 쌓아갈 수 있는 종류의 소재’만 골랐습니다. 제 ‘글감 노트’ 중 일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괄호 [] 안에 쓰인 것이 제가 달아둔 노트의 제목들.
1) [흔한 마음]을 포착하고 기록하기
2) [일상의 디테일]을 기록하기
3) [빌려 쓰는 글감] 기록하기
이정표가 되어주는 문장들. #문장서랍
믿고 싶어지는 아름다운 이야기들. #간직하는기록
거기 매몰되어 지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잊게 돼요.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이런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그럴 때 저에겐 이야기가 도움이 됩니다. 나와는 조금 다른 차원에서 이 삶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 지구 어딘가에 내가 만나지 못한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이야기, 그러니까 ‘눈앞의 이런 삶이 전부가 아니’라고 다시금 일깨워주는 이야기들 말이에요.
언젠가의 작업을 위한 영감 노트. #영감노트
기록은 결국 생각의 저장소입니다.
나만의 콘텐츠가 될 기록. #아카이빙
기록하는 법, 네 번째.
사랑을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쓴 아름다운 일기들.
사랑하는 이들의 목소리, 걸음, 미소를 기록하기.
가족의 삶을 인터뷰하기.
소중한 사람의 손글씨 모으고 기록하기.
Epilogue 기록은 어디까지나 즐거워야 하니까.
어떤 기록을 시작하든 ‘시간이 쌓인 기록은 그게 무엇이든 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삶이란 건 원래 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이야기니까. 무엇이든 기록해 보세요. 매일 기록하는 사람은 하루도 자신을 잊지 않습니다. 그건 곧, 하루도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말과 같아요.
그래도 시작이 막막하게 여겨진다면, 먼 훗날 이 기록을 들여다볼 자신을 떠올려보세요. 싸락눈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어떤 기록 앞에서, 조금 피로하고 차분한 낯빛을 한 내가 혼잣말을 하고 있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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