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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4

<섹슈얼 트라우마>, 정국

(0~598) 제1장 인간 드라마 The Human Drama 성적 트라우마는 질병이 아니다 부단한 노력 끝에 교육의 기회와 안정적인 직업을 얻거나 생명의 은인을 만남으로써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았을 때조차, 역경은 그들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 친밀감이 철저하게 깨져버린 상태에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게 쉽지 않은 까닭이다. 적지 않은 경우 그들은 싸우고 상처받고 애원하길 반복하며, 폭식증과 거식증에 시달리거나, 절도와 방화, 불륜과 도주를 저지르기도 한다. 자살이나 타살의 충동에 휩쌍니 채 이혼과 자녀 문제, 실직, 고립과 소외로 이어지는 혼란스러운 삶이 지속된다. 자서전을 쓰거나, 치유 모임에 가입하거나, 주변에 도움을 구하는 등 삶을 회복하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책/심리학 2022.06.06

<너를 위한 증언>, 김중미 장편소설

7 흉터 또한 나의 한 부분 p126 지영은 흐느끼는 가온이 어깨를 토닥였다. 가온이는 울음을 그친 뒤 엄마를 눈살피다가 물었다. “이번엔 왜 입원했던 거야? 그때 퇴원한 뒤로 한참 괜찮았잖아.” “그냥 견딜 만했던 거지. 얼마 전 제자 부고를 받았어. 전문대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고 있었거든. 그런데 거기서 성폭력을 당했나 봐. 1년 넘게 싸웠지만 가해자 처벌은커녕 제자만 퇴직을 강요당했대. 그래서 결국 .... 끔찍했어. 어쩌면 이렇게도 변하지 않는 건지. 제대로 맞서지 못한 우리 세대 탓 같아서 자책하게 되고. 다시 불안이랑 불면증이 시작됐어. 그래서 병원에 간 거야. 병이 깊어지기 전에 치료하려고.” “되게 힘들었겠다.” “응.” “그렇지만 그건 엄마 책임 아니야.” “알아. 그래서 피하지 않고 마..

책/페미니즘 2022.05.18

영화 <아이 캔 스피크>, 납작한 인물의 입체화가 필요한 현대 사회

21세기 핵가족 사회, 파편화된 도시의 삶에서 우리는 얼마나 타인을 납작하게 바라보고 오해를 거듭하는가. 납작한 인물을 입체화해서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닫게 된 영화였다. 영화의 주인공 나옥분 여사(나문희)는 구청의 프로 민원러다. 재개발 구역 지정 위기에 내몰린 시장 상가에서 옷 수선집을 하며 홀로 살고 있다. 그러다 구청 직원 민재(이제훈)에게 영어를 가츠려주면 민원을 보류하겠다는 조건으로 선생-제자 관계가 된다. 할머니가 왜 그렇게 영어 배우기에 열성인지 궁금했던 민재에게 그녀는 어렸을 적 헤어지게 된 남동생이 LA,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어 그를 만나 한번이라도 대화를 해보고 싶어서라고 답한다. 그러나 민재가 몰래 전화해보니 남동생은 그녀를 만나기를 원하지 않는 상태였고, 이래저래 ..

미디어/영화 2022.02.27

<우리들의 삶은 동사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열림터 기획

(종이책, 334) 프롤로그. 말하기의 힘을 믿는다. 친족 성폭력의 경우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가족에게 털어놓을 때 가족들이 피해자 편에 서기보다 가해자를 옹호하는 사례가 더 많다. 남편이나 아들이 딸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을 부정해서라도 가족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어머니도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고소를 해서 피해자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오고 가해자가 처벌받는다고 해서 피해자가 가족 안에서 자기의 피해를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족을 해체시킨 장본인이 돼 가족들에게서 장기간 배척당하기도 한다. 또 가해자가 처벌받는다고 해서 가족이라는 자원을 잃어버린 생존자가 이 망망대해 같은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족이 부재한다는 것은 한 사람이 경제적으로나 심..

책/페미니즘 2022.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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