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해석>
제1장｜꿈에 관한 학문적 성과들
꿈의 자극과 출처
꿈과 자극과의 관계는 ‘우연하게 그렇게 되는 관계’이지 ‘특별하게 그렇게 되는 관계’는 아니다. (40)
꿈의 내용을 착각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시각과 청각이다. (43)
꿈의 심리학적 특수성
꿈은 왜 망각되기 쉬운가? 대부분의 꿈들은 무질서하며 이해하기 어려워, 곧잘 잊혀진다. (49)
꿈엔 어떠한 심리적 특성이 있는가? 꿈의 주요한 특성 중 하나는 깨어 있을 때와 달리 ‘형상으로 사고한다’는 데 있다. 개념으로 사고하는 낮 동안의 의식과 이것은 매우 다르다. (52)
꿈에서의 윤리적 감정
학문이나 계산상의 착오 같은 것은 예외지만 선과 악, 정의와 불의, 미덕과 패륜 같은 구분은 꿈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깨어 있는 동안 겪은 대부분의 일상과 달리 칸트의 정언적 명령은 꿈에서도 분리될 수 없는 것으로서 우리와 밀착돼 있다. 이러한 도덕적 본성은 꿈에서도 현혹되지 않을 만큼 확고한 것이다. (61)
꿈의 비도덕성에 특별한 심리적 근거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 심리적 근거에 욕망의 문제가 개입돼 있다. (62)
꿈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우리의 의식과 전혀 무관한 것만은 아니다. 꿈이 오로지 허위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며, 꿈속에서 강도를 만났다면 강도는 상상의 산물이지만 두려움은 현실적인 것이다. (64)
제2장｜꿈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꿈은 의미 있는 정신 활동이다.
꿈을 해석한다는 것은 꿈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고, 그것은 곧 꿈을 일반적인 정신 활동과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이다. 꿈을 해석하는 두 가지 방식이 통용되고 있는데, 상징적인 해석 방법과 암호 해독법이 그것이다. (66)
상징적인 해석 방법은 꿈의 내용에 주목해 이미 존재하는 어떤 전범에 맞추어 꿈을 해석하는 방식이다. 어떤 꿈을 상징적으로 해석하는 데 정해진 지침은 없다. 성공 여부는 재치 있는 착상과 순간적인 직관에 달려 있다. (67)
암호 해독법은 말 그대로 암호문처럼 꿈을 다뤄 해석하는 방법이다. (67)
꿈의 해석과 정신 분석
대부분의 경우 비판적 관점을 포기하고 자유 연상에 의지해 사고하고 말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어떤 생각들은 억눌려 있어 아예 생각의 표면으로 떠오르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이 폐단을 극복하려면 자신이 하나의 심리적 관찰자가 되어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관찰 훈련이 제대로 안된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꿈꾼 내용을 질문하면, 그들은 정신적으로 아무것도 포착하지 못한다. 그러나 꿈을 부분적으로 나누어 말해 볼 것을 주문하면 다양한 배후 생각들을 떠올린다. 이 배후 생각들을 조합하면 보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나의 정신 분석 방식은 이러한 부분적 해석을 지향한다. (69)
제3장｜꿈의 목적은 소망 충족에 있다
제4장｜꿈은 왜곡돼 나타난다
꿈-왜곡의 어처구니 없음
이 왜곡엔 하나의 심리적 동기가 있다. 이토록 소망 충족을 알아볼 수 없게 위장하고 있는 경우엔, 이 소망에 저항하도록 하는 어떤 요인이 있기 마련이다. (94)
꿈-왜곡의 두 가지 심리적 경향
꿈을 왜곡하는 현상과 검열하는 현상을 통해 인간에겐 두 가지 심리적 경향이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이 중 하나는 소망 충족으로서의 꿈을 지향하는 반면, 다른 하나는 그 꿈을 검열하고 급기야 표현을 왜곡하도록 강요한다. 검열을 수행하는 이 두 번째 심리적 경향이 허락하지 않는 한 첫 번째 심리적 경향의 어떤 것도 의식에 떠오를 수 없다. (95)
소망 반대의 꿈
내 이론에 반박하는 듯 보이는 꿈들을 ‘소망 반대의 꿈’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꿈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내 이론이 틀리기를 바라는 소망이다. 두 번째의 또 다른 동기는 많은 사람들의 성적 성향에 공격적인 사디즘적 요소가 뒤바뀌어 생겨나는 마조히즘적 요소 때문이다. (106)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소망이 있어 스스로를 억압한다. 이 억압 의도가 꿈을 왜곡시키고 소망 충족을 은폐하도록 한다. 이 억압 의도가 검열 행위를 낳는 근원이기도 하다. 종합하면, 꿈은 억압하고 억제된 소망의 위장된 충족이라고 말할 수 있다. (107)
제5장｜꿈의 재료와 출처
꿈의 재료와 출처
