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TV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카라 박규리편>을 보고

비상하는 새 2022. 6. 2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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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선생님 열풍이라고 할만큼 다양한 TV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어제 방영되었던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박규리 편을 보고 많은 공감이 되어 포스팅을 하게 되었다. 나 또한 박규리처럼 내 주변 인물들의 안 좋은 일들에 내 선택의 탓을 했었다.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들과 나를 떨어뜨려 생각해보면) 내 인생은 사실 크게 잘못된 선택들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 때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고, 다시 그 시절이 된다고 해도 같은 선택을 할만큼..(니체의 무한회귀 사상을 조금은 실천하면서 살아왔던 듯..) 다만, 내 주변의 일과 사건들이 나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에, 그런 부정적 영향이 너무나도 싫어서 그것마저 통제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의 선택에 내 몫이 1%라도 영향을 주어서(내 탓이요) 부정적 영향을 덜 받고자 강박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의 마음도 하루에 열두번도 더 바뀌는데 다른 사람의 인생에 내가 영향을 줄 수 있을리가.. 그들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일종의 구원환상과 과도한 죄책감이 뒤섞여 나를 옥죄어 왔고 스스로를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가두고 타인들을 미워했었다. 

 

또한, 오은영 선생님의 조언처럼 EGO 기능이 잘 발달해야 이상과 현실을 잘 조절하면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데, 초자아의 기능이 너무 강력하게 힘을 발휘하고 삶을 휘두르는 삶을 살아왔다. 사실 완벽한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신이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완전무결하고 실수없는 존재가 되고 싶었고 그렇기에 타인에게 약점을 조금이라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강박에 시달렸다. 이제는 안다. 오히려 힘을 쭉- 빼고 까불고 내멋대로 살더라도, 막 사는 방식, 이젠 그러한 삶의 방식이 나를 살릴 것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30여년의 관성이 있어 한 번에 바뀌기 힘드리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나의 상황을 인지했으니, 조금씩 바뀌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나는 인간이기에 자연스레 일어나는 분노, 욕망, 우울, 기쁨 등의 감정을 억압해야할 이유도 없다. 그러한 감정은 인간인 내가 인간으로서 당연히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다. 그저 잘 느끼고, 알아봐주고, 수용해줘야할 대상인 것이다. 그러한 감정을 억압할 수록 나는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것임을 다시 상기하자. 

 

박규리가 엄마와의 연락도 단절하고, 여러 사람들과 단절해서 살아가고 있는 지금 상황은 그것이 필요했기에 살기위해 선택한 것이니 충분히 존중받고 당연히 그래야할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된다면 그 또한 나를 치유하려는 방식이 아닌 병리적인 상황으로 스텝업 할 수 있기에 우려되기도 한다. 오은영 선생님이 여쭤본 대로, 그녀는 심각한 수준의 우울감에 빠져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녀가 이렇게 전국민이 다 보는 방송에 나와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 부터가 큰 첫걸음에 성공했다고 본다. 그녀는 바닥을 쳤기에 이젠 조금씩 올라갈 일만 남아 있는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지인들에게 완벽한 모습(모범생으로서 완전 무결한)을 연기할 필요가 없다. 그들에게 나의 연약한 모습도 보이고, 아픈 상처도 보여서 그러한 나의 모습을 보고도 계속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권을 줘야한다. 나는 그들이 나의 이야기를 듣고도 여전히 나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들이 떠나지 않을 것임을 안다. 무엇이 두려운가. 나는 내 안의 공허한 두려움과의 끈질긴 싸움에서 이제야 한꺼풀 승리의 깃발을 날릴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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