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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2

<아무튼, 잠>, 정희재

왜 그리 잠에 집착했을까. 몇 가지 이유가 떠오른다. 하나는 체력이 약해서. 충분하게 자서 체력을 비축해둬야 최상의 컨디션으로 버틸 수 있었으니까. 두 번째는 습관성 긴장이라는 지병 때문에. 인간은 일정 시간 이상을 긴장한 채 깨어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풀 방법을 찾기 마련이다. 수다, 목욕, 폭식, 음주가무, 섹스 대신 나는 잠을 택했다. 또 다른 하나는 도피하고 싶은 무의식에 혐의를 둬본다. 먹고 잠깐 노는 시간을 제외하곤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눈꺼풀을 짓누른 게 아닐까. 무엇을 그토록 외면하고 싶었을까. 마치 조상들이 ‘너 글 쓰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배경을 세팅 해봤어’ 한 듯이 심상치 않은 가족사, 자극과 현상에 반응하는 민감도가 예민한 감수성, 잘 풀리지 않는 연애, 파탄 난 남북 관계..

책/에세이 2023.02.20

<우리가 매일 차를 마신다면,> 맥파이 앤 타이거

(202) Prologue 차를 만드는 사람은 차를 닮았다는 생각이 스쳤어요. 10년 넘게 차를 덖고, 더 잘 만들기 위해서 고민하는 시간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차의 물성을 닮는 것일지도요. 아무리 혹독한 겨울이라도 봄이 오면 잎을 내는 차나무에서 ‘하루하루 정진하는 삶’을 떠올립니다. 어느 해, 지독한 냉해가 몰아치던 하동의 봄에도 딱 오늘 하루만큼 자라나는 새잎을 보며 ‘정성껏 지금을 사는 삶’을 느낍니다. 찻잎을 따고, 말리고, 덖어내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맛있는 차가 탄생하는 걸 보고는 ‘과정이 탄탄한 삶’을, 작년보다 올해, 올해보다 내년에 더 맛있는 차를 만들기 위해서 끊임없이 연구하는 다원 선생님을 보면서 ‘겸손한 자세로 배우는 삶’을 봅니다. 차를 만들다가도 좋아하는 향이 올라오면 바쁜..

책/에세이 202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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