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리 잠에 집착했을까. 몇 가지 이유가 떠오른다. 하나는 체력이 약해서. 충분하게 자서 체력을 비축해둬야 최상의 컨디션으로 버틸 수 있었으니까. 두 번째는 습관성 긴장이라는 지병 때문에. 인간은 일정 시간 이상을 긴장한 채 깨어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풀 방법을 찾기 마련이다. 수다, 목욕, 폭식, 음주가무, 섹스 대신 나는 잠을 택했다. 또 다른 하나는 도피하고 싶은 무의식에 혐의를 둬본다. 먹고 잠깐 노는 시간을 제외하곤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눈꺼풀을 짓누른 게 아닐까. 무엇을 그토록 외면하고 싶었을까. 마치 조상들이 ‘너 글 쓰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배경을 세팅 해봤어’ 한 듯이 심상치 않은 가족사, 자극과 현상에 반응하는 민감도가 예민한 감수성, 잘 풀리지 않는 연애, 파탄 난 남북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