아직 해명되지 못한 꿈의 특성들은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꿈은 최근의 인상을 뚜렷이 반영한다는 것, 둘째, 꿈은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보다는 부수적이고 사소한 것을 기억한다는 것, 그래서 깨어 있을 때의 기억과는 다른 원칙에 따라 재료를 선택한다는 것, 셋째, 꿈은 어린 시절의 인상을 마음대로 반영하며 오래 전의 세세한 일까지 끄집어낸다는 것이다. (110)
최근의 인상이나 사소한 것을 반영하는 꿈
꿈은 왜 사소하면서도 단편적인 것만을 다루는 것일까? 그것은 심리적 활동의 낭비에 불과한 것일까? 답은 ‘아니다’이다. 사소한 인상이 꿈의 내용을 지배하는 것 같은 인상은 전적으로 꿈에서의 왜곡 현상 때문이다. 꿈은 흥분할 만한 인상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암시를 통해 드러낸다. (112)
전형적인 꿈들
벌거벗는 꿈 : 수치심 없이 옷을 벗고 돌아다니던 시절도 훗날 되돌아보면 낙원처럼 생각될 때가 있다. 꿈은 인간을 그러한 낙원으로 데려간다. 그래서 우리는 어렸을 때를 그리워하며, 그때의 인상을 내용과 상관 없이 꿈에서 재현하곤 한다. (128)
소중한 사람이 죽는 꿈 : 이 꿈엔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꿈속에서 전혀 슬픔을 느끼지 않다가 깨어난 후 그런 자신에 대해 의아해하는 꿈이고, 다른 하나는 꿈을 꾸면서도 비통해하는 꿈이다. 첫 번째 부류의 꿈은 전형적인 꿈이 아니므로 무시해도 된다. 이러한 꿈들은 꿈속의 실제 내용과 달리 어떤 소망이 은폐된 결과일 뿐이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비통함을 느끼는 꿈들은 다르다. 이 꿈은 의미하는 바대로 관계하는 사람이 죽었으면 하고 소망하는 꿈이다. (130)
시험 꿈 : 무엇인가를 잘못해 벌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할 때마다 우리는 시험을 치르는 꿈을 꾼다. 졸업 시험을 치르는 꿈은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만 꿈꾼다고 지적했다. 시험에 실패한 사람은 결코 그런 꿈을 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험 꿈은 불안이 부당한 것이라는 증거를 과거에서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상 꿈이 선사하는 위로인 셈이다. 시험 꿈엔 위로 이외에도 비난과 항의가 겹쳐져 있다. 너는 이미 나이가 들 만큼 들었고 인생을 그렇게 많이 살았음에도 여전히 어린애 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들어 있다. 반씩 섞인 자기 비난과 위로가 시험 꿈의 잠재적인 내용과 부합한 것이다. 졸업 시험을 치르는 꿈을 최초로 분석한 슈테켈은 이 꿈이 성적인 시험 및 성숙과 관계 있다고 말한다. (143)
그 밖의 전형적인 꿈들 : 그 밖의 전형적인 꿈들로는 하늘을 날거나 추락하는 꿈 등이 있다. 이러한 꿈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의 인상을 반복한다. 이 꿈들을 아이들이 즐겨했던 놀이나 장난들과 관계가 깊다. 추락하는 꿈은 불안한 심경을 대변할 때가 많은데, 특히 여성들의 경우가 그렇다. 여성들은 성적인 유혹에 굴복당하는 꿈을 꿀 때 주로 이런 꿈을 꾼다고 알려져 있다. (145)
제6장｜꿈의 작업
꿈에서의 압축 작업
꿈의 요소들은 꿈의 사고들에 의해 중복 결정될 뿐만 아니라 꿈의 사고들 역시 꿈에서 여러 개의 요소들에 의해 표현된다. 그러니까 꿈의 요소와 꿈의 사고는 상호 간섭적이다. 그러나 이 간섭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즉 한 무리의 꿈의 사고가 꿈의 내용을 결정하고 나면 연이어 다른 한 무리의 꿈의 사고가 꿈의 내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후보자 명단을 놓고 선거하듯이, 전체 꿈의 사고가 어떤 식으로든 가공된 다음 그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요소들이 꿈의 내용에 들어가게 된다. (153)
꿈에서의 전위 작업
꿈의 작업에 관여하는 어떤 심리적 힘은 심리적 가치가 높은 성분들을 약화시키는 반면, 중복 결정을 통해 심리적 가치가 적은 성분들은 강화시켜 꿈의 내용에 이를 수 있도록 가치를 부여한다. 이로 인해 꿈을 만드는 각 요소들의 심리적 힘의 재편과 전위가 일어나며 그 결과는 꿈의 내용과 꿈의 사고와의 차이로 귀결된다. 이러한 과정이야말로 꿈의 작업에서 본질적인 부분이며 그 과정을 담당하는 것이 ‘꿈의 전위 작업’이다. 그러니까 꿈을 만드는 데 있어 전위와 압축은 두 명의 공장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164)
전위의 결과는 꿈의 내용과 꿈의 사고의 핵심을 달리 보이도록 한다. 또한 무의식에서 일어난 꿈의 소망을 왜곡해 묘사하도록 한다. 이렇듯 전위가 왜곡을 주도하는 것은 ‘그로 인해 이득을 보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꿈에서의 검열과 관계돼 있다. 즉 꿈에서의 전위는 검열의 영향을 받아, 심리의 내적 방어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164)
