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했던 당시부터 핫했던 영화 <윤희에게>를 네이버 시리즈온으로 구매해서 뒤늦게 봤다. 여성주연 영화로, 또 내가 애정하는 배우인 김희애 배우님이 나오셔서 아끼고 아껴뒀었는데... 한 겨울 일본이 배경인 영화라 지금 날씨에 생각이 났던 것이다.
영화 <윤희에게>의 윤희는 그렇게 우리 삶의 '정상성'에서는 조금 비껴난 캐릭터로 구축되어 있다. 싱글맘에, 담배도 피고, 결혼하기 전 여자를 좋아한다는 고백에 정신병원도 다녀야 했다. 그 시절 (물론 지금도 크게 변한 건 없는 것 같다) '동성애'는 정신병으로 취급받았기 때문이다. 가족들과 사회적 압력에 따라 결혼이라는 제도에 편입했지만, 그녀의 성정체성이 굳건한 이상 가정 생활이 당연히 순탄치 않았을 것이고 결국 이혼하게 된다. 극중 남편은 경찰로 등장하는데, 사이가 나빠서라기보다는 성적 차이때문에 이혼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많다. 그는 경찰 동료와 재혼하고, 윤희는 진심으로 기뻐해준다.
윤희는 극 중 딸의 재미난 장난을 통해 일본의 첫사랑 쥰을 재회하게 되고 한국에 돌아와 그녀가 하고 싶었던 한정식 집 취업에 도전한다. 그녀는 억압된 시절 속에 살았던 수많은 한국 여성들의 현현인 동시에 그녀들의 주체성이 죽지 않고 죽을 때까지 살아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주는 힘있는 캐릭터였다.
싱글맘이자 조리 보조인으로 나오는 윤희(김희애)역을 보면서, 내가 여태까지 빚져온 많은 여성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학창시절 급식을 먹을 때 음식을 해주셨던 수많은 아주머니들의 개인적 삶에 대한 서사를 나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그들의 노동자성으로만 바라봤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버스를 매번 타면서도 버스 기사아저씨의 개인적 삶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처럼. 요새 유재석, 조세호님이 진행하는 <유퀴즈>라는 tv 프로를 보면 연예인들의 서사뿐만 아니라 어떻게 보면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도 자잘하게 들을 수 있는 것과 같은 맥락같이 느껴진다. 남성들의 서사와 달리 역사적으로 여성들은 돌봄노동, 무급노동(육아 포함)에 많이 종사해왔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는 항상 가려져 있었다. 가려져 왔기 때문에 등한시 되기도 하고 그로 인한 오해(맘충, 김여사 등등)와 혐오로 뒤덥혀왔던 것일게다. 앞으로 더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수면 위로 가시화되고 보이는 존재로서 활동하길 기대하고 염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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