꿈에서의 묘사
꿈은 묘사하기 어려운 꿈의 재료들을 어떤 방식으로 암시하는 것일까? 먼저 꿈은 이 재료들을 총괄해 하나의 사건이나 상황으로 통합하여 전체적으로 보여준다. 꿈은 ‘논리적 관계’를 ‘동시에 존재하는 것’으로 묘사한다. 마치 라파엘로의 벽화처럼, 한 무리의 철학자나 시인들을 아테네 학당에 모아놓은 화가의 방식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166)
꿈에서의 선명성
꿈의 사고에 숨어 있는 요소들의 강도가 실제 꿈의 내용에 나타나는 요소들의 강도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꿈의 선명도를 결정하는 강도는 서로 무관한 두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우선 소망 충족을 표현하는 요소들이 강도 높이 묘사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 다음 가장 많은 ‘압축 작업’을 요구하며 형성된 꿈의 요소들이 뒤를 잇는다. (178)
꿈에서의 감각 마비
꿈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반대의 표현, 즉 ‘아니오’를 의미한다. 그것은 어떤 의지에 반발하는 대립 의지이다. 이 대립 의지는 운동성 장애 감각을 통해 강력하게 표현된다. 이 장애 감각은 의지의 갈등을 나타내며, 수면 중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전과정은 어떤 ‘의도’와 이것에 대립하는 ‘아니오’의 묘사에 아주 적합해진다. (183)
꿈과 상징
상징들 중 많은 것들이 어떤 약호처럼 규정돼 있어 이것만 알면 암호를 해독하듯이 꿈도 해몽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상징술은 꿈의 영역에만 있는 고유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민족과 그 민족의 언어에 보다 깊이 뿌리 박고 있다. 꿈이 이러한 상징을 이용하는 것은 잠재돼 있는 사고를 은폐한 채 묘사하기 위해서이다. (183)
우리는 꿈꾸는 당사자의 연상에 의존하는 한편, 미흡한 부분은 해석자의 상징 이해를 통해 보충하는 복잡한 기술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또한 꿈의 상징은 다의적이기 때문에 전후 맥락을 염두에 두고 파악해야 한다. 이 다의성은 서로 다른 사고와 소망을 하나의 내용에 묘사하려는 꿈의 특성 때문에 발생한다. (184)
제7장｜꿈 과정의 심리학
꿈과 망각
정신이 어느 정도 수면을 취하고 있느냐에 따라 꿈은 형성되며, 그때 받는 저항의 강도 역시 결정된다. 수면 상태는 심리적인 검열을 약화시키면서 꿈의 형성을 가능하게 한다. (237)
소망 충족에 관하여
꿈에서 충족되는 소망이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인지에 관해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낮의 소망이 외부 사정 때문에 충족되지 못했을 경우, 그 소망의 해결은 자연스레 꿈의 세계로 넘겨진다. 둘째, 낮의 소망이 배척되었을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때 소망은 억압된 상태로 남아 있게 된다. 셋째, 낮의 생활과 관계 없는 소망이 있을 수 있다. 이 소망은 밤이 돼야 비로소 억압에서 풀려나 활기를 띤다. 이것을 지정학적으로 풀어 말하면, 첫 번째 종류의 소망은 전의식 조직에서 배열된다. 두 번째 종류의 소망은 전의식 조직에서 밀려나 무의식 조직에 머무는 것으로 추정되며, 세 번째 종류의 소망은 무의식 조직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245)
꿈과 마음의 반영
무의식적 소망들이 항상 활성화돼 있다는 주장은 옳다. 그것들은 일정량의 자극만 주어지면 늘 소통된다. 이것은 무의식적 과정들이 지닌 특수성 때문에 가능하다. 무의식의 세계에선 어떤 것도 끝이 없을뿐더러 사라지거나 잊혀지지도 않는다. 발작을 통해 드러나는 무의식적 사고는 자극만 축적되면 언제고 다시 소통된다. 그것은 기억이 자극을 받을 때마다 되살아나며 발작을 통해 흥분과 함께 나타나는 것과 같다. 정신 요법의 과제는 바로 이 무의식적 과정을 해결하고 망각하게 하는 것인데, 전의식이 이 작업을 수행한다. 즉 무의식이 전의식의 지배를 받도록 하는 것이 정신 요법의 유일한 활로라고 할 수 있다. (256)
모든 무의식적 흥분은 두 가지로 귀결된다. 하나는 아무런 방해 없이 흥분이 발작을 통해 배출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의식의 지배를 받아 흥분이 속박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의 과정은 곧 꿈의 과정이기도 한다. 전의식은 꿈의 무의식적 흥분을 제압해 해없는 방해물로 만들어버린다. 우리는 무의식적 소망이 꿈을 형성하도록 내버려둔 다음 전의식적 작업을 통해 분란을 해결하는 것이, 잠자고 있는 내내 무의식을 억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용하고 경제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57)